지난 6월 26~28일, 국립현대무용단은 인공지능이 만든 안무로 <;비욘드 블랙>; 공연을 열었어요. 인공지능이 불러온 미지의 세계 ‘블랙’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었지요.
온라인으로 상영된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안무는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의 김근형 공학자가 개발한 인공지능 ‘마디(MADI)’의 작품이에요. 인공지능 마디는 춤, 음악처럼 시간에 따라 변하는 데이터를 학습해요. 여기에 어떤 포즈 다음에 어떤 동작이 올지 여러 경우의 수를 학습하는 모델을 결합했지요. 이를 통해 ‘마디’가 인간의 동작을 유연하게 학습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마디’는 국립현대무용단 무용수 8명이 각각 크로마키* 앞에서 춘 256분 분량의 자유 안무 녹화영상을 학습했어요. 이때 무용수의 동작을 4가지로 나눠 인식했지요. 부드럽거나 강한지, 혹은 빠르거나 느린지 무용수의 동작을 학습한 ‘마디’는 10분짜리 안무를 100여 개 만들었어요. 신창호 안무가가 그중 8개를 간추리고 수정해 공연에 선보였습니다.
인공지능 마디의 춤은 어떤 모습일까요? 신 안무가는 “처음 무용수들은 동작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서 움직이는 뻣뻣한 로봇 춤을 예상했지만, 마디의 춤은 움직임이 굉장히 부드러웠다”고 말했어요. 이어 “이처럼 인공지능을 현대무용에 접목해 작품을 선보인 건 세계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인터뷰1. “규율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전해 보세요.”
_신창호(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국립현대무용단 <;비욘드 블랙>; 안무가)
Q인간과 인공지능이 만드는 안무는 어떻게 달랐나요?
대부분의 전문 무용수들은 정규교육과정을 밟아요. 무용엔 단계별로 움직이는 패턴이 있어 ‘이 동작 다음엔 어떤 동작이 나오겠구나’라고 안무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인공지능이 만드는 안무는 움직임의 패턴이 새로웠어요. 단계 없이 여기저기서 안무를 따오기 때문이죠. 틀을 깨는 신선함이 ‘마디’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기존과 전혀 다른 패턴의 안무를 예상하고 외우는 일은 굉장히 어려웠어요. 또, 인간은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큰 동작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마디’는 인간의 몸으론 도저히 불가능한 속도로 이동해 안무를 손봐야 했어요.
Q왜 이런 도전을 하셨나요?
엉뚱한 상상처럼 보이죠(웃음). 무용은 작품 소재가 다소 한정적이에요. 주로 고전을 각색하거나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춤으로 표현해요. 그런데 미래에는 어떤 주제를 다룰 수 있을까 고민하다 떠오른 소재가 인공지능이었어요. 원하든 원치 않든 변화는 계속되고, 10년만 지나도 지금 아는 것과 완전 다른 세계가 펼쳐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답니다.
●인터뷰2. “인공지능을 예술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작품 활동하고 있어요.”
_김근형(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
Q개발자가 본 공연은 어떠셨나요?
무미건조해 보이던 뼈대 영상을 감각적인 몸동작으로 표현해내는 무용수의 능력에 감탄할 따름이었어요. 훌륭한 연출이 더해져 이게 정말 제가 보내드린 안무인가 싶을 정도였죠. 결국, 아직까진 인공지능이 예술에 참여해도, 그것을 재해석하고 감정을 담아내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예술 같은 창의적인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학습을 많이 할수록 사람과 비슷해지며 창의성이 떨어지는 어려움이 있어요. 창의적이고, 감정까지 안무에 녹여낼 수 있는 인공지능 안무가를 만들려면 더 많은 개발이 필요할 거 같아요.
Q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인공지능 ‘마디’의 움직임이 더 사람처럼 보였으면 해요. 사람은 팔꿈치나 무릎을 뒤로 꺾을 수 없어요. 이렇게 사람의 뼈대나 관절이 움직이는 범위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키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안무를 창작할 수 있을 거예요. 이번 공연이 진행될 수 있었던 건 기술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는 예술가들과 저처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기술자가 만났기 때문이에요. 자기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벽을 넘으려 했던 노력의 결과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