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들의 대량발생은 하루살이뿐만이 아니에요. 최근 몇 년간 털파리, 대벌레, 매미나방 등 여러 종의 벌레가 곳곳에서 대규모로 나타났습니다. 자꾸만 반복되는 대량발생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방제는 일시적 미봉책
2022년 7월, 서울시 은평구에서는 일명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털파리가 주거지에 집단으로 나타나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했어요. 6월 27일부터 일주일 만에 무려 1479건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죠. 2021년에는 경기도의 청계산에서 대벌레 떼가 우르르 등장해 나무 기둥을 뒤덮었고, 2020년에는 매미나방의 유충 떼가 충청북도 제천시를 중심으로 대량발생했어요. 종만 바뀌었을 뿐 계속해서 곤충의 대량발생이 반복되고 있는 거죠.
이렇게 곤충의 대량발생이 일어나면 대부분의 경우 보건소에서 약제를 살포해 방제합니다. 방제에는 약품을 사용하는 화학적 방제뿐만 아니라 천적을 방생하는 생물학적 방제, 나무를 베거나 산림을 태우는 임업적 방제, 직접 포획하는 물리적 방제 등이 있어요. 이중 화학적 방제의 효과가 가장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에, 대량발생이 일어나면 살충제 등의 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살충제 등 약품을 다량으로 뿌리고 나면, 없애려고 하는 곤충들뿐 아니라 함께 살던 다른 생물들까지 죽을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신승관 교수는 “현재 산 등에 실시하는 방제는 천적을 같이 없애거나 약품에 내성을 키울 수 있다”며 “결국엔 생태계를 교란시켜 또다른 곤충의 대량발생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어요. 이어 “대량발생 종은 해충이 아닌 경우도 많고, 설령 해충이더라도 모두 생태계에선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이 곤충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최근 꿀벌이 사라진 사태만으로도 이미 중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꿀벌뿐만 아니라, 하루살이나 해충인 모기조차 우리 주변에서 식물의 화분을 돕는 소중한 생물이에요. 신승관 교수는 “벌레라고 해서 모두 해충인 것은 아니며, 우리 주변의 식물과 먹이사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결국 곤충들과 공존하는 방향일 것”이라고 공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