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주 산불은 많은 생명들의 목숨을 앗아갔어요. 나무들은 불에 탔고, 숲에 사는 동물들은 꼼짝없이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 갇혔지요. 산불로 인해 망가진 자연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수 있을까요?
지난 1월 1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에는 2200kg의 ‘당근 비’가 내렸어요. 뉴사우스웨일스 국립공원 및 야생동물국에서 작은귀바위왈라비 등 먹이를 구하지 못할 동물들을 위해 헬기를 동원해 하늘에서 당근과 고구마를 뿌린 거예요.
하지만 피해를 입은 건 왈라비뿐만이 아니에요. 호주 맥쿼리대학교의 생태학자 그랜트 웹스터 연구원은 작은 크기의 파충류와 양서류, 곤충들이 특히 큰 피해를 봤을 거라고 얘기했어요. 이들은 덩치가 큰 포유동물처럼 불을 피해 빠르게 도망갈 수가 없기 때문이죠. 또한 강한 산불은 이들의 보금자리인 나무들을 몽땅 태워버리기 때문에 생존의 위협이 훨씬 더 크답니다.
식물들의 피해는 어떨까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에 있는 곤드와나 열대우림은 200종 이상의 희귀 생물을 품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에요. 호주 식물 종의 절반, 조류와 포유류 종의 3분의 1이 이곳에서 살고 있지요. 그런데 이번 산불은 곤드와나 열대우림의 약 53%를 불태웠어요. 2억 년 넘게 지구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울레미 소나무’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그레이터블루마운틴 열대우림은 무려 80%가 불에 탔고요. 호주의 소방관들은 야생에 채 200그루도 남지 않은 울레미 소나무를 구하기 위해 헬기로 물과 난연제*를 뿌려 숲을 필사적으로 지켜내기도 했답니다.
호주는 매년 크고 작은 산불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곳의 식물은 산불이 일어나는 환경에 강한 편이에요. 실제로 코알라의 먹이로 잘 알려진 유칼립투스는 벌써 새로운 싹을 틔우기 시작했죠. 그런데 문제는 유칼립투스처럼 생명력이 강하지 못한 식물도 있다는 점이에요. 강한 산불로 큰 규모의 열대우림이 손상되면 그 자리의 대부분을 유칼립투스가 차지할 수 있는 거죠. 이건 숲의 생명다양성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답니다.
_INTERVIEW
Grant Webster(호주 맥쿼리대학교 생물과학과 박사과정)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서 행동해야 할 시간이에요”
Q 올해 산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호주에서 산불이 일어나는 건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산불의 빈도가 높고 태운 범위도 특히 넓었죠. 이렇게 큰 산불이 일어난 주된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해요. 2019년의 호주는 가장 뜨겁고 건조한 해를 보냈어요. 이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도양 다이폴이 유난히 심했던 탓이죠.
Q 이번 산불은 호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호주의 숲은 산불에 잘 적응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호주에 사는 뱅크시아속 식물은 산불이 났을 때에만 열기에 의해 씨앗 주머니가 열려 씨앗을 뿌리기도 하죠. 하지만 올해처럼 산불의 강도가 너무 강하면 땅에 묻힌 씨앗까지 모두 불에 타버리기 때문에 속수무책이랍니다. 곤충이나 양서류처럼 작은 동물들의 서식지가 통째로 불에 타 멸종위기에 처하기도 하고요.
Q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안타깝게도 없어요. 산불 피해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사람의 손으로 이를 복구하기란 불가능하죠.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것’이랍니다. 기후변화의 가속을 막아야 한다는 말이에요. 큰 산불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해요. 목소리를 모아서 정부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용어정리
* 난연제 : 불이 잘 붙지 않는 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