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뇌를 맡기는 ‘뇌은행’이 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돈을 맡기고 찾는 은행처럼 설마 뇌를 맡기고 찾는 그런 곳일까요? 어쩐지 으스스하다고요?
뇌은행이 대체 뭐하는 곳인지, 뇌은행을 취재해 봤습니다.
인간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돼 있고, 그 사이를 1000조 개의 시냅스가 연결하고 있어요. 복잡하고 엄청난 규모의 뇌를 우주에 빗대 ‘소우주’라고도 부르지요. 뇌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 뇌 자원이 필요하지만, 사람의 뇌를 구하기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대부분 쥐나 새, 선충 등 동물을 이용해 뇌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요.
하지만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의 뇌와 많이 달라요. 예를 들어 고차원적인 생각을 가능케 하는 뇌의 전두엽 부위는 코끼리의 경우 전체 뇌의 10%, 파충류는 전혀 없지만, 인간의 경우 뇌의 3분의 1을 구성하고 있어요. 또, 여자와 남자의 뇌가 다를 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중에도 뇌는 끊임없이 변화해요. 따라서 성별, 나이별 뇌 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한국뇌은행*에선 뇌 연구 자원을 연구자에게 제공해요. 이미 외국에서는 30년 전부터 뇌은행을 만들었지요. 세계 최대 뇌은행이 있는 브라질은 뇌 기증률이 90%에 달하고, 뇌 연구가 활발한 덕에 알츠하이머 치매가 ‘뇌간*’의 변화와도 관계있단 사실을 가장 먼저 밝혀내기도 했지요.
한국뇌은행장 김종재 교수는 “광유전학 같은 뇌 공학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먼저 인간 뇌의 생리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이어 김 교수는 “인공지능은 기계가 뇌처럼 생각하도록 만든 것”이라며, “뇌 연구는 여러 분야에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 말했답니다.
_INTERVIEW
김종재(한국뇌연구원 한국뇌은행장,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
“뇌를 모르는 만큼 뇌 연구 자원이 필요해요.”
김종재 교수님은 인간의 뇌 자원을 제공하는 한국뇌은행을 이끄는 분이에요. 조금은 생소한 뇌은행에 대한 이야기, 직접 만나 들어봤답니다.
Q 의사로서 뇌은행을 어떻게 보세요?
저는 유아기, 소아기 환자에게 나타나는 질환을 연구하는 병리의학자입니다. 인체의 생물학적 현상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한국인의 뇌를 연구하면 한국인의 유전자와 생활환경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이런 연구를 통해 지금은 치매, 파킨슨병이라고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는 뇌질환을 앞으로는 좀 더 세분화해서 연구할 수 있을 거예요. 진짜 뇌를 연구하는 것은 정밀 진단의 시초가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이렇게 뇌질환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인간 뇌 연구자원을 제공해주는 뇌은행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뇌은행 운영에 어려움은 없나요?
우리가 뇌를 모르는 만큼 연구가 더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뇌 연구 자원의 확보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뇌는 피부처럼 뜯어서 수시로 검사할 수 있는 장기가 아니기 때문에 거의 사후 기증을 통해서만 뇌 자원을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뇌 수집에 대해 아무래도 일반 대중들이 정서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요.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랍니다. 대중이 뇌를 이해하고 기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용어정리
* 자가융해 : 조직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소 작용에 의해 스스로 조직이 파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 한국뇌은행 : 2014년 처음 설립됐다. 한국뇌은행은 국내병원과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한국뇌은행네트워크)하여 치매, 파킨슨병, 발달 장애 등의 원인과 치료를 연구하는데 필요한 조직, 혈액, 뇌척수액 등을 제공하고 있다.
* 뇌간 : 호흡, 순환, 소화 등 생명 유지를 위해 기본적인 기능을 하는 뇌의 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