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다!”'
고래 탐사선 ‘와일드 포 웨일’ 호가 출항한 지 30분 후, 시끄러운 엔진 소음 너머로 데일 선장의 다급한 무전기 소리가 들렸어요. 뱃멀미에 시달리던 탐험대 친구들이 배 앞으로 몰려나가자, 멀리서 희미하게 물기둥이 치솟는 모습이 보였지요. 배의 엔진이 꺼지며 갑자기 사방이 고요해진 찰나, 배의 좌현에서 ‘프쉬쉬’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바로 물을 내뿜는 혹등고래의 숨소리였죠.
숨을 쉬러 수면으로 올라온 고래는 물기둥을 내뿜고는 둥글게 몸을 비틀어 이내 물속으로 사라졌어요. 우아한 하트 모양의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면서 말이죠. 그리고는 켈프 줄기가 떠다니는 바다 저 너머로 점점이 멀어져갔지요.
“앗, 저기는 두 마리가 함께 있어요!”
배의 우현에서 혹등고래 두 마리가 나타났어요. 꼬리지느러미의 무늬를 본 고래 탐사 가이드 브랜던은 이들이 ‘고스트’라는 이름의 암컷 혹등고래와 새끼라고 알려주었어요. 혹등고래의 꼬리지느러미는 개체마다 색깔과 무늬가 달라서, 연구자들은 지느러미로 혹등고래를 구분해요. 우리나라 제주도의 돌고래 연구자들이 등지느러미로 돌고래를 구분하는 것처럼요.
“운이 좋네요! 올해 이곳에 나타난 새끼 고래가 겨우 8마리라 만나기 어렵거든요.”
캐나다탐험대는 돌아오는 길에 해달도 만났어요. 등대섬 근처 켈프 숲에 혼자 사는 해달 ‘올리’는 바위에서 햇볕을 쬐는 바다사자 옆에서 유유자적 헤엄을 치고 있었어요. 대형 갈조류인 켈프가 만드는 바다 숲은 먹이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해달이 천적인 범고래로부터 몸을 숨길 수도 있어요. 세일리시해에는 이렇게 혹등고래뿐만 아니라 해달, 바다사자, 범고래에 이르는 다양한 동물들이 활기 넘치는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답니다.
● 인터뷰 “연구를 위해 혹등고래 똥을 줍는답니다!”
_브랜던 비소넷(이글 윙 투어 가이드, 박물학자)
Q원래는 세일리시해에 혹등고래가 없었다고요?
20세기 초, 이곳에 살던 혹등고래는 무분별한 사냥으로 사라져 버렸어요. 고래 사냥은 1967년에야 금지되었죠. 그 덕분인지 1997년에 ‘빅 마마’라는 이름의 혹등고래가 세일리시해에 처음으로 돌아왔어요. 약 100년 만에 돌아온 것이죠. 지금은 매년 여름 약 400마리의 혹등고래가 이곳에서 머물다 10월이 되면 남쪽으로 내려간답니다.
Q오늘 혹등고래가 바다 위로 뛰어오르지 않아 아쉬워요
그런 멋진 모습을 기대하시는 분이 많지만, 사실 혹등고래는 수면 위로 거의 뛰어오르지 않아요.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행동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기 때문이지요. 매일 바다에 나가 혹등고래를 관찰하는 저도 그런 모습은 1년에 겨우 한두번 정도 볼 수 있답니다.
Q범고래도 있다는데, 오늘은 왜 안 보였을까요?
세일리시해에서는 약 7종의 고래를 볼 수 있어요. 그중
1년 내내 이곳에 사는 범고래는 세일리시해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고래지만, 혹등고래가 있으면 범고래를 보기 쉽지 않아요. 범고래가 혹등고래 새끼를 잡아먹는 포식자라서, 성체 혹등고래는 범고래를 몰아내거든요.
Q고래 연구를 도와주신다고 들었어요!
아직 혹등고래의 서식지나 식성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많아요. 저희는 다른 고래 투어 팀과 어부들,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고래가 어디에 나타나는지 서로 알려주는 시민 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그리고 바다에 떠다니는 혹등고래 똥을 발견하면 수거하여 연구자들에게 가져다준답니다. 똥을 분석하면 혹등고래가 무엇을 먹는지 알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