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이곳은 전쟁터가 되어버린 ‘적벽’. <;삼국지>; 속 손권-유비 연합의 책사 제갈량은 조조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어요. 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자 결국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에게 도움을 요청했죠.
“탐정 선생! 불이…! 불이 붙질 않소!”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불이 안 붙는다?
제갈량은 화살에 불을 붙인 뒤, 남동풍을 이용해 북서쪽에 있는 조조군 진영으로 화살을 쏘아 보내려는 전략을 세웠다고 꿀록 탐정에게 설명했어요. 하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화살에 불이 도통 붙질 않았죠.
“이 비가 계속되면 조조군이 반격을 할 것 같소! 꿀록 탐정 선생께서 과학을 잘 아신다고 해 동화나라에서 특별히 모셨으니 어서 해결책을 알려 주시오!”
초조해하는 제갈량에게 꿀록 탐정은 침착하게 말했어요.
“책사님, 모든 희망이 사라진 건 아니에요! 먼저 그냥 화살을 쏘아 보내는 건 어때요?”
꿀록 탐정의 말에 제갈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죠.
“그것은 아니 되오! 그냥 화살로는 화력이 많이 부족하단 말이오! 왜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이오? 마치 남동풍이 비구름을 몰고 오는 것 같소!”
꿀록 탐정이 제갈량의 말을 듣고 말했습니다.
“지금 태평양에 라니냐가 발생해서 그래요. 무역풍이 너무 강해져서 이곳에 오히려 평소보다 비가 많이 내리는 거죠.”
“무슨…, 풍? 라…자냐? 그게 무엇이오?”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강한 바람은 비구름을 몰고 온다?
적도 근처 저위도에서는 태양 에너지에 의해 공기가 열을 받아 가벼워져요. a그럼 기압이 낮아지며 공기가 상승하는 ‘적도 저압대’가 생기지요. 한편 적도에서 상승한 공기는 위도 30° 부근에서 하강해 ‘중위도 고압대’를 만들어요. ‘무역풍’은 이렇게 생긴 중위도 고압대에서 적도 저압대로 부는 바람을 말합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위도 30° 이하의 지방에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지요.
무역풍은 전 지구에 걸쳐서 부는 큰 규모의 바람이기 때문에 지구의 기후와도 큰 연관이 있어요. 즉, 무역풍이 평소보다 강하게 불거나 약하게 불면 기상이변이 생길 수 있지요. ‘라니냐’는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라는 뜻으로, 평소보다 무역풍이 강하게 불어서 태평양 동쪽 바다의 표면 수온이 평소보다 낮은 상태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평소보다 강하게 부는 무역풍은 적도 부근의 동태평양 표면의 물을 평소보다 더욱 많이 서쪽으로 옮겨요. 그 결과, 동태평양 수심 깊은 곳에서 차가운 심층수가 평소보다 더 많이 바다 표면 위로 올라옵니다. 서태평양에는 강한 무역풍의 영향으로 평소보다 따뜻한 물이 많이 모이게 되지요. 그 결과로 동태평양이 평소보다 차가워지고, 서태평양은 평소보다 따뜻해집니다.
바닷물의 온도는 그 주위 지역의 기상 현상에 영향을 끼쳐요. 평소보다 차가워진 동태평양 수온의 영향을 받아 동태평양 근처 중남미 서부 지역도 추워지며, 공기가 냉각돼 무거워져서 하강 기류가 발생해요. 이런 현상으로 중남미 지역에서는 구름이 생기지 않아 가뭄이 발생하고 북미 지역에서는 강추위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반대로 평소보다 따뜻해진 서태평양 수온의 영향을 받아 근처 동남아시아 지역도 따뜻해지며, 가열된 공기가 가벼워지며 상승 기류가 발생해요. 이런 현상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구름이 많이 생겨 강수량이 증가합니다.
통합과학 넓히기
올여름 더운 이유, 라니냐 때문?
7월 3일 서울에는 올여름 첫 폭염경보가 내려졌어요. 기상청은 하루 최고기온이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를 발령하죠. 기상청은 지난 6월 23일, 7월부터 9월까지의 3개월 전망 기상 보고서를 발표했어요. 전 세계 기상청 및 관계 기관의 기후예측모델 13개를 분석한 결과, 7월~9월 대체적으로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50%라고 분석했어요.
벌써부터 뜨거운 이번 여름, 왜 더운 걸까요? 이번 여름 기온이 상승하는 이유 중 하나로 기상청은 라니냐를 꼽았어요. 라니냐가 발생하면 왜 우리나라는 더워지는 걸까요?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 뜨거워진 태평양 서쪽의 필리핀해 부근에서 공기의 상승 운동이 활발해져요. 그 공기는 중위도에 위치한 일본 남동쪽으로 내려오죠. 이로 인해 우리나라 근처에 있는 뜨거운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더욱 커지게 되죠.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놓인 우리나라는 이 가장자리를 따라 들어온 덥고 습한 공기로 열기가 더해집니다. 이런 경향은 8월에 더욱 두드러져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예 우리나라를 덮는 경우도 생기죠. 특히 라니냐가 2020년 8월부터 시작해 2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어 6월 말에서 7월 초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3℃ 높은 23.9℃를 기록했어요. 게다가 세계기상기구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 동안 라니냐가 지속될 확률이 약 70%라고 밝혔습니다.
라니냐 외에도 기상청은 이번 여름 기온 상승의 이유로 티베트 고원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티베트 고기압’의 발달, 북대서양의 해수면 온도 변화로 인한 영향, 지구 온난화 등을 꼽았어요. 폭염이 발생하면 야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외출할 때도 물병을 반드시 휴대해야 돼요. 또한 냉방기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실내외 온도차를 5℃ 정도로 유지해 냉방병을 예방해야 한답니다.
에필로그
“라니냐라고 내내 비가 오는 건 아니에요, 책사님! 조금만 기다리시면 비가 그칠지도 몰라요!”
꿀록 탐정의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그치기 시작했어요.
“비가 그쳤다! 모두 화살에 불을 붙여 공격하라!”
불이 붙은 화살은 남동풍을 타고 모두 날아가 조조군 진영에 떨어졌어요. 조조군의 배와 진지에는 모두 불이 붙어 불타올랐습니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제갈량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고맙소! 탐정 선생! 그대 덕분에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소! 책사라는 체면도 지킬 수 있었으니 정말 감사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