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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학 교과서] <그리스 로마 신화-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도 못 떼어내는 공?

“쾅!”
커다란 소리와 함께 탐정사무소의 문이 박살 났습니다. 깜짝 놀란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가 달려간 곳에는 그리스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노크만 했는데 문이 부서지다니 사무실 문이 약한가 보오…. 고민이 있는데 도와주시겠소?”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헤라클레스도 할 수 없는 일?

헤라클레스는 그리스 신화를 통틀어 가장 강한 힘을 지닌 영웅입니다. 그는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의 미움을 사 12가지의 과업을 해결해야 했어요. 그중에는 레르나의 머리 아홉 달린 거대한 물뱀인 히드라를 물리치는 일도 있었고, 저승을 지키는 문지기 개인 케르베로스를 잡는 일도 있었어요. 헤라클레스의 엄청난 힘으로만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런 헤라클레스가 저희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셨다고요?”
“최근에 헤라가 꿈에 나타나 한 가지 과업을 더 주셨는데,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소….”
그러면서 가방에서 꺼내 보여준 건 농구공보다도 커다란 금속 공이었어요. 자세히 보니 구리로 만든 두 개의 반구를 붙여놓은 것처럼 생겼지요.
“헤라가 이 두 반구를 부수지 말고 떼어내라고 했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떨어지지 않소!”
헤라클레스는 헤라가 “이번 문제는 힘이 아니라 머리를 써야 할걸?”이라고 말했다며 약올라 했어요. 물론 구리 공을 부수면 떼어낼 수 있겠지만, 그러면 헤라의 말을 어긴 셈이 된다는 것이었지요.


꿀록 탐정은 헤라클레스에게서 건네받은 금속 공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생각보다 가벼운 것이 안은 비어 보였어요. 그리고 한쪽에는 조그만 밸브가 달려 있었죠.
“아, 정답을 알 것 같습니다, 헤라클레스 씨! 아마 이 금속 구의 안쪽은 진공 상태일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떼기가 힘든 겁니다.”
꿀록 탐정의 말에 눈이 동그래진 헤라클레스가 되물었습니다.
“진공이란 놈이 도대체 얼마나 힘이 세길래 나도 쩔쩔매게 만든단 말이오?!”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내부가 진공인 금속 구, 
떼기 힘든 이유는 대기압 때문!

1657년,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시장 오토 폰 게리케는 신기한 실험을 선보였어요. 그는 구리로 지름이 약 50cm인 반구 두 개를 만들었어요. 한쪽 반구에는 게리케가 직접 발명한 펌프를 연결해 안의 공기를 빼낼 수 있었지요. 게리케는 틈이 생기지 않도록 두 구리 반구를 맞춰 구로 만든 다음, 펌프를 이용해 구리 구 내부의 공기를 바깥으로 뺐어요. 구의 내부에 공기가 존재하지 않는 진공 상태가 되자 두 개의 구리 반구는 서로 떨어지지 않고 딱 붙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리 구를 떼어내기 위해, 구의 양쪽에서 말 8마리가 각각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겨야 할 정도였죠.


왜 내부가 진공인 구리 구는 떼어내기 힘들까요? 그 이유는 대기압이 구리 반구 바깥에서 안으로 강하게 밀어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는 다양한 기체 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기체 분자들은 쉬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벽에 부딪혀요. 이때 분자가 부딪히며 일정한 면적의 벽을 수직으로 밀어내는 힘이 기체의 압력입니다. 지표면에도 기체의 압력이 작용하는데, 지구의 대기가 누르는 힘인 ‘대기압’이지요.


마그데부르크 반구 실험을 통해 대기압의 세기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두 반구를 그냥 붙이면 구리 구 안에는 바깥과 같은 압력의 공기가 들어 있습니다. 구리 구 안의 공기는 안에서 밖으로, 구 바깥의 대기는 밖에서 안으로 압력을 주지요. 두 힘의 크기가 같으면 반구는 서로 붙지 못하고 떨어집니다. 그런데 구 안의 공기를 빼내 진공으로 만들면 구 안의 기체 분자가 사라져 구 안에서 밖으로 가하는 압력도 사라지지요. 그런데 구 밖에서 안으로 힘을 가하는 대기압은 그대로입니다. 결국, 내부가 진공인 금속 구를 떼려면 대기압을 이겨낼 만큼의 힘이 필요한 겁니다.

 

 

 

통합과학 넓히기

물속에서도 거침없이 붙는다? 빨판 장갑!

바닷속 문어의 8개 다리에는 빨판이 수없이 달려 있습니다. 문어는 동그랗고 오목한 빨판으로 붙고 싶은 바위에 붙거나, 먹이를 움켜쥐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심지어 감각 기관도 있어 문어는 빨판으로 먹이의 맛을 볼 수도 있죠. 


문어 빨판 안쪽에는 공간이 있어, 문어가 물체에 빨판을 대고 누르면 빨판이 납작해지면서 표면의 수분을 밀어내고 물체에 붙습니다. 이후 문어가 힘을 빼도 빨판 내부 공간에 아무 물질이 없으니 주변 수압에 눌려 빨판은 그대로 표면에 달라붙은 상태가 되죠. 문어의 빨판에는 다양한 종류의 근육이 연결되어 있어, 문어는 원하는 방식으로 빨판을 붙였다 떼며 움직일 수 있어요. 


지난 7월 13일,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 재료과학공학과의 션 프레이 연구원팀은 문어 빨판의 원리를 이용하여 물속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있는 장갑을 만들었다고 발표했어요. 이 장갑의 다섯 손가락 끝에는 문어 빨판처럼 생긴 고무 흡착판이 하나씩 달려 있습니다. 이 흡착판들은 진공 펌프와 연결되어 있어요. 또, 흡착판 옆에는 가까이에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는 매우 작은 라이다 센서도 달려 있지요.


장갑 사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옮기려 하는 물건에다 흡착판을 대면 라이다 센서가 물건의 존재를 인식하고 연결된 진공 펌프로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진공 펌프가 흡착판 내부의 공기를 빨아당기면서 흡착판 표면을 오목하게 만듭니다. 그러면 물건과 흡착판 사이에 진공이 만들어져 흡착력이 생기면서, 물건을 손가락 끝에 붙여서 들 수 있지요.


진공 펌프가 동작할 때 장갑의 흡착력은 흡착판 하나당 1kg으로, 흡착력이 평소보다 450배 강해지는 것으로 측정되었어요. 연구팀은 이 장갑으로 물속에서 금속 그릇, 장난감 자동차, 플라스틱 숟가락 등 다양한 재질과 모양의 물건을 들 수 있었죠. 연구팀은 “이 장갑으로 물속에서 더 쉽게 물건을 잡을 수 있다”며, “고고학이나 해양생물학, 인명 구조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답니다.

 

 

 

에필로그

꿀록 탐정이 금속 구를 든 헤라클레스에게 말했습니다.
“여기 작은 밸브가 보이죠? 이 밸브를 돌려 보세요.”
천천히 밸브를 돌리자 쉭 하며 공기가 들어가는 소리가 나더니, 붙어 있던 금속 반구 두 개가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게 아니겠어요?
“오, 이런 방법이!”
헤라클레스가 감탄하자, 으쓱해진 꿀록 탐정이 말했습니다.
“어떤 문제를 풀 땐 머리를 쓰면 편하답니다.”
그러자 헤라클레스가 쾌활하게 웃었습니다.
“나는 힘을 쓰는 게 더 편하지만, 헤라의 마음에 들려면 가끔 머리를 써도 좋겠구려. 와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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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창욱 기자 기자
  • 일러스트

    박정제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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