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부르릉~.” 반려견이던 ‘뭉치’의 주인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자신을 떠나는 자동차 소리예요. 슬퍼할 새도 없이 뭉치는 로드킬부터 개 사냥꾼까지 시시때때로 위기를 맞아요. 쫓기는 삶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요? 1월 16일에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언더독>;에서 사람이 없는 ‘개토피아’를 찾는 유기견들의 모험기를 만나 보세요!

동물 3부작 꿈꾸는 오성윤 감독을 만나다!

이번 영화는 8년 전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끌었던 오성윤 감독이 공동연출한 영화라 기대를 받고 있어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암탉이 양계장에서 탈출해 야생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8년 만에 나온 <;언더독>;에서도 인간 탓에 고통받은 개들이 스스로의 삶을 찾아 떠나지요. 원래는 인간 곁에 사는 운명을 지닌 닭과 개를 자꾸 야생으로 보내는 이유가 뭘까요? 오성윤 감독에게 직접 물어보았답니다.

Q 소위 ‘들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도 산속 유기견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기사를 봤어요. 하지만 전 이런 기사는 껍데기만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왜 이렇게 소위 ‘들개’가 많아졌는지 근본적인 문제도 함께 짚어줘야 하죠. 그러지 않으면 그 개들은 억울할 거예요. 말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반려견으로 자랐지만 버려졌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이렇게 된 게 아니냐!”라고 항의를 했을 거예요. 원인을 제공한 건 인간이니까요. 개들도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동물의 권리를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어요.

Q 영화에는 멋진 개부터 귀여운 개까지 다양해요. 견종을 선택할 때 고려한 점이 있나요?

뭉치는 ‘보더콜리’예요. 아기 때는 귀엽지만 아파트에서 키울 수가 없지요. 양떼를 몰 정도로 똑똑하고 활달하거든요. 펫샵에서 새끼 때 모습을 보고 귀엽다고 샀다가 몸집이 커지니 힘들어서 버리기 쉬운 종으로 보더콜리를 고른 거예요. 그밖에 ‘개코’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유기견을 안내하는 캐릭터니까 탐지견으로 활약하는 ‘셰퍼드’ 종으로 했어요. 캐릭터 간의 조화를 위해 행동이 자잘한 ‘발바리(작은 애완견의 별칭)’도 넣었고요. 개 사냥꾼이 노리는 ‘밤이’는 가상으로 만든 ‘블랙러시안’이에요. 사냥꾼이 탐낼 정도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품종이 필요했거든요.

Q 다양한 동물들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려면 상상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안 풀릴 땐 닭이나 개를 보러 양계장이나 유기견보호소에 갔어요. 답답한 마음에 “살기에 어떠냐, 불만은 뭐냐, 다른 개랑 충돌은 없냐” 물어보고 싶었는데 얘네가 말을 못 하잖아요. 그래서 관찰하는 게 중요했죠. 개의 습성과 행태, 감정 등 연구된 자료도 공부했고요. 이런 기본적인 공부 뒤에는 의인화를 했어요. 버려진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 본다고 생각하고,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 고민했지요.

Q 동물을 사랑하는 어린이들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을까요?

휴대전화 같은 새로운 기계를 사면 설명서를 꼼꼼히 봐야 잘 사용할 수 있잖아요. 동물은 설명서 없이 밥이랑 물만 주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더 복잡하고 깊이 있는 설명서가 필요해요. 개와 고양이를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게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동물 3부작을 만들려고요. 세 번째 작품은 유기묘 이야기예요. <;언더독2>;도 이미 준비하고 있는데, 세 번째 작품과 동시에 만들려고요. 관객들과 자주 소통해야 하는 대중적인 예술가가 8년에 한 편씩만 만들면 안 될 것 같아요. 다음엔 더 빨리 찾아올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