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나오자마자 저를 맞이한 건 높은 건물들이었어요. 곳곳에 우뚝 솟은 건물들과 부딪히지 않으려면 조심해서 날아야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투명한 무언가가 나타나서 세게 부딪힐 뻔 했어요! 이건 뭐였을까요?
신라시대의 화가 ‘솔거’가 벽에 소나무를 그리자, 새들이 진짜인줄 알고 벽에 부딪혔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현대 도시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답니다. 다만, 이번에 새를 속인 건 그림이 아닌 ‘유리창’이지요.
대부분의 건물엔 유리창이 있어요. 유리는 표면이 매끈해서 빛을 잘 반사시켜요. 높은 건물의 유리에 푸른 하늘이 반사되면 마치 유리에 하늘이 담긴 것처럼 보인답니다. 그럼 비행 중인 새들은 유리에 비친 하늘을 보고 진짜 하늘로 착각해 부딪힐 수 있지요. 왜 그럴까요?
새는 눈이 머리 양옆에 달려 있어서 뒤쪽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넓어요. 반면 앞을 볼 수 있는 거리는 무척 짧답니다. 그래서 유리에 매우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진 이것이 진짜 하늘인지, 유리에 비친 하늘인지 잘 구분하지 못하지요. 자동차와 맞먹는 속도인 시속 30~70km로 날고 있던 새가 눈앞에 나타난 유리창을 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답니다.
실제로 미국에선 1년에 4억~10억 마리의 새가 유리창과 충돌해 죽고 있고, 캐나다에선 수천만 마리의 새가 죽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땅이 작고 새의 수가 적은 편인 우리나라에서도 1년에 수십~수백만 마리의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죽고 있다고 추정된답니다.
새의 유리창 충돌을 막기 위해 노력중인 국립생태원 이수길 과장은 “생각보다 많은 수의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죽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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