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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 왜?] 골반 뼈가 넓으면 암컷? 공룡의 암수 구별법

골반 뼈가 크면 암컷이다?

티라노사우루스 뼈 화석에 ‘수’라는 이름이 붙은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로는 티라노사우루스 뼈 화석을 최초로 발견한 연구원 이름이 ‘수 헨드릭슨’이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 이유는 이 티라노사우루스가 암컷이라서 여성적인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해요. 당시 발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티라노사우루스의 골격이 이전에 발견되었던 화석보다 훨씬 크다는 이유로 암컷이라고 판단했거든요.

이처럼 티라노사우루스 뼈 화석을 발견했을 때 몸집이 거대한 골격일 경우 암컷으로 추정하곤 했어요. 엉덩이 뼈(골반)가 넓어야 그 공간으로 공룡 알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또 꼬리뼈에 있는 ‘쉐브론’의 크기가 작은 것도 암컷이라는 증거가 됐어요. 쉐브론은 공룡 꼬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이한 뼈로, V자 모양을 하고 있어요. 알이 나오는 길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 길을 넓히기 위해 암컷 공룡의 쉐브론이 작게 진화했다는 거예요.

하지만 이후 골반 뼈나 쉐브론의 크기만 가지고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암컷인지 수컷인지 구별하는 건 정확한 방법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어요. 몸집이 크다는 것도 나이가 들어서 성장한 개체의 특성일 뿐, 성별과는 상관이 없다는 거예요.

◀ V’ 모양의 쉐브론은 꼬리의 무게를 지탱하고, 혈관과 신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티라노사우루스 골격이 발견되면, 골격의 크기보다는 골격이 묻힌 자세와 알의 위치, 주변의 공룡 화석등 티라노사우루스가 묻혔을 당시의 주변 상황을 자세히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답니다.



프릴이 누워 있으면 암컷이다?

중생대 백악기(약 7100만 년 전~7500만 년 전)에 살았던 초식공룡인 프로토케라톱스는 머리 뒤쪽에 뿔처럼 올라온 ‘프릴’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그리고 지난 1976년, 프릴의 모양으로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이 제시되었지요.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의 피터 도슨 박사는 프로토케라톱스 24마리의 프릴과 두개골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에 따르면 암컷의 프릴은 좁고, 낮은 각도로 완만하게 두개골과 연결돼 있었어요. 반면 수컷의 프릴은 암컷보다 넓적하고, 두개골에 곧추 세워져 있었지요. 또한 암컷은 콧잔등 위가 매끈했고, 수컷은 콧잔등에 돌기가 두드러지게 나 있었답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이탈리아의 마이모리노 박사팀이 프로토케라톱스 29마리로 다시 연구를 진행해 본 결과, 암수를구별할 수 있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프릴과 두개골의 특징들은 연령대가 다르거나 거대 집단에서 나올 수 있는 정상적인 변이 때문이라는 거지요.

지금까지 암수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많은 수의 표본을 연구한 자료가 없다는 점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두 마리의 화석을 비교할 때는 같은 부위의 뼈를 비교해야 해요. 그러나 한 마리는 넓적다리, 다른 한 마리는 넓적다리가 아닌 ●상완골로 비교한 경우도 있었답니다. 따라서 분석할 수 있는 표본들을 많이 찾아서 같은 부위의 뼈를 분석하고 비교해야만 암수 차이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거예요.

●상완골 : 어깨에서 팔꿈치까지 이어지는 긴 뼈.



니알라의 수컷(왼쪽 사진)과 암컷(오른쪽 사진)의 모습. 이렇게 외관상 차이가 명확해야 정확한 암수 구별이 가능하다.
 

골판이 좁으면 암컷이다?

 수컷(위쪽 사진)의 골판을 넓고, 암컷(아래쪽 사진)의 골판은 좁은 형태다.

2015년 4월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사이타 박사팀은 중생대 쥐라기에 살았던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 크기만 가지고도 암컷과 수컷으로 쉽게 구별을 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어요. 수컷 골판의 면적이 암컷 골판보다 약 45%나 더 크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지요.

연구팀은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골판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크기와 모양이 다른 표본들 모두 성체로 다 자란 스테고사우루스인 것으로 나타났지요. 티라노사우루스나 프로토케라톱스처럼 성장 속도에 따라 골판의 면적이 다른 게 아니라는 걸 밝힌 거예요. 또 등쪽에 배열된 위치에 따라 면적이 달라진 게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했답니다.

수컷은 자신의 골판을 이용해 암컷에게 ‘자기과시’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넓고 둥근 형태로 생긴 골판을 지녔을 거라고 해요. 반면 암컷의 골판은 좀더 폭이 좁고 기다란 형태로 생겼지요.

즉, 스테고사우루스의 경우 수컷끼리 서로 싸우는 결투를 통해 짝짓기 상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자신들이 갖고 있는 골판의 아름다운 모양과 화려한 무늬를 이용해 암컷들로부터 선택을 받은 거예요. 수컷 공작새가 암컷 공작새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화려한 깃털을 지니게 된 것과 같은 방식이랍니다.


# 현재 가장 확실하게 암컷과 수컷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예요. 공룡 뼈 화석이 알둥지와 함께 발굴되어 발견된다면, 그 공룡은 알을 낳은 암컷 공룡이 확실할 테니까요. 더욱더 확실한 특징을 찾을 수 있도록 더 많은 공룡화석들이 하루 빨리 발견되기를 기대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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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5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장)
  • 일러스트

    임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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