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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물리학상] 전자까지 순간 포착! 아토 과학 시대를 열다

 

벌새는 사람의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새예요. 꽃의 꿀을 먹는데, 1초에 무려 60번이나 날갯짓을 합니다. 날갯짓이 너무 빨라서 우리 눈에는 잔상만 보이지요. 벌새의 날갯짓을 제대로 보려면 벌새의 움직임보다 훨씬 짧은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야 해요. 그런데 벌새의 날갯짓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짧은 전자의 이동을 포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들이지요.

 

빠르게, 더 빠르게! 순간을 잡는 기술

 

카메라 셔터가 열렸다가 닫히면, 그 사이 렌즈를 통해 바깥의 빛이 카메라로 들어오면서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어요. 만약 셔터가 0.01초 동안 열려 있었다면 그동안 있었던 변화가 사진 한 장에 모두 합쳐져 보이지요. 간격이 짧을수록 더 찰나의 순간을 관찰할 수 있어요.

 

빛을 기록하는 장치인 이미지 센서에 전기 신호를 보내 빠른 속도로 껐다 켰다 하면 신호의 간격이 곧 사진이 찍히는 순간이 됩니다. 1초에 수십만 장면을 담을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가 바로 이런 원리로 만들어졌어요. 기초과학연구원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 김경택 부단장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컴퓨터 처리 속도의 단위는 기가헤르츠(GHz)로, 초당 수십억 번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이론적으로 나노초 단위까지는 순간의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나 원자의 움직임은 그보다도 훨씬 빠른 피코초, 펨토초 단위로 일어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날 때 시작과 끝만 볼 수 있었어요. 그사이에 일어난 과정은 추측만 할 뿐, 눈으로 관찰할 수는 없었죠.

 

1960년대 이후 레이저로 펄스(짧은 빛의 파동)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학자들은 펨토초 단위의 순간을 담는 데 성공했어요. ‘펨토 화학’의 시대를 연 이집트 출신의 화학자 아메드 즈웨일은 199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전자의 이동에 달렸기 때문에, 이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펨토초 펄스보다 1000배나 더 짧은 아토초 단위의 펄스가 필요했어요.

 

이번 수상자인 륄리에 교수는 1987년 레이저를 기체 분자에 쏘았을 때 기체 원자에 있는 전자의 에너지가 오르락내리락하며 주기적으로 생성되는 빛을 발견했어요. 아고스티니 교수와 크라우스 교수는 2001년 아토초 펄스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륄리에 교수가 발견한 빛이 아토초 펄스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이후 크라우스 교수와 륄리에 교수는 이를 발전시켜 전자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데 성공합니다. ‘아토 과학’의 시대를 연 거죠.

 

김 부단장은 “아토 과학을 통해 인류는 물질이 만들어지고, 다른 물질과 반응하는 과정을 더 정확히 알 수 있는 도구를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아토초 다음은 그보다 1000배나 짧은 젭토초”라며 “단위의 벽을 허물 때마다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하고, 인류의 시야도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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