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7/C201714N017_1.jpg)
종이를 타고 한참을 날아가자 저 멀리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어. 도대체 종이는 나를 왜 여기로 데리고 온 걸까? 그런데 잠깐, 저 건물에 세워진 기둥이 뭔가 이상한데…. 저건 설마 종이?
종이로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요?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에요. 그래서 콘크리트나 철근처럼 단단한 재료들이 사용되지요. 그런데 일본의 건축가 반 시게루는 엉뚱하게도 약한 종이로 건물을 짓는 일에 도전했답니다.
반 시게루가 사용한 건 휴지 심과 비슷하게 생긴 종이 튜브예요. 여러 겹의 종이가 둥글게 말려 있답니다. 종이에 접착제인 아교를 발라 겹친 뒤, 압축을 시키면서 단단하게 말아서 만들지요. 여기에 기름의 일종인 파라핀을 발라 물이 새지 않게 처리하면 튼튼한 종이 기둥이 완성된답니다.
종이 기둥은 종이의 두께만 3cm 정도이고, 기둥의 폭은 10~20cm 정도예요. 길이는 수m에 달하지요. 무척 단단해서 종이 기둥 하나가 약 8000kg의 무게를 버틸 수 있답니다. 이는 자차 5대에 해당하는 무게예요. 또한 종이가 강하게 압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종이 사이로 산소가 들어올 수 없어서 불이 붙지도 않아요. 1998년에 일본에서 종이 기둥 48개로 첫 건물이 지어진 이후, 지금은 수백 개의 종이 기둥으로 거대한 건물까지 짓는답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7/C201714N017_2.jpg)
종이 기둥은 재활용 종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를 구하기가 쉽고, 다 쓴 뒤 다시 재활용할 수도 있어요. 또한 저렴하게 건물을 지을 수도 있지요. 반 시게루는 이런 장점들을 활용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건물을 짓기로 마음 먹었답니다.
실제로 1995년 일본 고베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피난민들은 반 시게루가 지은 임시 집에서 생활했어요. 이때 집 한 채를 짓는 덴 200만 원도 안 들었지요. 또한 2013년엔 종이 기둥을 사용해서 지진으로 무너진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오른쪽 사진)을 복구하기도 했답니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에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어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7/C201714N017_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