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춥고, 더 건조했던 11월
올해 독감 바이러스가 유난히 빨리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대표적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기온, 습도 등의 환경요인이에요.
특히 이번에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 2016년 11월 말은 기온과 습도가 더 낮았어요. 서울을 기준으로 1년 전인 2015년 11월에 비해 평균 기온은 2.1℃, 평균 습도는 10.6%가 낮았거든요. 기온과 습도는 독감 유행에 어떤 영향을 준 것일까요?
우선 낮은 기온은 바이러스가 살아가기에 좋은 조건이에요. 바이러스의 겉 표면이 기름 성분인 지질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죠. 지질은 높은 온도에서 흐물흐물해지는 반면, 낮은 온도에서는 단단해지는 특징을 갖고 있답니다. 마치 버터가 뜨거운 프라이팬에서는 녹고, 냉장고에서는 딱딱해지는 것과 같아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제어연구센터 윤선우 선임연구원은 “바이러스의 지질층이 단단해지면 온전한 상태로 다른 숙주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어요.
한편 독감 바이러스가 공기 중을 날아다닐 때는 물방울들이 달라붙어요. 그런데 습도가 높으면 많은 물방울들이 바이러스에 달라붙으면서 무거워져서 땅으로 떨어져요. 반대로 습도가 낮으면 달라붙는 물방울이 적기 때문에, 바이러스는 가벼운 상태로 계속해서 공기 중을 떠다니게 돼죠. 결국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달될 수 있답니다.
독감 바이러스는 꽁꽁 얼어붙은 코를 좋아해~
기온과 습도는 사람의 면역력에도 큰 영향을 줘요. 독감 바이러스가 주로 침투하는 코와 목은 신체 기관들 중에서도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관이기 때문이랍니다.
지난 2015년 1월 미국 예일대학교 면역생물학과 이와사키 아키코 교수팀은 왜 체온이 낮을 때 면역력이 떨어지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해 봤어요. 연구팀은 사람의 ●기도세포를 추운 환경과 따뜻한 환경에서 키운 뒤, 감기 바이러스 중 하나인 리노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봤죠. 그러자 추운 환경에서 자란 기도세포에 리노바이러스가 더 잘 감염됐답니다.
이와사키 교수는 “기온이 낮으면 코에 있는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어요. 주변 온도가 낮으면 혈관들은 크기가 줄어들어요. 그러면 혈액에 있는 면역물질들이 코끝까지 가지 못해 코의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죠. 이로 인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스스로 죽는 능력이 떨어지게 돼요.
세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주변의 다른 세포에게 퍼지는 걸 막기 위해 스스로 죽는 길을 택해요. 이를 ‘세포사멸’이라고 하지요. 결국 면역물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세포사멸 능력이 떨어져서 주변의 세포까지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는 거랍니다.
이와 더불어 건조한 날씨는 코와 목의 피부를 쉽게 갈라지게해요. 그 결과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더 쉬워지죠. 또 코털의 움직임도 줄어들어 바이러스를 내쫓는 기능이 떨어진답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바이러스병연구소 박만성 교수는 “춥고 건조했던 지난해 11월 말은 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더 좋은 조건이었다”고 말했답니다.
●기도: 호흡을 할 때 공기가 폐로 전달되는 통로. 콧속 끝인 상기도부터 인두, 후두, 기관, 기관지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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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올겨울, 더 독해지고 빨라졌다! 독감의 습격
Part 1. 학교를 강타한 독감
Part 2. 독감의 정체를 밝혀라
Part 3. 때 이른 겨울이 독감 불렀다
Part 4. 바이러스는 변신의 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