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쌍잠자리는 왜 같이 날까요?

잠자리는 가장 비행을 잘하는 곤충 중 하나예요.
제자리에서 정지비행을 하기도 하고, 뒤로도 날 수 있어요.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어서 시력도 좋아요. 그래서 곤충 중에서 뛰어난 시각포식자로 손꼽힌답니다.
그런데 가끔 두 마리가 딱 달라붙어서 날아다니는 쌍잠자리도 볼 수 있어요. 왜 두 마리가 같이 날아다니는 걸까요?

조선시대 유명한 화가인 김홍도의 작품인 ‘하화청정’에서는 붉은 연꽃 위에 잠자리 두 마리가 어울리고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연이 있는 습지에 가면 잠자리 두 마리가 붙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습지는 최적의 산란장소

잠자리는 날개가 잘 발달되어 쉽게 이동할 수 있지만, 잠자리의 새끼인 약충은 날개와 다리가 잘 발달되지 않아 멀리 이동할 수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 암컷이 알을 낳은 장소에서 부화해서 약충으로 성장한 뒤, 성충으로 우화를 하지요.
잠자리 약충은 물속에서 살아요. 그런데 만약 성장하는 도중에 습지가 말라 버리면 잠자리가 될 수 없어요. 물고기와 같은 포식자의 눈에 쉽게 띄면 약충은 곧 물고기의 밥이 되기도 하고요. 또 잠자리 약충이 좋아하는 작은 물고기나 올챙이, 수서곤충 등이 없으면 굶어 죽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암컷은 산란장소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요.
수초가 있는 습지는 잠자리 알과 약충이 자랄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예요. 수초가 있는 곳은 숨을 수도 있고, 먹이도 모여들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잠자리 암컷은 수초가 있는 습지를 산란장소로 선호한답니다.

습지 위는 수컷들의 전쟁터

수초나 습지 근처의 식물, 또는 물위에 솟아 오른 물체에 가만히 앉아 있는 잠자리는 대부분 수컷이에요. 습지에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고 방어하는 거죠. 암컷을 관찰하기 좋은 곳을 선정하기 위해 여러 장소를 후보지로 놓고 비교하다 보니 종종 수컷들끼리 싸움도 일어나요. 이 싸움에서 이긴 수컷이 영
역을 차지하고, 암컷과 짝짓기 할 기회를 얻는답니다.
잠자리 암컷은 수컷과 짝짓기를 한 뒤, 바로 정자를 사용해 알을 수정시키지 않아요. 많은 곤충이 그렇듯이 알을 낳기 전까지 일단 ‘저정낭’이란 곳에 정자를 보관하지요. 저정낭은 암컷 생식기의 일부로, 수컷의 정자를 보관하고 필요할 때 정자를 내보내 알을 수정시키는 역할을 해요.
잠자리 암컷은 이미 저정낭에 정자가 있는 상태에서도 다른 수컷 잠자리와 짝짓기를 할 수 있어요. 알과 수정되는 정자는 이후에 연못 위에서 결정된답니다.

잠자리가 짝짓기 하는 모습. 앞에 있는 수컷 잠자리가 배끝 부분으로 암컷의 목부분을 잡고, 뒤에 있는 암컷이 배를 앞으로 구부려 고리 모양을 만든다.

 

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은 ‘애벌레’ 또는 ‘유충’이라 하고, 불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은 ‘약충’이라고 한다. 잠자리는 번데기를 거치지 않는 불완전변태를 하기 때문에 약충이라고 부른다.

정자경쟁과 짝 지키기

습지 위에서 영역을 지키고 있던 수컷은 다가오는 암컷을 발견하면 짝짓기를 하기 위해 바로 낚아채요. 만약 그 암컷의 저정낭이 이미 다른 정자로 차 있으면 호미처럼 생긴 가늘고 긴 생식기 끝부분으로 긁어내지요. 그런 다음 짝짓기를 통해 다시 자신의 정자를 저정낭에 넣어요. 결국이 암컷이 알을 낳게 되면 가장 나중에 짝짓기한 수컷의 정자를 사용하게 돼요. 이것을 ‘마지막 수컷 우선효과’라 불러요. 이처럼 잠자리 수컷끼리의 경쟁은 연못 위의 영역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암컷의 몸 안에서도 벌어지지요. 이것을 ‘정자경쟁’이라고 한답니다.

 
암컷 잠자리는 수컷 잠자리와 짝짓기를 한 뒤 정자를 저정낭에 보관한다.

다른 수컷을 물리치고 암컷과 짝짓기 하는 행운을 누렸지만 수컷의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짝짓기 후 다른 암컷을 만나 다시 한 번 번식을 시도 할 수 있거든요. 그러나 방금 짝짓기한 암컷이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하면 이 수컷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지요. 그래서 수컷은 현재 짝짓기를 한 암컷을 지
키든지 아니면 새로운 암컷을 찾아 나서든지 결정해야 해요.
만약 수컷이 현재의 암컷을 지키기로 결정했다면 다른 수컷이 접근하지 못하게 암컷의 몸에 착 달라붙어 날아다녀요. 우리가 발견했던 쌍잠자리가 바로 ‘짝 지키기’였던 거예요. 경쟁자가 짝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고, 짝짓기 상대자가 다시 짝짓기를 하지 못하게 하는 행동인 셈이죠. 앞에 있는 수컷이 배 끝 부분을 이용하여 암컷의 머리 뒷부분을 꽉 잡고 같이 날아다닌답니다.

 

수컷 잠자리가 암컷 잠자리 곁에 딱 붙어 있는 것은 다른 수컷이 접근하는 것을 막는 ‘짝 지키기’ 전략이다.

동물들의 짝 지키기

동물의 ‘짝 지키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경쟁자가 짝한테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신체적 예방 전략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짝을 경쟁자 로부터 숨기는 전략이지요. 잠자리 수컷이 짝짓기 후 암컷과 같이 비행하며 다른 수컷이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은 신체적 예방 전략에 해당돼요.
한편 화학통신으로 짝짓기를 하는 곤충은 암컷이 성페로몬을 발산하고,


자동차 표면에 알을 낳는 잠자리

최근 자동차의 표면에 알을 낳는 잠자리를 흔히 볼 수 있어요. 한 여름 햇빛에 오랫동안 노출된 자동차 표면은 엄청 뜨거워요. 그래서 잠자리가 자동차 표면에 알을 낳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알은 달군 프라이팬에 놓인 것처럼 익어 버려요. 그런데도 왜 암컷 잠자리는 자동차 표면에 알을 낳을까요?
가끔 연못 위에 반사된 빛을 보면 섬광이 비친 것처럼 번쩍일 때가 있어요. 빛이 반사되어 편광이 됐기 때문이에요. 잠자리와 같은 곤충은 이런 편광에 민감하게 반응해요. 만약 자동차 표면에서 반사된 빛이 편광이 되면 잠자리는 물의 표면에서 반사된 빛이라고 착각할 수 있어요. 그러면 잠자리는 자동차 표면이 물인 줄 알고 알을 낳는답니다.
이 때문에 잠자리가 자동차 표면에 알을 낳는 행동을 막기 위한 연구가 필요해요. 또한 잠자리가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자동차 표면을 처리하는 방법도 개발되어야 하겠지요.
 


수컷은 이 페로몬에 유혹돼 짝짓기를 해요.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은 암컷이 다시 짝짓기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성페로몬을 뿜을 수 있어요. 반성페로몬은 성페로몬과 섞여 다른 경쟁자가 암컷을 찾지 못하게 하거나, 암컷이 이미 짝짓기 하였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한답니다. 이 전략이 바로 짝을 숨기는 전략에 해당되지요.
짝 지키기는 경쟁자가 짝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고, 짝이 배반하는 것을 막는 행동이에요. 짝 지키기
에 실패하면 현재의 짝과 번식할 기회를 한시적으로 또는 영원히 잃게 되지요. 뿐만 아니라 짝짓기 후 확실히 수정시키지 못하면 유전적으로 남의 자손을 돌보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짝 지키기는 많은 동물에게 잘 발달되어 있답니다.
 
금슬 좋은 부부를 상징하는 원앙은  번식기 때 꼭 붙어다닌다. 이는 암컷이 다른 수컷을 만나지 않도록 경계하는 짝 지키기’ 전략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4년 2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장이권 교수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사회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