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가니 맛있는 가을 제철 과일들이 가득합니다. 쭉 둘러보다 포도를 고르려는데, 고민이 됩니다. 포도 두 종류가 비슷하게 생겼는데, 가격 차이는 매우 크네요. 하나는 청포도, 하나는 샤인머스캣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다른 걸까요?
청포도청포도는 품종 이름이 아니라, 포도를 색으로 분류한 한 종류입니다. 우리가 주로 즐겨 먹는 청포도는 ‘톰슨 씨들리스(thompson seedless)’라는 품종이지요.
약 2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캠벨 얼리’ 품종의 보랏빛 적포도를 먹었습니다. 캠벨 얼리는 알이 공처럼 동그랗고, 껍질이 두꺼우며 과즙이 많아요. 포도 알을 잡아서 안에 과육만 ‘호록’하고 빼 먹지요. 물론 씨가 있어서 따로 뱉어야 했습니다.
반면 톰슨 씨들리스는 알 속에 씨앗이 없고 껍질이 얇습니다. 적포도에 비해 알이 길쭉하고 녹색이 선명하죠. 톰슨 씨들리스는 한국·칠레 FTA가 체결된 2004년부터 우리나라에 수입되기 시작했습니다. 껍질 째로 한입에 먹을 수 있다는 장점 탓에 ‘씨없는 청포도’라는 별칭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지요. 이후 지금까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품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잘 익은 톰슨 씨들리스를 골고 싶다면 노란빛이 나는 것을 선택하세요.
샤인머스캣이 쏘아올린 종자전쟁?!
올해 초 일본은 종묘법에 ‘새 작물의 종자를 일본에서만 재배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어요. 샤인머스캣이 발단이 됐죠. 일본은 샤인머스캣을 개발한 뒤, 우리나라에 따로 품종등록을 하지 않았어요. 그 사이 우리나라는 정식으로 구입한 종자로 샤인머스캣을 개발했죠. 그 결과 우리가 샤인머스캣을 재배해도 일본은 사용료를 받지 못해요. 현재 한국산 샤인머스캣은 전 세계에 활발하게 수출되고 있답니다.
샤인머스캣
최근 가을 과일 중 샤인머스캣의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가격은 한 송이에 1만~5만 원 대로 비싸지만, 당도가 18브릭스● 이상으로 일반 포도(약 14브릭스)보다 훨씬 달아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고 있지요.
샤인머스캣은 청포도의 일종으로, 원산지는 일본입니다. 1988년 일본의 국립과수과학연구소에서 3가지 포도 품종을 교배해서 만들었어요. 20~23브릭스로 당도가 가장 높은 ‘스튜벤’과 머스캣 향이 풍부한 ‘머스캣 오브 알렉산드리아’, 알맹이가 큰 유럽 포도인 ‘하쿠난’이지요. 이 세 품종의 장점이 합쳐져 달고 향이 좋으면서 과육이 크다는 특징을 갖게 된 것입니다.
다른 청포도와 비교해 보면 과육이 훨씬 크고 공처럼 동그란 편입니다. 씹었을 때 아삭한 식감과 머스캣 향 때문에 망고 맛이 느껴져 ‘망고 포도’라고도 불리지요. 씨가 없어서 껍질 째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맛있는 샤인머스캣을 고를 땐 알이 큼직하고 온전한 타원형인 것이 좋아요.
●브릭스(brix) : 당도를 나타내는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