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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지킴이, 넓적부리도요를 구하라!

갯벌은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평평하게 드러나고, 바닷물이 들어오면 잠기는 바다와 육지 사이의 땅이랍니다. 바닷물이 운반하는 먹이가 풍부해 철새에게는 최고의 사냥터지요. 오늘도 도요새, 물떼새, 오리, 기러기, 저어새 같은 다양한 새들이 갯벌에서 먹이를 먹고 있어요. 그런데 갯벌 저 멀리서 눈길을 끄는 특이한 외모를 가진 한 마리 새가 있네요. 그 새의 이름은 바로….….



 

멸종위기에 처한 넓적부리도요

도요새는 계절에 따라서 알을 낳는 ‘번식지’와 겨울을 나는 ‘월동지’를 오가는 철새입니다. 시베리아 에서 번식하고, 미얀마나 방글라데시 같은 동남아시아에서 월동하기 때문에 철새 중에서도 나그네 새에 속하지요. 도요새는 시베리아, 중국과 우리나라, 동남아시아, 호주와 뉴질랜드 등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를 따라 여행하면서 봄과 가을 우리나라 갯벌에 들러 먹이를 먹는답니다.



여름철새와 겨울철새

우리나라에서 번식을 하는지, 아니면 월동을 하는지 여부에 따라 여름철새, 겨울철새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겨울철새 112종, 여름철새 64종이 있다.



넓적부리도요

우리나라를 찾는 도요새 중 넓적한 특이한 부리를 가진 새가 바로 ‘넓적부리도요’다. 영어로는 ‘spoon-billed sandpiper’라고 한다. ‘스푼 모양의 부리를 가진 도요새’라는 의미. 몸길이가 약 17㎝밖에 안 되는 작은 새다. 배는 흰색이고 등은 갈색이다. 하늘에서 보면 갯벌색과 비슷하고 땅에서 보면 하늘색과 비슷하다.



나그네새와 길 잃은 새

우리나라에서 번식이나 월동을 하지는 않지만 봄, 가을에 휴식을 취하는 나그네새도 90여 종이나 있다. 때때로 다른 이동경로에서 이탈한 길 잃은 새도 발견된다.



넓적부리도요는 2000년 이후 매년 26%씩 줄어들어 현재는 전 세계에 100여 쌍 만 살아있어요. 1970년대 에 2000쌍이 넘었다고 하니 전체 수의 88% 가량이 줄어든 셈이지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금처럼 빠르게 수가 줄어든다면 10년 안에 넓적부리도요는 멸종한다
고 보고했답니다. IUCN에서 정한 멸종위기등급도 ‘위급’에 해당한대요. 넓적부리도요는 왜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 걸까요?



철새의 쉼터, 서해 갯벌

갯벌은 어류, 갑각류, 조개류, 두족류 같은 수산자원이 풍부해 철새에 게 좋은 먹이를 주는 쉼터랍니다. 철새는 먹이를 먹고 지친 날개도 쉬게 하려고 갯벌에서 쉰답니다. 충남 서천 장항, 낙동강 하구 을숙도, 강화 대송도 같은 갯벌이 철새에게 중요한 쉼터인 ‘중간 기착지’가 된답니다. 특히 새만금 갯벌은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45종의 도요새 중에서 30여 종이 지나가는 중요한 기착지예요.
전 세계 갯벌의 83%가 우리나라 서해안에 분포해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위치 기반 서비스에 쓰는 위성항법장치(GPS)를 달아서 철새의 이동경로를 파악한 결과, 시베리아부터 호주나 뉴질랜드까지 이동하는 철새가 서해로 모여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를 따르는 철새 대부분이 서해 주변의 갯벌에서 ‘중간 기착’을 해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갯벌에는 도요새
가 많고, 오리류, 기러기류, 두루미류, 황새 등 다양한 새도 찾아온답니다. 매년 봄과 가을, 갯벌에는 철새가 모여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요. 넓적부리도요도 이런 철새 무리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는 유부도에서 6~9마리를 계속 관찰했어요.


리아스식 해안
육지가 가라앉거나 해수면이 올라가 육지의 일부가 바다 속에 잠겨 만들어진 복잡한 해안을 말한다. 수심이 얕고 밀물과 썰물 때 해수면 차이가 매우 커 갯벌이 만들어지기 좋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이 리아스식 해안이다.


갯벌
썰물 때 드러나는 넓고 평평한 땅. 오랫동안 퇴적물이  쌓여 철새먹이가 풍부하다.





골짜기였던 지형이 가라앉으면 파인 부분에 물이 들어와 만이 형성된다.


방조제
밀물을 막는 제방. 갯벌을 매립해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때 설치하는 장치다.



사라지는 갯벌, 줄어드는 철새

철새의 쉼터인 갯벌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답니다. 그동안 갯벌의 가치를 잘 몰랐던 사람들이 갯벌 을 막고 매립해 다른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관광지, 농지, 산업용지를 만들면서 갯벌이 점점 사라져 철새는 먹이를 먹고 쉬는 곳인 중간 기착지를 잃어버렸답니다. 중간 기착지에서 충분히 영양을 보충하지 못하는 철새는 날다가 떨어져 죽거나 다치기도 해요.




 

개발로 밀려나는 갯벌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갯벌이 줄어가는 모습이다. 철새가 쉬면서 먹이를 먹는 중간 기착지가 줄어들었음을 보여 준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1917년 면적의 43%가 매립됐다. 초기엔 농경지 확보를 위한 소규모 매립이 이뤄졌다면 현재는 새만금 간척사업 같은 산업과 관광을 위한
대규모 매립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의 중간 기착지가 줄어들면서 철새는 점점 좁은 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먹이 경쟁이 치열해져 살아남기가 더 어려 워졌답니다. 매년 우리나라 갯벌을 이용하는 철새가 5~9%씩 줄어들 고 있다는 보고도 나왔지요.



시화호의 같은 환경오염 사례를 통해서 사람들은 환경 변화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예측 없이 대규모 로 바다를 막는 개발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답니다. 조개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해양 생태 계가 심각하게 파괴됐고, 이익을 얻고자 개발을 했던 사람들도 결국 피해를 입게 됐기 때문이에요. 이후 국가와 연구기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이 갯벌의 친환경적 이용 방법과 철새 보호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하기 시작했답니다. 어떤 논의를 하고 있을까요?



 




경기도 안산에 있는 인공호수인 시화호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려고 대부도와 송도 사이 바다에 1994년 시화방조제를 설치해 짠물을 빼고 담수호를 만들었다. 방조제 안쪽에는 56.5㎢의 호수인 시화호가 생겼다. 그러나 주변 공장과 생활하수가 들어가면서 3년 만에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가 됐다. 2008년 철새 900여 마리가 떼죽음 당하기도 했다. 이후 시화호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세계가 하나로, 철새 살리기

장거리를 여행하는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여러 나라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여러 나라의 정부와 국가와 국가의 협력 조약을 맺어 세운 정부간 기구, 비정부기구(NGO) 등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지요. 그럼 철새를 보호하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을 살펴볼까요?


EAAFP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에 속하는 다양한 기관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우리나라에는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East Asian-AustralasianFlyways Partnership)이라는 기구를 마련했어요. EAAFP는 멸종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를 보호하기 위해 넓적부리도요의 영문명 첫글자를 따서 ‘SBS’라는 팀을 만들어 모니터링, 인공부화, 방사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넓적부리도요를 구하라❶ 습지 지키기

EAAFP는 중요한 철새 서식지인 습지를 인증하고 관리하는 노력을 해요. 현재 EAAFP에는 100개 정도의 습지가 등록됐고 우리나라의 천수만, 순천만, 우포늪 등 모두 11개 지역이 포함돼 있지요. ‘철새이동경로 워크숍’을 꾸준히 열어 철새에 대한 세계 연구자들의 생각도 모으고 있답니다. 갯벌 같은 습지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불필요한 개발을 막을 수 있도록 생태관광을 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어요.


넓적부리도요를 구하라❷ 인공부화

최근 EAAFP의 러시아 조류학자와 물새와 습지 트러스트(WWT)가 협력해 넓적부리도요를 인공부화시키고 방사하는데 성공했어요. 시베리아에서 가져온 넓적부리도요의 알 20개 중에서 17개를 인공부화 시킨 후 녹색 가락지를 달아 9월 초 러시아에 방사했답니다.


넓적부리도요를 구하라❸ 도요새 사냥 금지

넓적부리도요가 줄어드는 원인 중 하나인 사냥 문제 해결에 나서기도 했어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사람들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고 도요새를 먹기도 한답니다. 넓적부리도요를 1년 만에 22마리 잡았다는 원주민도 있었대요. 그래서 EAAFP는 원주민을 설득해 사냥을 금지하고 도요새 도래지를 생태관광지로 개발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조정했지요


이처럼 EAAFP는 전 세계 사람들과 협력해 다양 한 일을 하고 있어요. 시화호 같은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한 철새 서식지를 관리하고, 유전자 보존을 위해 인공부화를 시도하며, 철새 도래지에 사는 원주민들도 설득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인천 송도 갯벌타워에 있는 EAAFP 사무국 칠판에는 언제 나 해외출장 일정이 가득해요.



어린이 환경외교관이 되자!
철새를 보호하는 일은 여러 나라가 서로 힘을 모아야 해서 ‘환경외교’로도 볼 수 있어요. ‘어린이과학동아’ 독자라면 철새 보호에도 빠질 수 없겠죠~! 철새를 지키는 어린이 환경외교관이 돼 보세요. 환경외교관으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실천해 봅시다.


1 환경 뉴스에 관심 갖기

환경 문제는 우리 가까운 곳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답니다. 철새와 관련해서도 새만금, 장항갯벌 처럼 개발과 보존 문제가 맞서고 있어요. 어린이 환경외교관이라면 항상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선, 철새가 살아가는 습지에 대해 논의하는 ‘람사르 총회’, 지구환경문제의 모든 것을 다루는 ‘세계자연보전총회’ 같은 국제적 노력에 관심을 기울여 보세요. 신문과 방송을 통해 배운 내용을 토대로 친구나 가족과 환경문제에 대해 토론하다보면 어느새 환경문제를 고민하고 알리는 ‘진짜’ 환경외교관으로 성장해 있을 거예요.


2 철새 관찰하기

이번 가을에는 철새 관찰하기에 도전해 보세요~! 철새 도래지에서 철새를 관찰하며 생태관광을 할 수 있답니다. 생태관광은 갯벌을 개발하지 않고도 지역 주민에게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이에요. 어린이 환경외교관이라면 무분별한 갯벌 개발도 막고, 생생한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생태관광에 직접 참여하는 게 좋겠죠? 특히 천수만 버드랜드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철새와 함께하는 천수만 힐링체험’
같은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어요.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서산 버드랜드에서 열린답니다. 넓적부리도요는 보기 어렵지만 다른 도요새와 가창오리의 군무를 감상할 수 있어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어린이 환경외교관을 응원합니다~!
넓적부리도요는 박원순 서울시장님의 짝꿍 동물이기도 하답니다. 희망제작소에 계시던 시절 짝꿍 동물을 알게 됐고자연의 교훈을 가득 담은 환경 도서인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를 읽고 넓적부리도요를 고르셨대요. 이렇게넓적부리도요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박원순 시장님께서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을 위해 한 마디 남기셨어요.


넓적부리도요가 멸종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제 짝꿍 같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위해서 행동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갯벌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일을 하는 단체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보내고 주위 사람들과 관심을 나눠 보세요. 어린이 여러분께 부탁합니다. 지금 갖고 있는 자연에 대한 사랑을 놓지 말아 주세요. 저도 짝꿍을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있겠습니다.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도 박원순 서울시장님 말씀처럼 넓적부리도요 와 철새를 위해 힘써 줄 거죠? 넓적부리도요는 9월 초순 우리나라에 찾 아와요. 새만금과 낙동강 하구 등에서 작은 조개류, 갯지렁이, 새우류를 먹는답니다. 10월이 지나면 동남아시아로 월동하러 떠날 넓적부리도요 의 미래를 응원해 주세요~!




한 걸음 더!

색이 변하는 넓적부리도요?

새는 계절마다 깃털의 색을 바꾼답니다. 번식을 하며 더러워진 깃털이 빠지고 새 깃털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도요새는 봄에 번식을 하기 전에 붉은 색깔 여름깃을 가지고 있답니다. 번식이 끝난 후에는 흰색과 회색을 띠는 겨울깃이 새로 나오지요. 도요새는 여름과 겨울마다 색이 바뀌지만 참새처럼 색이 바뀌지 않는 새도 있고 매나 갈매기처럼 3~4년에 한 번씩 털갈이 하는 새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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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최새미 기자
  • 기획 및 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사무국
  • 기획 및 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조간대 서식지에 대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상황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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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새 지킴이 노빈손 한강에 가다
  • 기획 및 글

    소년, 갯벌에서 길을 묻다
  • 도움

    서울대학교 야생조류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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