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추리 영화에 빠진 섭섭박사님은 과학수사대가 범인의 DNA를 추출하는 장면에 꽂혔어요. 그 장면을 따라해 보고 싶어 궁리하던 섭섭박사님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다름 아닌 바나나! 범인 대신 바나나의 DNA를 추출해 보겠다고요?
도전
실험
바나나 속 DNA를 분리해 보자!
섭섭박사님이 잘 익은 바나나를 하나 꺼내와 사정없이 으깼어요.
바나나 속 DNA를 분리하려면 우선 바나나를 으깨야 한대요.
DNA는 유전 정보를 담은 물질을 말합니다. 바나나의 DNA는 바나나 세포 속 핵막●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관찰하기 위해선 그 속에서 꺼내야 해요. 세제의 계면활성제가 기름 성분으로 싸인 세포막과 핵막을 녹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덕분에 핵 속의 DNA만 따로 꺼낼 수 있었어요.
차가운 알코올을 붓자 DNA가 떠오른 이유는 뭘까요? 용액에 녹아 있는 DNA는 물과 강하게 결합되어 있어요. 그런데 알코올을 부으면 DNA와 물 사이의 결합을 끊습니다. 물과 결합이 끊어진 DNA는 용액 속 소금(나트륨 이온)과 뭉치면서 하얗게 덩어리가 졌죠. 이 때문에 용액과 알코올이 만나는 경계면에 덩어리진 DNA가 몽글몽글 피어났던 거예요. 이때 알코올을 차갑게 한 뒤 유리병 벽면을 따라 천천히 부어야 용액과 바로 섞이지 않고 층을 더 쉽게 낼 수 있어요. 바나나뿐만 아니라 브로콜리, 딸기 등으로도 실험할 수 있답니다.
●핵막: 세포의 핵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
한걸음
더!
바나나의 갈색 반점, 이틀이 전성기?
바나나는 갈변이 빨라 소비되지 못한 채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나나가 버려지는 걸 막기 위한 연구를 소개합니다!
먹을 수 있는 바나나가 대량으로 버려지고 있어요. 지난 2018년 스웨덴 칼스타드대학교 환경및에너지시스템학과 리사 맷슨 연구원팀은 팔리지 않아 진열대에서 바로 버려진 식재료의 종류와 양을 1년간 조사했어요. 조사 결과 바나나가 가장 많았으며, 그 이유는 빠르게 갈변하는 바나나의 갈색 껍질 때문이었죠. 갈변한 과일은 먹어도 괜찮지만 외관상 거부감이 들어 사람들이 모두 구입을 꺼려해서 발생한 쓰레기였어요.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생화학과 올리버 스테인벅 교수팀은 갈변 때문에 버려지는 바나나를 막고자 갈변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연구했어요. 지난 5월, 교수팀이 일주일간 바나나의 갈변 과정을 관찰한 결과, 갈색 반점은 대부분 처음 이틀 동안 생겨났으며 이후에는 더 이상 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갈변은 과일 껍질에 있는 기공●으로 들어간 산소 때문에 생겨요. 바나나 껍질에 퍼져 있는 기공은 정상적인 기공과 결함이 있는 기공으로 나뉩니다. 스테인벅 교수는 이중에서 결함이 있는 기공 위주로 산소가 침투된다고 분석했어요. 그렇게 침투된 산소가 껍질에 갈변을 일으켰고, 이후 처음 형성된 반점 위주로 갈변 현상이 진행된다고 해석했죠.
국제지속가능한개발연구소(IISD)에 따르면 바나나는 2019년에 약 1억t(톤) 이상 경작됐지만 절반에 달하는 5,000만t 정도가 폐기물로 버려졌어요. 스테인벅 교수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갈변 과정을 이해하고 억제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갈변을 줄일 연구를 이어서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공: 식물의 잎이나 과일 껍질에 있는 숨구멍.
도전! 섭섭박사
실험왕!
김지현
서율, 지안이가 만든 무지개 워터파크~!
실험
하나 더!
범인의 지문을 밝혀라!
DNA를 무사히 추출한 섭섭박사님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어요. 이번엔 범인의 지문을 채취해 보겠다고요?
컵을 덮고 기다리자 컵 안쪽 면에 찍었던 지문이 하얗게 나타났어요. 그 비밀은 컵 속에서 휘발된 순간접착제에 있습니다. 순간접착제 속에는 ‘시아노아크릴레이트(CA)’라는 성분이 있어요. 시아노아크릴레이트는 휘발성이 강해 공기 중으로 쉽게 날아가며, 수분과 만나면 하얗게 굳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 성질 때문에 핸드크림을 바른 손가락이 남긴 지문 속 수분과 시아노아크릴레이트가 만나 지문 모양이 드러났던 거예요.
이렇게 시아노아크릴레이트를 이용해 지문을 찾는 방법을 ‘CA훈증법’이라고 합니다. 실제 법의학 분야에서 지문을 찾아낼 때 쓰는 방법이에요. 매우 간단한 방법이라서 많이 사용하고 있지요. CA훈증법 이외에도 흑연 등 검은 가루를 뿌려 표면에 남은 지문을 채취하는 방법이나 ‘닌하이드린’이라는 용액을 뿌려 지문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