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지구 정복을 위한 은신처를 새로 마련한 닥터 그랜마예요. 그런데, 흑흑…. 은신처로 가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어요. 오늘도 은신처를 찾아가려고 나섰다가 갈림길에서 이쪽 방향이 맞는지, 저쪽 방향이 맞는지 헷갈려 하다 그냥 돌아왔답니다. 길을 잘못 찾아 길치라는 별명도 생겼지만 은신처까지 못 찾게 될 줄이야…ㅜㅜ. 그런데 쇠똥구리가 기똥차게 길을 찾는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래서 쇠똥구리에게 한 수 배우려고 왔답니다.



 소똥 위에서 춤을 춘다며?

저는 가끔씩 ‘소똥 공’ 위로 올라가 좌우로 빙빙 돌아요. 이걸 보고 스웨덴의 에밀리 바이어드 교수가 ‘춤을 춘다’라고 말하더군요. 제 춤을 보고 싶으면 제가 소똥을 굴리고 가는 걸 조금만 관심 있게 보시면 돼요.

거꾸로도 일정한 방향으로 간다고?

바이어드 교수도 제가 머리를 땅으로 하고, 뒷다리로 공을 굴리면서 거꾸로 가는데도 어떻게 일정하게 방향을 유지하며 가는지 궁금해 했어요. 그래서 저를 데리고 가 플라스틱 튜브에 넣고 실험하더군요. 연구팀은 장애물이 많아 굴리는 공의 방향이 자주 바뀔수록 제가 춤을 추는 횟수가 느는 걸 관찰했어요. 또 춤을 출 때 주변의 물체를 살짝 옮기거나 빛의 위치를 바꾸면 제가 방향을 많이 바꾼다는 사실도 알아냈죠. 연구팀은 이 실험으로 제가 춤을 추면서 주변환경과 태양의 위치를 순간적으로 기억해 진행 방향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아내더군요.

어떻게 춤으로 집을 잘 찾아갈 수 있는 거지?

저는 춤을 추는 짧은 시간에 사진을 찍듯이 주변 환경을 기억해요. 그런 다음 이 기억을 토대로 소똥을 굴리는 거예요. 가는 길에 장애물이 있으면 가던 방향이 틀어져요. 그래서 저는 소똥 위에 올라가 춤을 추면서 다시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해요. 주변 환경을 새로 기억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앞을 보지 않더라도 거꾸로 정확히 집을 찾아갈 수 있답니다. 바이어드 교수는 제가 태양의 위치만으로 진행하던 방향을 기억한다고 말했어요. 또 구름 낀 날에 약한 태양빛을 이용해 마치 나침반을 든 것처럼 제가 길을 찾는 걸 보고 감탄하기도 했지요.

내 은신처로 가는 길도 알려줄 수 있겠니?

제가 한 번 가봤다면 알려 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닥터 그랜마의 은신처를 제가 한 번도 못 가봐서 알려 드릴 수가 없네요. 저처럼 해를 보며 똥춤을 춰 보세요. 그러면 기억이 떠오를지도 모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