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어과동 최고의 악당, 닥터 그랜마야! 나와 함께 지구 정복을 이룰 지구 생명체를 찾아다니고 있지! 그런데 얼마 전, 길을 걷다가 바나나 껍질을 밟고 넘어졌지 뭐야? 그때 지구 정복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지! 지구 전체에 바나나 껍질을 깔아서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거야! 바나나야~! 나와 함께 지구 정복을 해 보자!
닥터 그랜마 : 바나나야, 안녕? 자기소개를 부탁해!설마 나를 모르는 친구들은 없겠죠?
바나나 : 그냥 먹기도 하고, 갈아먹기도 하고, 튀겨먹기도 하는 바나나입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죠. 사실 저는 한국에서는 굉장히 귀한 과일이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께 여쭤 보면 어렸을 때 바나나를 못 먹어보신 분이 꽤 많았을 거예요. 1991년이 돼서야 한국에서 바나나를 보기가 쉬워졌거든요. 저는 영양분이 풍부하고 지방, 나트륨, 콜레스테롤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저를 다이어트 음식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닥터 그랜마 : 와! 넌 정말 몸에 좋은 과일이구나?
바나나 : 최근엔 저를 이용해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기도 했답니다. 미국 미시간대 데이빗 마코미츠 교수팀이 바나나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사용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어요.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대표적인 물질 중에 ‘렉틴’이라는 단백질이 있어요. 렉틴은 바이러스 표면에 달라붙어 바이러스가 다른 세포에 붙는 것을 막아요. 하지만 렉틴은 치명적인 단점도 가지고 있답니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 줌과 동시에 세포의 분열을 촉진하는 역할도 하는 거예요. 만약 세포 분열을 촉진하는 렉틴이 에이즈 바이러스와 결합하면, 에이즈 바이러스를 오히려 증식 시키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답니다.
닥터 그랜마 : 부작용이라니…, 무서워!
바나나 : 걱정하지 마세요! 마코미츠 교수팀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나나에서 추출한 렉틴인 ‘반렉(BanLec)’ 단백질을 사용했거든요. 반렉 단백질 역시 자연 상태에서는 세포 분열을 촉진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연구팀은 반렉 단백질을 가공해 표면의 분자 구조를 바꿨지요. 이렇게 변형된 반렉 단백질은 세포 분열을 촉진하는 기능이 거의 사라졌답니다.
실제로 반렉 단백질이 섞인 동물의 혈액에 C형 간염, 독감, 에이즈 바이러스를 반응시켜 본 결과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바나나의 성분이 정말 대단하죠?
닥터 그랜마 : 대단하다! 나랑 같이 지구 정복을 할래?
바나나 : 나는 아직 지구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요. 마코미츠 교수님은 바나나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해 현재 치료 불가능한 바이러스성 질환들을 고치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대표적 바이러스 질환인 에이즈 때문에 전세계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거든요.
닥터 그랜마도 작년에 독감 때문에 며칠 동안 누워 있었죠? 저는 교수님을 도와 에이즈나 독감같은 바이러스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거예요. 미안하지만 지구 정복 짝꿍은 다른 곳에서 알아보시는 편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