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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어린이과학동아’죠? 궁금한 게 있어요. 미술관에 갔는데, 그림에 파란 옷을 입은 사람이 많이 나왔어요. 왜 그런지 이유를 밝혀 주세요!”
시원한 바다와 하늘을 생각나게 해인기가 많은 파란색. 그런데 화가들도 파란색을 즐겨 썼다니, 그게 정말일까요? 그림 속에 그려진 파란 옷의 정체를 찾아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보겠습니다. 슝~!




 
파란 옷을 입은 천사 발견!

끼기긱~! 타임머신의 계기판에는 1395년이 찍혀 있어요. 600년 이상 과거로 날아왔군요. 눈 앞에는 병풍처럼 그려진 두 장의 그림(❶)이 있
어요. 영국 왕과 왕비, 성자들이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와 천사들을 맞이하는 모습이네요.
이 가운데 성모와 천사를 표현한 오른쪽 그림을 봐 주세요. 우리가 찾던 선명한 파란 옷을 볼 수 있지요? 성모와 천사들이 입고 있는 옷의 독특한 파란색은 ‘울트라마린’이라고 하는 가루의 색이에요. 울트라마린은 ‘청금석’이라고 하는 대리석 비슷한 돌을 곱게 간 것으로, 여기에 나무의 수액을 섞으면 파란 물감이 되지요. 청금석은 반짝반짝 빛나기 때문에 일찍부터 보석으로 쓰였어요. 게다가 중동의 아프가니스탄에서 사 와야 했기 때문에 황금보다도 비쌌어요. 그러니까 파란색은 부자가 화가를 도와 주어야만 쓸 수 있는 귀한 색이었던 거죠.
파란색이 귀한 색이 된 이유는 또 있어요. 바로 성모 마리아의 옷을 그릴 때 쓰는 색이었기 때문이에요. 원래 성모는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의미에서 검은색 옷을 입었어요. 그런데 약 800년 전인 1200년대에, 유럽의 교회에서 그 옷의 색깔을 파란색으로 그리라는 규칙을 정했어요. 이 규칙 덕분에 파란색은 성모를 표현하는 신성하고 귀한 색이 되었고, 가문을 나타내는 문장이나 옷에까지 널리 쓰이게 되었어요. 그림 속에 파란색 옷이 많이 등장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랍니다.



 



 



천재도 꼼짝 못한 울트라마린

파란색이 얼마나 비싸고 귀한 물감이었는지 알기 위해 이번에는 500년 전 이탈리아로 가 보겠습니다. 천재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파란색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는 기록이 있거든요.
➌번 그림을 보세요. 아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를 중심으로 왼쪽에 십자가를 든 세례자 요한, 오른쪽에 천사 우리엘이 그려져 있어요. 다 빈치는 이 그림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주문 받았는데, 계약서에는 울트라마린을 칠할 부분과 그 양, 비용까지 정확하게 정해져 있었답니다. 천재 화가로 명성이 자자한 다 빈치도 후원자로부터 돈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해요.
다 빈치의 또다른 그림인 <;최후의 만찬>;(➋)에도 파란 옷을 입은 예수와 제자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요.
다 빈치는 그림 그리는 속도가 느려서 이 벽화를 빨리 완성할 수가 없었대요. 그런데 *템페라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면 그림이 빨리 말라서 작업을 늦게 할 핑계가 없었지요. 다 빈치는 꾀를 내어벽 위에 템페라로 밑그림을 칠한 뒤, 그 위에 다시 *유화를 발랐어요. 그러고는 “그림이 안 말라 빨리 그릴 수가 없다”고 핑계를 댔어요.
그런데 다 빈치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어요. 템페라를 바른 부분에 습기가 차기 시작한 거예요. 기름 성분인 유화 부분에는 습기가 차지 않고 템페라에만 습기가 차자, 유화로 그린 색이 분리돼 우수수 떨어져 버리고 말았어요. 이 작품은 1980년대에야 비로소 복원돼 원래의 아름다운 파란색을 되찾을 수 있었답니다.

*템페라 : 울트라마린과 같은 색채 안료에 벌꿀이나 계란, 나무 수액 등 끈적끈적한 액체를 넣어 만든 물감. 빨리 마르는 것이 특징이다.
*유화 : 색채 안료와 기름을 섞어 만든 새로운 물감. 느리게 마르는 것이 특징이다.



 


달콤한 환상의 세계로 풍덩~!

마지막으로 20세기의 그림을 보며 글을 마치기로 해요. ‘색채의 마법사’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샤갈은 <;나와 마을>;(➍)이라는 그림을 그렸어요. 샤갈은 상상력이 풍부한 화가로 자신의 심정을 담아서 환상적인 분위기의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이 그림에서 그런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지요. 이 그림을 그릴 무렵 샤갈은 고향을 떠나 파리에 살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 그림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지요. 초록색으로 그려진 오른쪽 얼굴이 그림을 그릴 당시의 샤갈이에요. 그리고 왼쪽 귀퉁이의 파란색 하늘 아래에서 어린 양의 우유를 짜는 소년이, 바로 고향에서 행복한 시절을 보내던 때의 샤갈이랍니다.
샤갈은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등의 다채로운 색깔 하나하나에 소중한 의미를 담았어요. 특히 파란색으로는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지요. 수백 년 전에 신성함과 부의 상징이었던 파란색이, 20세기에 들어서는 꿈 같은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환상의 색으로 그 의미가 변한 거예요. 어떤가요? 시대에 따라 색이 갖는 의미와 그 속에 숨은 과학을 잘 알 수 있었지요? 다음 회에서 또다른 그림 속 과학 이야기와 함께 친구들을 만나러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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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공하린 과학저술가
  • 진행

    윤신영 기자
  • 진행

    레이먼드 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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