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이 닥터 그랜마가 다시 돌아왔다고. 이번엔 긴장하는 게 좋을걸? 우주를 정복할 아주 멋진 계획을 갖고 있거든! 내 이야기를 한번 들어 봐. 글쎄 지구방위대 과학자들이 뱀 로봇을 만들었다는 거야. 깜깜한 밤, 나는 아무도 모르게 연구소에 잠입했지. 그러고는 뱀 로봇을 훔쳐내고 말았어. 켈켈켈켈. 이 뱀 로봇한텐 아마 엄청난 무기가 장착돼 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우주 정복도 시간 문제겠군, 크크크. 어제 훔쳐둔 로봇을 장롱 속에 넣어 놨지. 어디 열어 볼까? 꺅! 이게 뭐야 진짜 뱀이잖아. 살려 줘!
네 정체는 도대체 뭐야? 진짜 배…, 뱀?
나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로봇공학연구소에서 태어난 뱀 로봇이에요. 뱀 중에서도 방울뱀의 일종인 사이드와인더를 쏙 빼닮았지요. 사람들이 나를 처음 봤을 땐 대부분 닥터 그랜마처럼 굉장히 징그러워했답니다. 뱀처럼 몸통이 길쭉한데다 땅바닥을 꿀렁꿀렁 기어다녔기 때문이지요. 나 말고도 여러 뱀 로봇들이 있는데, 내게는 그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어요!
특별한 능력? 그게 뭐야?
바로 다른 로봇들은 다니지 못하는 장애물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는 거예요.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 연구팀은 뱀이 땅에 닿는 몸의 면적을 늘려 마찰력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연구팀은 이 원리를 내게도 적용시켰지요. 나 역시 사이드와인더처럼 몸을 비틀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마찰 면적이 커져서 잘 미끄러지지 않는답니다.
그리고 내 몸을 잘 보면 몸체가 총 16조각으로 나뉘어져 있지요. 더 자세히 관찰하면 조각과 조각이 서로 엇갈려가며 연결돼 있답니다. 쇠사슬이 연결돼 있는 모양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이렇게 엇갈려 연결돼 있으면 몸을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있어요. 그래서 나는 거의 모든 지형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징그러운 뱀을 닮은 로봇을 만들었지?
뱀은 생김새는 징그럽지만 굉장히 다재다능한 동물이에요. 바닥을 기어다니는 능력 말고도 진동을 느끼거나, 온도차를 감지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고요. 사람은 뱀을 모방해서 많은 기술들을 얻어낼 수 있을 거예요. 연구팀이 나를 만들었듯이 말이지요.
물론 뱀이 아닌 다른 동물들을 모방하는 경우도 많답니다. 로봇 공학자들은 거북이나 꽃게, 도마뱀, 거미 등 많은 동물들의 능력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있어요. 그런데 거꾸로 로봇을 만드는 일이 동물에 대한 이해를 높여 주기도 한답니다. 사실 뱀 로봇을 만들기 전에 사인드와인더를 이렇게 자세히 관찰한 적은 없거든요.
좋았어! 그렇다면 나와 함께 지구를 정복하러 가지 않겠니?
미안하지만 닥터 그랜마, 그건 좀 힘들겠어요. 나는 원래 수색과 구조 임무를 맡기 위해 태어났단 말이에요!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거나 비좁은 지역도 나는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거든요. 그래서 재난 지역이나 발전소 내부 탐사에서 내가 투입될 예정이에요. 그러니 나쁜 마음은 접어 줬으면 좋겠어요! 안 그러면 내 뱀 친구들을 불러 독침을 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