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여기가 어디지?”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 트럭을 믿은 게 잘못이었어. 푹푹 찌는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 날, 난 서늘한 트럭 짐칸에 누워 있었어. 그러다 스르륵 잠이 들었지 뭐야. 눈을 떴을 땐, 바람이 씽씽 불고 있었어. 태풍이라도 왔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 트럭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던 거야. 바람이 얼마나 센지 날아가지 않기 위해 엄청 힘을 주고 달라붙어 있어야 했다니깐!
난 트럭이 멈추자마자 땅으로 뛰어내렸어. 그런데 여긴 내가 살던 시골과는 너무 다른데? 옥수수랑 감자가 무성하던 밭도, 벼가 자라는 논도 보이질 않아. 그리고 방아깨비랑 진딧물이랑 풍뎅이 등 내 친구들은 다 어디 갔지? 세상에! 여긴 말로만 듣던 도시잖아!
“흑~ 친구들아, 어디 있니?”

이름 : 곰이
종 : 곰개미
고향 : 충남의 한 시골마을
베스트 프렌드 : 진딧물, 방아깨비
1차 탐색
쉿! 친구들의 소리가 들려!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어. 사람도 많고 자동차도 많고, 콜록콜록~ 공기도 안 좋은 도시지만 나는 내 친구들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왜냐구? 우리 곤충들은 엄청나게 많거든. 실제로 지구에 존재하는 동물의 80%가 곤충이고, 종류도 150만이 넘는다구. 그래서 곤충을 지구의 주인이라고도 하잖아.
그러니까 도시라고 해서 곤충이 없을 리가 없어. 벌써 어디선가 내 친구들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도 함께 찾아 줄 거지? 그렇다면 집 주변에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곤충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곤충의 입장을 상상하면서!

2차 탐색
도시에서 살 만한 데는 어디?
이제 본격적으로 친구들을 찾아볼까? 그런데 참, 곤충이 뭔지는 알고 있니? 아마 다리가 6개이고, 몸이 머리, 가슴, 배로 나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을 거야. 사람과 다르게 뼈가 없는 대신 딱딱한 ‘키틴질’로 둘러싸여 있고, 두 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이런 특징을 갖고 있는 곤충은 3억 년 전쯤에 지구에 나타났어. 그리고 지금까지 번성하면서 살고 있지. 아니, 그 큰 덩치를 자랑하는 공룡은 멸종했는데 어떻게 작은 곤충들이 살아남은 거냐고? 하하, 그건 우리 곤충들이 그때그때 환경에 잘 적응하기 때문이야.
곤충은 알, 애벌레, 번데기로 탈바꿈을 하잖아? 그러면서 그때그때 환경에 맞춰 적응하는 거지. 오히려 덩치가 크면 환경 변화에 살아남기 힘들어. 우리 곤충처럼 작아야 먹이를 조금 먹고도 살 수 있고, 또 천적에게 들키지 않고 잘 숨을 수 있는 거라구. 게다가 한 번에 수백 개에 이르는 알을 낳을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은 또 어떻구? 휴,하나하나 다 자랑하려면 날 새겠다.
이제 내 친구들이 어디에 살고 있을지 생각해 보자. 곤충들은 자신의 특성에 맞게 사는 곳이 다 달라.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는 참나무 숲에 많이 살고, 딱정벌레는 주로 죽은 나무에 살고, 잠자리는 연못이나 웅덩이에 살고…. 그런데 이걸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곤충은 먹이가 있고, 알을 낳을 적당한 장소가 있는 곳에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어. 먹잇감과 알을 낳을 장소가 핵심! 이건 사람이랑 비슷하지? 사람도 자신의 직업이 있고 머무를 집이 있는 곳에 모여 살잖아. 여기 도시처럼.
그러니까 아마 도시에서도 곤충들이 먹이를 먹을 수 있고, 알을 낳을 수 있고, 천적을 피할 수 있는 곳에 곤충들이 있을 거야. 집주변을 둘러봐 봐. 혹시 정원이 보이니? 커다란 나무도 있어? 놀이터나 꽃밭은? 담벼락 아래 풀이 자라고 있지는 않니? 집 근처의 작은 하천이나 약수터, 그리고 물이 고인 웅덩이, 하수도관….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집 주변 곳곳에 내 친구들이 살고 있을 거야. 물론 내가 살던 시골만큼 많은 종류와 수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곤충들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어디 보자, 친구들아 어디 있니?

3차 탐색
함정을 만들어 볼까?
어때? 내 친구들을 좀 찾았니? 나는 화단을 지나가는 배추흰나비랑 꿀벌 그리고 놀이터를 완전히 점령한 일본왕개미떼를 만났어. 내가 살던 시골이었으면 훨씬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났을 텐데, 역시 도시는 곤충들이 살아갈 만한 숲과 나무, 풀이 부족한가 봐. 그렇다고 해서 친구 찾기
를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데….
어? 그런데 저건 뭐지? 아하! 곤충을 연구하는 선생님이 곤충을 불러모으고 있구나. 곤충을 불러모으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함정을 설치하는 방법부터 살펴보자.
함정 설치하기
준비물 : 비닐컵, 꽃삽, 식초, 알코올, 흑설탕
방법
❶ 흑설탕물을 끓여 식힌 뒤 식초와 알코올을 각각 1~2방울씩 떨어뜨려 당밀을 만든다.
❷ 삽으로 비닐컵 높이만큼 땅을 파고 비닐컵을 묻는다.
❸ 당밀을 비닐컵의 4분의 1 정도 되도록 넣는다.
❹ 2~3일이 지난 뒤 다시 가 본다.

이렇게 함정을 설치해 놓으면 곤충들은 당밀에서 나는 시큼하고 달콤한 냄새에 끌려 모여들게 돼. 왜냐 하면 이런 당밀의 냄새는 곤충들이 좋아하는 나무진의 냄새와 비슷하거든. 이 때 알코올은 곤충을 마취시키는 역할을 하지.
당밀 대신 자동차에 쓰이는 부동액을 넣어 함정을 만들 수도 있어. 부동액을 넣은 뒤 10일 정도 지나서 가 보면 돼. 이 방법은 먹이로 유인하는 게 아니라 우연히 그 곳을 지나가던 곤충들이 함정에 빠지도록 하는 거야. 부동액에 빠진 곤충은 10일이 지나도 썩지 않지. 함정 주변에 실제로 돌아다니는 곤충이 무엇인지 알아낼 때 쓰여. 아무래도 먹이로 유인하면 일부러 찾아올 테니까 말야.
훨씬 간단한 방법도 있어. 우선 낮에 곤충이 올만 한 큰 참나무를 찾아. 그리고 나서 붓으로 당밀을 찍어 쓱쓱~ 그 나무에 묻혀 놓는 거야. 그리고 밤에 다시 가 보는 거지. 그러면 사슴벌레, 바구미, 나방 등 여러 곤충들이 모여 있는 걸 볼 수 있단다.

4차 탐색
불빛으로 고고!
밤에 곤충을 불러모으는 방법도 있어. ‘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도 잘 알고 있을걸? 바로 불빛! 집에 불을 켜 놓고 창문을 열어 놓으면 나방이나 날벌레가 날아들어 오지? 그래서 전구를 감싸고 있는 전등갓 아래에 까맣게 곤충들이 죽어 있기도 하잖아.
움직일 수 있는 동물이나 미생물은 외부의 자극에 따라 움직이는 반응을 보여. 이러한 성질을 ‘주성’이라고 하는데, 빛을 쪼였을 때 움직이는 걸‘주광성’이라고 하지. 주광성 중에서도 빛을 향해 움직이는 걸‘양성 주광성’, 빛을 피해 움직이는 걸‘음성 주광성’이라고 해. 곤충들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양성 주광성을 갖고 있어. 특히 푸른 불빛을 내는 자외선 불빛에 가장 잘 모이지.
이런 곤충의 성질을 이용해 불빛으로 곤충을 채집하는 걸‘등화 채집’이라고 해. 이 방법은 여름밤 곤충 채집에 딱~이지!
뱀눈박각시(박각시과)
날개를 펴면 74~83㎜인 나방으로, 뒷날개 중앙에 무시무시한 뱀 눈 무늬가 있어서 이름지어졌다. 산, 평지, 하천 등 버드나무가 자라는 장소에
서 산다.
간단한 등화 채집은 어두운 데서 불을 켜고 흰 천을 달아 놓으면 끝! 조금 있으면 불빛을 보고 날아든 곤충이 흰 천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걸 보게 될 거야. 그런데 왜 곤충은 양성 주광성을 갖고 있냐고? 여기에 대해서 는 달빛으로 착각해서 짝짓기를 하려 한다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어. 하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른단다.
다만 확실한 건 곤충의 양성 주광성은 빛에 대한 반사행동이라는 거야. 음, 사람들은 무릎을 치면 무릎반사가 일어나지? 그것처럼 무조건 일어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전등이든 모닥불이든 가리질 않아. 모닥불에 몸이 타들어가도 불 속으로 달려들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하나 더! 등화 채집에서 나방을 관찰하려면 독병을 이용하는 게 좋아. 살아 있는 나방을 손으로 잡으려 하면 날개의 가루가 심하게 떨어지거든. 그러면 원래 무늬를 제대로 관찰하기가 어려워. 그래서 나방은 독병에 넣고 잠잠해진 뒤 꺼내 관찰해야 해.
등화 채집하기
준비물 : 발전기나 배터리, 흰 천, 등(자외선등이나 수은 등), 곤충 채집통, 나방용 독병(독병은 암모니아나 에틸아세테이트를 솜에 적신 후 빈
병에 넣고 닫아 놓는다.)
방법
❶ 해가 저물어 어두워진 뒤 나무나 기둥에 등을 매단다.
❷ 등 뒤에 흰 천을 펼쳐 단다.
❸ 등을 켜고 몰려드는 곤충을 관찰한다.

반갑다 친구야!
휴~, 무더운 여름날 친구 찾기가 쉽지 않은걸? 그래도 지구의 주인답게 도시 곳곳에 많은 친구들이 살고 있었고, 특히 나비 종류를 많이 볼 수 있었어. 자, 도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 집 주변에서 찾은 곤충들과 비교해 보면 더 재미있겠지?
오 쓰 쥬쥬쥬~, 애매미(매미과)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매미로, 7~9월에 낮은 산지나 평지, 주택가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34~36㎜ 정도의 크기로 회색빛이 도는 누런 바탕에 녹색이 뚜렷하고, 적갈색이나 검은색이 얼룩지듯 보이기도 해. 한 번 울면 30초에서 1분 정도 일정한 음을 내. 소리를 잘 들어 보면‘오 쓰 쥬쥬쥬’라고 들리지. 몸이 가늘어서‘기생매미’라고 불린 적도 있대. 그렇다면 매미계의 황진이?
어흥~! 호랑나비(호랑나비과)
옅은 노랑 바탕에 검정 무늬가 특징인 호랑나비는 주변에 있는 낮은 산이나 들판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어. 특히 맑은 날 꽃이나 축축한 물가에 잘 모이지. 날개를 펴면 65~90㎜ 정도가 되고, 4~5월에 활동하는 봄형과 6~10월에 활동하는 여름형이 있지. 귤나무, 탱자나무, 황벽나무 등이 먹이식물이란다. 호랑이 가죽무늬로 치장한 날개를 가졌다고 해서 이름붙었는데, 예전엔‘범나비’라고도 불렀어. 어흥~!

뾰족뾰족, 톱사슴벌레(사슴벌레과)
수컷의 큰 턱이 앞으로 굽어 있는데, 여기에 톱날 같은 돌기가 빽빽이 나 있어서 이름붙었어. 수컷은 23~40㎜, 암컷은 27~30㎜ 정도이고 6~9월에 활동해. 졸참나무나 떡갈나무 같은 참나무의 진을 먹고 사는데, 낮에는 나무껍질 사이에 숨어 있다가 밤에 주로 활동해. 참나무류의 고목에 알을 낳는데, 그 속에서 애벌레로 1~2년을 살고 어른벌레가 된단다. 관찰할 땐 저 뾰족한 턱을 조심해야겠지?
팔랑팔랑~, 배추흰나비(흰나비과)
배추밭이나 무밭에 사는 아주 흔한 나비로, 도시에서도 종종 볼 수 있어. 날개를 펴면 36~41㎜정도인데, 역시 봄형과 여름형으로 나뉘어. 개망
초, 무, 구절초, 제비꽃 등 여러 꽃에서 꿀을 빨지. 배추잎에 알을 낳기 때문에 배춧잎 뒷면을 잘 보면 애벌레를 볼 수도 있어. 옛날 사람들은 배추흰나비의 애벌레가 김치를 담그는 채소를 망가뜨린다고 해서 싫어했대. 그래서 흰나비를 보면 재수가 없다는 말까지 있었어. 좀 억울한 친구지?
찰칵! 남방부전나비(부전나비과)
마을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날개를 펴도 19~24㎜로 작아. 나비의 날개가 사진틀에서 아래에 끼우는 삼각형 장식물인 부전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지어졌단다.

달콤살벌, 꿀벌(꿀벌과)
꽃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곤충이야. 13㎜ 정도이고, 나무나 바위 틈에 살며, 3월부터 10월까지 볼 수 있어. 꽃에서 꽃가루와 꿀을 벌집으로 옮기는데, 뒷다리의 넓적다리마디가 편평하고 털이 많아서 꽃가루를 달고 다니기에 아주 편리해. 그런데 1㎏의 꿀을 만들기 위해 꿀벌은 6만 4000개의 꽃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사실 알고 있니? 정말 부지런한 꿀벌, 대단해요!
S라인,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호리허리노린재과)
산이나 경작지 근처에서 사는 흔한 종으로, 콩이나 팥 등 콩과 식물의 즙을 먹고 살아. 어른벌레는 벌처럼 날아서 사람옷에 붙는 일이 많은데, 짙은 갈색에 광택이 나지. 5~10월에 활동하고 알록달록한 더듬이를 갖고 있어. 뒷다리의 넓적다리마디에 톱날 모양의 가시가 나 있어서 ‘톱다리’, 배 중간이 홀쭉해서‘개미허리’란 이름이 붙었어. 긴 이름에 다 이유가 있다구! 처음부터 내 뒤를 따라온 친구가 너였구나!

관찰기
내 손으로 만드는 곤충 관찰기
내 친구들을 찾아 관찰했으면 기록해 놓자. 그래야 친구의 이름과 생김새, 특징을 기억할 수 있거든. 그리고 기간과 장소를 정해 놓고 한 곤충이 발견되는 수가 어떻게 변하는지 적어 보는 것도 좋아. 그 결과를 보면서 왜 수가 달라졌는지, 환경과 곤충의 변화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거든.
곰이의 ‘전국 친구 만들기 대장정’!
처음엔 삭막한 도시에 내 친구들이 하나도 없으면 어떡하나 무척 걱정스러웠어. 곤충이 살지 않는 환경은 생명이 살기 힘든 곳이라고 할 수 있거든. 우리 곤충들이 얼마나 환경에 잘 적응하는지 앞에서 말했지? 그런 곤충마저 살지 못하는 환경이라면 사람도 살기 힘든 건 당연지사! 게다가 곤충은 먹이사슬에서 1차 소비자에 속해. 그러니까 이런 곤충이 없다면 먹이사슬의 균형이 깨져서 당연히 그 위에 있는 생물들도 위험해질 거야.
그런데‘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과 함께 도시 곳곳을 누비면서 이런 걱정을 덜었어. 시골처럼 다양하고 많은 친구들은 아니지만 분명 도시 곳곳에도 내 친구들이 살고 있었어. 특히 요즘은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많이 알려져 곳곳에 공원도 많이 만들어져 있고, 서울의 청계천처럼 되살아난 생태하천들도 많더라구.
그래서 나 결심했어! 엉겁결에 도시에 떨어져 친구들을 찾아 낸 경험을 살려, 이제 옆 도시로, 다시 옆 마을로 전국방방곡곡을 돌아다니기로! 음…, ‘곰이의 전국 친구 만들기 대장정’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전국의‘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 혹시 길을 가다 곰개미를 만나면 반갑게 말 걸어 줄래? 키를 낮추고,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는 곤충의 대화법으로 말야!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 트럭을 믿은 게 잘못이었어. 푹푹 찌는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 날, 난 서늘한 트럭 짐칸에 누워 있었어. 그러다 스르륵 잠이 들었지 뭐야. 눈을 떴을 땐, 바람이 씽씽 불고 있었어. 태풍이라도 왔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 트럭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던 거야. 바람이 얼마나 센지 날아가지 않기 위해 엄청 힘을 주고 달라붙어 있어야 했다니깐!
난 트럭이 멈추자마자 땅으로 뛰어내렸어. 그런데 여긴 내가 살던 시골과는 너무 다른데? 옥수수랑 감자가 무성하던 밭도, 벼가 자라는 논도 보이질 않아. 그리고 방아깨비랑 진딧물이랑 풍뎅이 등 내 친구들은 다 어디 갔지? 세상에! 여긴 말로만 듣던 도시잖아!
“흑~ 친구들아, 어디 있니?”

이름 : 곰이
종 : 곰개미
고향 : 충남의 한 시골마을
베스트 프렌드 : 진딧물, 방아깨비
1차 탐색
쉿! 친구들의 소리가 들려!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어. 사람도 많고 자동차도 많고, 콜록콜록~ 공기도 안 좋은 도시지만 나는 내 친구들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왜냐구? 우리 곤충들은 엄청나게 많거든. 실제로 지구에 존재하는 동물의 80%가 곤충이고, 종류도 150만이 넘는다구. 그래서 곤충을 지구의 주인이라고도 하잖아.
그러니까 도시라고 해서 곤충이 없을 리가 없어. 벌써 어디선가 내 친구들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도 함께 찾아 줄 거지? 그렇다면 집 주변에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곤충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곤충의 입장을 상상하면서!

2차 탐색
도시에서 살 만한 데는 어디?
이제 본격적으로 친구들을 찾아볼까? 그런데 참, 곤충이 뭔지는 알고 있니? 아마 다리가 6개이고, 몸이 머리, 가슴, 배로 나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을 거야. 사람과 다르게 뼈가 없는 대신 딱딱한 ‘키틴질’로 둘러싸여 있고, 두 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이런 특징을 갖고 있는 곤충은 3억 년 전쯤에 지구에 나타났어. 그리고 지금까지 번성하면서 살고 있지. 아니, 그 큰 덩치를 자랑하는 공룡은 멸종했는데 어떻게 작은 곤충들이 살아남은 거냐고? 하하, 그건 우리 곤충들이 그때그때 환경에 잘 적응하기 때문이야.
곤충은 알, 애벌레, 번데기로 탈바꿈을 하잖아? 그러면서 그때그때 환경에 맞춰 적응하는 거지. 오히려 덩치가 크면 환경 변화에 살아남기 힘들어. 우리 곤충처럼 작아야 먹이를 조금 먹고도 살 수 있고, 또 천적에게 들키지 않고 잘 숨을 수 있는 거라구. 게다가 한 번에 수백 개에 이르는 알을 낳을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은 또 어떻구? 휴,하나하나 다 자랑하려면 날 새겠다.
이제 내 친구들이 어디에 살고 있을지 생각해 보자. 곤충들은 자신의 특성에 맞게 사는 곳이 다 달라.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는 참나무 숲에 많이 살고, 딱정벌레는 주로 죽은 나무에 살고, 잠자리는 연못이나 웅덩이에 살고…. 그런데 이걸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곤충은 먹이가 있고, 알을 낳을 적당한 장소가 있는 곳에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어. 먹잇감과 알을 낳을 장소가 핵심! 이건 사람이랑 비슷하지? 사람도 자신의 직업이 있고 머무를 집이 있는 곳에 모여 살잖아. 여기 도시처럼.
그러니까 아마 도시에서도 곤충들이 먹이를 먹을 수 있고, 알을 낳을 수 있고, 천적을 피할 수 있는 곳에 곤충들이 있을 거야. 집주변을 둘러봐 봐. 혹시 정원이 보이니? 커다란 나무도 있어? 놀이터나 꽃밭은? 담벼락 아래 풀이 자라고 있지는 않니? 집 근처의 작은 하천이나 약수터, 그리고 물이 고인 웅덩이, 하수도관….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집 주변 곳곳에 내 친구들이 살고 있을 거야. 물론 내가 살던 시골만큼 많은 종류와 수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곤충들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어디 보자, 친구들아 어디 있니?

3차 탐색
함정을 만들어 볼까?
어때? 내 친구들을 좀 찾았니? 나는 화단을 지나가는 배추흰나비랑 꿀벌 그리고 놀이터를 완전히 점령한 일본왕개미떼를 만났어. 내가 살던 시골이었으면 훨씬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났을 텐데, 역시 도시는 곤충들이 살아갈 만한 숲과 나무, 풀이 부족한가 봐. 그렇다고 해서 친구 찾기
를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데….
어? 그런데 저건 뭐지? 아하! 곤충을 연구하는 선생님이 곤충을 불러모으고 있구나. 곤충을 불러모으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함정을 설치하는 방법부터 살펴보자.
함정 설치하기
준비물 : 비닐컵, 꽃삽, 식초, 알코올, 흑설탕
방법
❶ 흑설탕물을 끓여 식힌 뒤 식초와 알코올을 각각 1~2방울씩 떨어뜨려 당밀을 만든다.
❷ 삽으로 비닐컵 높이만큼 땅을 파고 비닐컵을 묻는다.
❸ 당밀을 비닐컵의 4분의 1 정도 되도록 넣는다.
❹ 2~3일이 지난 뒤 다시 가 본다.

이렇게 함정을 설치해 놓으면 곤충들은 당밀에서 나는 시큼하고 달콤한 냄새에 끌려 모여들게 돼. 왜냐 하면 이런 당밀의 냄새는 곤충들이 좋아하는 나무진의 냄새와 비슷하거든. 이 때 알코올은 곤충을 마취시키는 역할을 하지.
당밀 대신 자동차에 쓰이는 부동액을 넣어 함정을 만들 수도 있어. 부동액을 넣은 뒤 10일 정도 지나서 가 보면 돼. 이 방법은 먹이로 유인하는 게 아니라 우연히 그 곳을 지나가던 곤충들이 함정에 빠지도록 하는 거야. 부동액에 빠진 곤충은 10일이 지나도 썩지 않지. 함정 주변에 실제로 돌아다니는 곤충이 무엇인지 알아낼 때 쓰여. 아무래도 먹이로 유인하면 일부러 찾아올 테니까 말야.
훨씬 간단한 방법도 있어. 우선 낮에 곤충이 올만 한 큰 참나무를 찾아. 그리고 나서 붓으로 당밀을 찍어 쓱쓱~ 그 나무에 묻혀 놓는 거야. 그리고 밤에 다시 가 보는 거지. 그러면 사슴벌레, 바구미, 나방 등 여러 곤충들이 모여 있는 걸 볼 수 있단다.

4차 탐색
불빛으로 고고!
밤에 곤충을 불러모으는 방법도 있어. ‘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도 잘 알고 있을걸? 바로 불빛! 집에 불을 켜 놓고 창문을 열어 놓으면 나방이나 날벌레가 날아들어 오지? 그래서 전구를 감싸고 있는 전등갓 아래에 까맣게 곤충들이 죽어 있기도 하잖아.
움직일 수 있는 동물이나 미생물은 외부의 자극에 따라 움직이는 반응을 보여. 이러한 성질을 ‘주성’이라고 하는데, 빛을 쪼였을 때 움직이는 걸‘주광성’이라고 하지. 주광성 중에서도 빛을 향해 움직이는 걸‘양성 주광성’, 빛을 피해 움직이는 걸‘음성 주광성’이라고 해. 곤충들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양성 주광성을 갖고 있어. 특히 푸른 불빛을 내는 자외선 불빛에 가장 잘 모이지.
이런 곤충의 성질을 이용해 불빛으로 곤충을 채집하는 걸‘등화 채집’이라고 해. 이 방법은 여름밤 곤충 채집에 딱~이지!
뱀눈박각시(박각시과)
날개를 펴면 74~83㎜인 나방으로, 뒷날개 중앙에 무시무시한 뱀 눈 무늬가 있어서 이름지어졌다. 산, 평지, 하천 등 버드나무가 자라는 장소에
서 산다.
간단한 등화 채집은 어두운 데서 불을 켜고 흰 천을 달아 놓으면 끝! 조금 있으면 불빛을 보고 날아든 곤충이 흰 천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걸 보게 될 거야. 그런데 왜 곤충은 양성 주광성을 갖고 있냐고? 여기에 대해서 는 달빛으로 착각해서 짝짓기를 하려 한다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어. 하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른단다.
다만 확실한 건 곤충의 양성 주광성은 빛에 대한 반사행동이라는 거야. 음, 사람들은 무릎을 치면 무릎반사가 일어나지? 그것처럼 무조건 일어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전등이든 모닥불이든 가리질 않아. 모닥불에 몸이 타들어가도 불 속으로 달려들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하나 더! 등화 채집에서 나방을 관찰하려면 독병을 이용하는 게 좋아. 살아 있는 나방을 손으로 잡으려 하면 날개의 가루가 심하게 떨어지거든. 그러면 원래 무늬를 제대로 관찰하기가 어려워. 그래서 나방은 독병에 넣고 잠잠해진 뒤 꺼내 관찰해야 해.
등화 채집하기
준비물 : 발전기나 배터리, 흰 천, 등(자외선등이나 수은 등), 곤충 채집통, 나방용 독병(독병은 암모니아나 에틸아세테이트를 솜에 적신 후 빈
병에 넣고 닫아 놓는다.)
방법
❶ 해가 저물어 어두워진 뒤 나무나 기둥에 등을 매단다.
❷ 등 뒤에 흰 천을 펼쳐 단다.
❸ 등을 켜고 몰려드는 곤충을 관찰한다.

반갑다 친구야!
휴~, 무더운 여름날 친구 찾기가 쉽지 않은걸? 그래도 지구의 주인답게 도시 곳곳에 많은 친구들이 살고 있었고, 특히 나비 종류를 많이 볼 수 있었어. 자, 도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 집 주변에서 찾은 곤충들과 비교해 보면 더 재미있겠지?
오 쓰 쥬쥬쥬~, 애매미(매미과)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매미로, 7~9월에 낮은 산지나 평지, 주택가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34~36㎜ 정도의 크기로 회색빛이 도는 누런 바탕에 녹색이 뚜렷하고, 적갈색이나 검은색이 얼룩지듯 보이기도 해. 한 번 울면 30초에서 1분 정도 일정한 음을 내. 소리를 잘 들어 보면‘오 쓰 쥬쥬쥬’라고 들리지. 몸이 가늘어서‘기생매미’라고 불린 적도 있대. 그렇다면 매미계의 황진이?
어흥~! 호랑나비(호랑나비과)
옅은 노랑 바탕에 검정 무늬가 특징인 호랑나비는 주변에 있는 낮은 산이나 들판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어. 특히 맑은 날 꽃이나 축축한 물가에 잘 모이지. 날개를 펴면 65~90㎜ 정도가 되고, 4~5월에 활동하는 봄형과 6~10월에 활동하는 여름형이 있지. 귤나무, 탱자나무, 황벽나무 등이 먹이식물이란다. 호랑이 가죽무늬로 치장한 날개를 가졌다고 해서 이름붙었는데, 예전엔‘범나비’라고도 불렀어. 어흥~!

뾰족뾰족, 톱사슴벌레(사슴벌레과)
수컷의 큰 턱이 앞으로 굽어 있는데, 여기에 톱날 같은 돌기가 빽빽이 나 있어서 이름붙었어. 수컷은 23~40㎜, 암컷은 27~30㎜ 정도이고 6~9월에 활동해. 졸참나무나 떡갈나무 같은 참나무의 진을 먹고 사는데, 낮에는 나무껍질 사이에 숨어 있다가 밤에 주로 활동해. 참나무류의 고목에 알을 낳는데, 그 속에서 애벌레로 1~2년을 살고 어른벌레가 된단다. 관찰할 땐 저 뾰족한 턱을 조심해야겠지?
팔랑팔랑~, 배추흰나비(흰나비과)
배추밭이나 무밭에 사는 아주 흔한 나비로, 도시에서도 종종 볼 수 있어. 날개를 펴면 36~41㎜정도인데, 역시 봄형과 여름형으로 나뉘어. 개망
초, 무, 구절초, 제비꽃 등 여러 꽃에서 꿀을 빨지. 배추잎에 알을 낳기 때문에 배춧잎 뒷면을 잘 보면 애벌레를 볼 수도 있어. 옛날 사람들은 배추흰나비의 애벌레가 김치를 담그는 채소를 망가뜨린다고 해서 싫어했대. 그래서 흰나비를 보면 재수가 없다는 말까지 있었어. 좀 억울한 친구지?
찰칵! 남방부전나비(부전나비과)
마을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날개를 펴도 19~24㎜로 작아. 나비의 날개가 사진틀에서 아래에 끼우는 삼각형 장식물인 부전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지어졌단다.

달콤살벌, 꿀벌(꿀벌과)
꽃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곤충이야. 13㎜ 정도이고, 나무나 바위 틈에 살며, 3월부터 10월까지 볼 수 있어. 꽃에서 꽃가루와 꿀을 벌집으로 옮기는데, 뒷다리의 넓적다리마디가 편평하고 털이 많아서 꽃가루를 달고 다니기에 아주 편리해. 그런데 1㎏의 꿀을 만들기 위해 꿀벌은 6만 4000개의 꽃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사실 알고 있니? 정말 부지런한 꿀벌, 대단해요!
S라인,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호리허리노린재과)
산이나 경작지 근처에서 사는 흔한 종으로, 콩이나 팥 등 콩과 식물의 즙을 먹고 살아. 어른벌레는 벌처럼 날아서 사람옷에 붙는 일이 많은데, 짙은 갈색에 광택이 나지. 5~10월에 활동하고 알록달록한 더듬이를 갖고 있어. 뒷다리의 넓적다리마디에 톱날 모양의 가시가 나 있어서 ‘톱다리’, 배 중간이 홀쭉해서‘개미허리’란 이름이 붙었어. 긴 이름에 다 이유가 있다구! 처음부터 내 뒤를 따라온 친구가 너였구나!

관찰기
내 손으로 만드는 곤충 관찰기
내 친구들을 찾아 관찰했으면 기록해 놓자. 그래야 친구의 이름과 생김새, 특징을 기억할 수 있거든. 그리고 기간과 장소를 정해 놓고 한 곤충이 발견되는 수가 어떻게 변하는지 적어 보는 것도 좋아. 그 결과를 보면서 왜 수가 달라졌는지, 환경과 곤충의 변화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거든.
곰이의 ‘전국 친구 만들기 대장정’!
처음엔 삭막한 도시에 내 친구들이 하나도 없으면 어떡하나 무척 걱정스러웠어. 곤충이 살지 않는 환경은 생명이 살기 힘든 곳이라고 할 수 있거든. 우리 곤충들이 얼마나 환경에 잘 적응하는지 앞에서 말했지? 그런 곤충마저 살지 못하는 환경이라면 사람도 살기 힘든 건 당연지사! 게다가 곤충은 먹이사슬에서 1차 소비자에 속해. 그러니까 이런 곤충이 없다면 먹이사슬의 균형이 깨져서 당연히 그 위에 있는 생물들도 위험해질 거야.
그런데‘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과 함께 도시 곳곳을 누비면서 이런 걱정을 덜었어. 시골처럼 다양하고 많은 친구들은 아니지만 분명 도시 곳곳에도 내 친구들이 살고 있었어. 특히 요즘은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많이 알려져 곳곳에 공원도 많이 만들어져 있고, 서울의 청계천처럼 되살아난 생태하천들도 많더라구.
그래서 나 결심했어! 엉겁결에 도시에 떨어져 친구들을 찾아 낸 경험을 살려, 이제 옆 도시로, 다시 옆 마을로 전국방방곡곡을 돌아다니기로! 음…, ‘곰이의 전국 친구 만들기 대장정’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전국의‘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 혹시 길을 가다 곰개미를 만나면 반갑게 말 걸어 줄래? 키를 낮추고,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는 곤충의 대화법으로 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