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취~! 어이쿠 추워라. 드디어 대한민국 서울에 도착했군!”
‘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이 날 불렀다기에 네덜란드에서 날아 왔어. 내 자화상만 봐도 천재적인 예술가 같지 않아? 하하. 나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에 인정 받지 못한 화가였지만 사랑하는 동생 테오는‘미래사람들은 형을 이해할 거라 믿어’라고 했지. 실제로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란다. 특히 내 그림은 과학의 눈으로 보면 더 멋져. 비밀이 뭐냐고? 여러분에게만 살짝 알려 줄게.
고흐는 인상파
내 그림을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뭐지? 맞아!‘ 강렬한 인상’이야. 난 인상파라는 화풍에 속한 화가란다. 인상파란 이름은 화가 모네가 그린 해돋이 그림인 ‘인상’ 에서왔어. 우린 야외에서 눈에 보인 풍경을 그대로 포착해 그림을 그렸지. 이전 화가들처럼 풍경을 보고 화실에 돌아와 기억을 되살려 그린 그림이 아니라고. 햇빛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인 가시광선이 있지. 물체의 색깔은 물체가 반사하는 가시광선의 색과 같아. 바다는 가시광선 중 파란색을 반사해서 파랗게 보이는 거야. 하지만 흐린 날엔 검푸르거나 잿빛으로 보이지? 맑은 날엔 영롱한 에메랄드색으로 보이기도 하지. 이렇게 빛에 따라 변화무쌍한 풍경과 색을 탁~! 잡아 그림에 담으려고 한 화가들이 바로 인상파야. 특히 쭈욱쭈욱~ 짜는 튜브의 발명이 우릴 도왔다고! 가지고 다니기 쉬운 튜브물감 덕분에 우리가 야외에서 물감을 직접 칠할 수 있었단다.
▲ 인상(모네) : 해가 뜨는 순간을 포착해 그린 그림이다. 어슴푸레한 안개 사이로 태양이 강 위에 붉게 비치고 사람은 검은 그림자로만 보인다.
▲ 수련(모네) : 수련이 핀 강에 구름이 비친 순간을 그렸다.
비밀1 미스터 색깔왕
불타는 태양~, 파란 밤 하늘과 붉은 바탕의 그림들. 탄성이 터져 나올 만큼 선명한 색깔로 유명한 내 그림의 비밀은 뭘까? 바로 색깔을 선택하는 내 탁월한 감각 때문이 아니겠어? 하하. 안료도 큰 힘이 됐지. 19세기엔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다양한 안료가 발명돼 아름답고 선명한 유화를 그릴 수 있었어. 안료를 기름에 섞은 유화물감은 선명한 색과 광택을 가진데다 천천히 마르기 때문에 수정과 덧바르기가 쉬웠단다.
이글~ 이글 노랑 혁명
예전에는 노란색 안료로 사프란이나 리드틴옐로우가 전부였어. 그런데 내가 그림을 그릴 때 ‘노랑의혁명’ 이라 불리는 크롬옐로우와 카드뮴옐로우가 새로운 노란색 안료로 등장했어. 이들은 더 강렬하고 아름다운 노란색을 낼 수 있단다. 게다가 내가 이글이글 불타는 태양을 칠하는 데 쓴 크롬옐로우나, 파란 밤 하늘을 칠한 코발트블루는 다른 색보다 화학적으로 안정돼 시간이 오래 지나도 선명하단다. 나의 색깔 선택이 탁월했지?
톡톡~ 톡톡 색점 찍기
난 원색을 주로 쓴데다 물감을 섞지 않고 화폭에 톡톡~ 색점을 찍는 병치혼합이라는 방법을 썼어. 파란색과 노란색을 섞으면 녹색이 되는데, 물감을 섞지 않고 파란색과 노란색을 함께 화폭에 찍어도 멀리서 보면 우리 눈엔 녹색으로 보여. 병치혼합을 쓰면 색감이 풍부하면서도 원래 색이 살아 있어 선명하면서 맑은 느낌을 주지.
색은 섞을수록 탁해지고 화학작용까지 일어나. 병치혼합과 원색을 즐겨 쓴 난 변색의 걱정이 없단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시기에 그림을 그린 밀레의 그림은 지금 보면 많이 어둡고 칙칙해. 이건 유황성분이든 물감에 납이 든 흰색이나 노란색을 섞으면서 물감이 점점 검게 변했기 때문이야. 황과 납이 만나면 황화납이라는 검은 물질이 생기거든. 유화의 기름은 이런 변화를 부채질한다고. 어휴~, 명작의 색이 변해안타까워.
수리~ 수리 보색 마술
쿵~! 그림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아? 난 대담하게 튀는 색끼리 충돌을 일으켜 사람들의 눈을 확 잡아끌었지. 색을 늘어 놓은 색상환에서 마주 보는 색을 짝지어 보색이라 불러. 노랑과 파랑, 빨강과 초록이 대표적인 보색이야. 보색을 함께 칠하면 시각적 자극이 크고 긴장감을 불러서 색채충돌이란 말이 나왔지. 촌스러운 느낌마저 들 걸? 하지만 보색을 잘 사용 하면 선명하고 맑은 느낌을 줄 수 있어. 이건 색깔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세포가 보색을 함께 처리해서 그래. 노란색에 흥분한 신경은 다른 신경이 노란색에 흥분하지 못하게 해. 대신 보색관계인 파란색을 더 맑고 강하게 느끼도록 만들지. 빨간색과 녹색도 마찬가지야. 덕분에 ‘아이리스’ 는 바탕의 노란색과 붓꽃의 파란색이 원래의 색보다 더 노랗고 더 파랗게 보이는 거야.
▲ 아이리스(고흐) : 보색인 노란색과 파란색이 함께 쓰여 원래보다 선명하고 맑은 색으로 보인다.
비밀2 녹색 얼굴이라도 괜찮아
‘위대한 예술가는 위대한 과학자이기도 하다’라는 말이 있어. 난 실제 사물과 다른 색깔을 칠하면서 색의 효과를 탐구했단다. 얼굴에 과감
하게 녹색이나 청색, 빨간색을 칠하기도 했지. 엉뚱한 색을 칠한 것 같지만 얼굴에 실수로 초록 물감이 묻은 것 같은 어색한 느낌이 들지는 않을 걸? 그 비밀을 알려 줄게.
우리 뇌는 사물의 형태나 윤곽, 크기를 인식할 때 색깔보다 밝기를 먼저 이용하지. 주황색이든 노란색이든 집채만 한 크기의 자동차가 다가
오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야. 밝기로 윤곽을 파악한 다음에 밝기가 비슷한 부분은 색깔로 더 자세히 구별한단다.
자, 이제 엉뚱하게 녹색이 칠해진 얼굴을 흑백으로 바꿔 볼까? 녹색이든 살색이든 코나 뺨처럼 도드라진 부분은 밝고, 눈 밑이나 콧속은 어두워서 밝기가 자연스럽지? 다시 원래 자화상을 볼까? 얼굴이 녹색이더라도 밝기가 자연스러우면 우리 뇌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게다가 노란 계열의 얼굴에 푸른색이나 녹색을 약간 칠하면 바탕에 노란색과 보색인 파란색을 칠해도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보여. 과감하게 색을 칠해 오히려 새로운 느낌의 그림이 된 거야.
▲ 자화상(고흐) & 자화상(흑백) : 얼굴에 녹색을 칠했지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이 그림을 흑백으로 바꾸면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귀 뒤의 갈색 머리칼이나 소매의 색깔이 윤곽선 밖으로 삐져나가도 밝기가 크게 차이나지 않으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비밀3 캔버스에 눈길 정거장 세우기
엥? 갑자기 캔버스에 무슨 정거장을 만드냐고? 이건 캔버스를 넓히는 비법이야. 물론 크기가 정해진 캔버스를 뚫고 나갈 수는 없지. 대신 작품을 보는 사람이 그림을 넓게 느끼도록 그리는 거야. 현대의 지각심리학자도 깜짝 놀라는 내 소실점의 비밀을 알려 줄게. 보통 그림을 보면 어느 한 점에 눈길이 멈추는데 이 점이 그림에 숨겨진 여러 선이 모이는 소실점이야. 선들은 나무나 밭고랑, 붓질의 방향 등을 따라 살짝 숨어 있어. 여러 개의 소실점이 있으면 우리 눈도 소실점을 따라 그림 곳곳을 응시하게 돼. 그럼 한두 개의 소실점이 있는 그림보다 시선이 많이 움직이면서 공간을 넓게 느끼게 된단다. 마치 택시 타고 한 번에 가는 것보다 버스를 타고 여러 정거장에 들렀다 가면 같은 거리도 더 멀게 느껴지는 것과 같지. 여러 개의 소실점 덕분에 내 그림은 자세하고 꼼꼼하게 그린 것도 아닌데 오랫동안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 힘이 있어.
▲ 파란 하늘 아래의 들판(고흐)
(왼쪽)단순한 풍경 같지만 들판과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에 눈길이 머물면서 넓게 느껴진다. 좌우로 펼쳐진 들판에 몇 개의 소실점이 있을까? (오른쪽)동그라미로 표시된 3개의 소실점이 수평선에 놓여 있어 들판이 드넓은 느낌이 든다.
▲ 밤의 까페(고흐) & 밤의 까페(소실점) : 주요 소실점이 왼쪽 벽면에 있고 오른쪽에 엎드린 사람 쪽에도 소실점이 있다.
여러 개의 소실점이 가로로 있으면 좌우로 넓게, 세로로 놓여 있으면 그림뒤쪽 너머까지 공간이 넓어진 느낌이 들어요..
지상현 교수(한성대 시각영상디자인전공)
비밀4 고통을 예술로!
휘몰아치는 격렬한 소용돌이, 강렬한 색깔은 다른 화가들에게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나만의 특징이야. 난 생전에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화가였고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웠단다. 하지만 이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켜 걸작을 남겼지.
구불구불 소용돌이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프랑스생 레미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때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게 됐지. 밤 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별빛과 달빛이 내 마음을 두근두근 뛰게 해서 당장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었거든. 구불구불 소용돌이치는 밤 하늘은 내 그림 중 손꼽히는 걸작이야.
이 그림은 그 안에서 놀라운 과학적인 사실이 발견돼 더 유명해졌어. 2006년 멕시코 국립대학교 물리학자 아라곤 박사팀은 이 그림이 기체나 액체가 불규칙하게 흐르는 난류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 준다고‘네이처’에 발표했단다. 박사팀은 그림에서 어떤 두 지점의 밝기가 같을 확률은 두 지점이 떨어진 거리를 제곱한 비율로 줄어든다는 걸 알아 냈어. 이건 난류를 다루는 유체역학에서 중요한 법칙인 ‘콜모고로프 척도’와 일치해. 정말 놀랍지?
연구팀은‘프로방스의 시골길 야경’처럼 정신적으로 힘들고 혼란스러웠던 시기의 그림에서만 이런 구불구불한 소용돌이가 발견됐다고 했지. 연구팀은 나에게 정신착란이 일어나 사물이 소용돌이치는 것처럼 보였을 거라고 해. 휘감아 돌며 꿈틀거리는 선이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낸다고 말이야. 또 눈앞에 소용돌이가 어른거리는 질병인 ‘색소성 망막염’ 을 앓았다거나, 즐겨마시던 술인 압생트가 시신경을 손상시켜서 이런 소용돌이를 그리고 강렬한 색을 칠했다고 보는 학자도 있어.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풍경을 보고 느낀 것을 분명하게 화폭에 담아낸 건 나만이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부글부글 끓는 격정
난 1853년에 태어나 1890년에 숨을 거둘 때까지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수많은 그림을 그렸어. 죽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은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야. 격한 감정을 담아 굵은 붓질로 풍경을 그렸지. 우울증과 편두통 등 날 괴롭힌 병들이 이런 강렬하고 격정적인 그림을 그리게 했어. 날 보살핀 의사 가쉐는‘고흐가 살아갈 수 있게 한 건 바로 그림이었다’고 했지. 몸과 마음이 아파도 나처럼 어떤 일에 푹 빠져 집중하면 세로토닌 같은 호르몬이 나와 고통을 줄여 준대. 그래서 인지 고통이 심할수록 더욱 그림에 몰두했단다.
어때, 그림을 찬찬히 보니 붓질이나 색깔 하나도 예사롭지 않지? 관심을 가지고 내 그림을 보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어. 화가는 자신의 의도를 잘 나타내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여러 가지 기법으로 표현하거든. 날 만나고 싶으면 2008년 3월 1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불멸의 화가반고흐’ 전으로오렴.‘ 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은 과학의 눈으로 꼼꼼히 보면서 내 걸작의 비밀을 찾아 낼 거라 믿어.
그럼, 난 이만 그림 속으로 돌아갈게~!
‘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이 날 불렀다기에 네덜란드에서 날아 왔어. 내 자화상만 봐도 천재적인 예술가 같지 않아? 하하. 나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에 인정 받지 못한 화가였지만 사랑하는 동생 테오는‘미래사람들은 형을 이해할 거라 믿어’라고 했지. 실제로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란다. 특히 내 그림은 과학의 눈으로 보면 더 멋져. 비밀이 뭐냐고? 여러분에게만 살짝 알려 줄게.
고흐는 인상파
내 그림을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뭐지? 맞아!‘ 강렬한 인상’이야. 난 인상파라는 화풍에 속한 화가란다. 인상파란 이름은 화가 모네가 그린 해돋이 그림인 ‘인상’ 에서왔어. 우린 야외에서 눈에 보인 풍경을 그대로 포착해 그림을 그렸지. 이전 화가들처럼 풍경을 보고 화실에 돌아와 기억을 되살려 그린 그림이 아니라고. 햇빛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인 가시광선이 있지. 물체의 색깔은 물체가 반사하는 가시광선의 색과 같아. 바다는 가시광선 중 파란색을 반사해서 파랗게 보이는 거야. 하지만 흐린 날엔 검푸르거나 잿빛으로 보이지? 맑은 날엔 영롱한 에메랄드색으로 보이기도 하지. 이렇게 빛에 따라 변화무쌍한 풍경과 색을 탁~! 잡아 그림에 담으려고 한 화가들이 바로 인상파야. 특히 쭈욱쭈욱~ 짜는 튜브의 발명이 우릴 도왔다고! 가지고 다니기 쉬운 튜브물감 덕분에 우리가 야외에서 물감을 직접 칠할 수 있었단다.
▲ 인상(모네) : 해가 뜨는 순간을 포착해 그린 그림이다. 어슴푸레한 안개 사이로 태양이 강 위에 붉게 비치고 사람은 검은 그림자로만 보인다.
▲ 수련(모네) : 수련이 핀 강에 구름이 비친 순간을 그렸다.
비밀1 미스터 색깔왕
불타는 태양~, 파란 밤 하늘과 붉은 바탕의 그림들. 탄성이 터져 나올 만큼 선명한 색깔로 유명한 내 그림의 비밀은 뭘까? 바로 색깔을 선택하는 내 탁월한 감각 때문이 아니겠어? 하하. 안료도 큰 힘이 됐지. 19세기엔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다양한 안료가 발명돼 아름답고 선명한 유화를 그릴 수 있었어. 안료를 기름에 섞은 유화물감은 선명한 색과 광택을 가진데다 천천히 마르기 때문에 수정과 덧바르기가 쉬웠단다.
이글~ 이글 노랑 혁명
예전에는 노란색 안료로 사프란이나 리드틴옐로우가 전부였어. 그런데 내가 그림을 그릴 때 ‘노랑의혁명’ 이라 불리는 크롬옐로우와 카드뮴옐로우가 새로운 노란색 안료로 등장했어. 이들은 더 강렬하고 아름다운 노란색을 낼 수 있단다. 게다가 내가 이글이글 불타는 태양을 칠하는 데 쓴 크롬옐로우나, 파란 밤 하늘을 칠한 코발트블루는 다른 색보다 화학적으로 안정돼 시간이 오래 지나도 선명하단다. 나의 색깔 선택이 탁월했지?
톡톡~ 톡톡 색점 찍기
난 원색을 주로 쓴데다 물감을 섞지 않고 화폭에 톡톡~ 색점을 찍는 병치혼합이라는 방법을 썼어. 파란색과 노란색을 섞으면 녹색이 되는데, 물감을 섞지 않고 파란색과 노란색을 함께 화폭에 찍어도 멀리서 보면 우리 눈엔 녹색으로 보여. 병치혼합을 쓰면 색감이 풍부하면서도 원래 색이 살아 있어 선명하면서 맑은 느낌을 주지.
색은 섞을수록 탁해지고 화학작용까지 일어나. 병치혼합과 원색을 즐겨 쓴 난 변색의 걱정이 없단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시기에 그림을 그린 밀레의 그림은 지금 보면 많이 어둡고 칙칙해. 이건 유황성분이든 물감에 납이 든 흰색이나 노란색을 섞으면서 물감이 점점 검게 변했기 때문이야. 황과 납이 만나면 황화납이라는 검은 물질이 생기거든. 유화의 기름은 이런 변화를 부채질한다고. 어휴~, 명작의 색이 변해안타까워.
수리~ 수리 보색 마술
쿵~! 그림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아? 난 대담하게 튀는 색끼리 충돌을 일으켜 사람들의 눈을 확 잡아끌었지. 색을 늘어 놓은 색상환에서 마주 보는 색을 짝지어 보색이라 불러. 노랑과 파랑, 빨강과 초록이 대표적인 보색이야. 보색을 함께 칠하면 시각적 자극이 크고 긴장감을 불러서 색채충돌이란 말이 나왔지. 촌스러운 느낌마저 들 걸? 하지만 보색을 잘 사용 하면 선명하고 맑은 느낌을 줄 수 있어. 이건 색깔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세포가 보색을 함께 처리해서 그래. 노란색에 흥분한 신경은 다른 신경이 노란색에 흥분하지 못하게 해. 대신 보색관계인 파란색을 더 맑고 강하게 느끼도록 만들지. 빨간색과 녹색도 마찬가지야. 덕분에 ‘아이리스’ 는 바탕의 노란색과 붓꽃의 파란색이 원래의 색보다 더 노랗고 더 파랗게 보이는 거야.
▲ 아이리스(고흐) : 보색인 노란색과 파란색이 함께 쓰여 원래보다 선명하고 맑은 색으로 보인다.
비밀2 녹색 얼굴이라도 괜찮아
‘위대한 예술가는 위대한 과학자이기도 하다’라는 말이 있어. 난 실제 사물과 다른 색깔을 칠하면서 색의 효과를 탐구했단다. 얼굴에 과감
하게 녹색이나 청색, 빨간색을 칠하기도 했지. 엉뚱한 색을 칠한 것 같지만 얼굴에 실수로 초록 물감이 묻은 것 같은 어색한 느낌이 들지는 않을 걸? 그 비밀을 알려 줄게.
우리 뇌는 사물의 형태나 윤곽, 크기를 인식할 때 색깔보다 밝기를 먼저 이용하지. 주황색이든 노란색이든 집채만 한 크기의 자동차가 다가
오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야. 밝기로 윤곽을 파악한 다음에 밝기가 비슷한 부분은 색깔로 더 자세히 구별한단다.
자, 이제 엉뚱하게 녹색이 칠해진 얼굴을 흑백으로 바꿔 볼까? 녹색이든 살색이든 코나 뺨처럼 도드라진 부분은 밝고, 눈 밑이나 콧속은 어두워서 밝기가 자연스럽지? 다시 원래 자화상을 볼까? 얼굴이 녹색이더라도 밝기가 자연스러우면 우리 뇌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게다가 노란 계열의 얼굴에 푸른색이나 녹색을 약간 칠하면 바탕에 노란색과 보색인 파란색을 칠해도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보여. 과감하게 색을 칠해 오히려 새로운 느낌의 그림이 된 거야.
▲ 자화상(고흐) & 자화상(흑백) : 얼굴에 녹색을 칠했지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이 그림을 흑백으로 바꾸면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귀 뒤의 갈색 머리칼이나 소매의 색깔이 윤곽선 밖으로 삐져나가도 밝기가 크게 차이나지 않으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비밀3 캔버스에 눈길 정거장 세우기
엥? 갑자기 캔버스에 무슨 정거장을 만드냐고? 이건 캔버스를 넓히는 비법이야. 물론 크기가 정해진 캔버스를 뚫고 나갈 수는 없지. 대신 작품을 보는 사람이 그림을 넓게 느끼도록 그리는 거야. 현대의 지각심리학자도 깜짝 놀라는 내 소실점의 비밀을 알려 줄게. 보통 그림을 보면 어느 한 점에 눈길이 멈추는데 이 점이 그림에 숨겨진 여러 선이 모이는 소실점이야. 선들은 나무나 밭고랑, 붓질의 방향 등을 따라 살짝 숨어 있어. 여러 개의 소실점이 있으면 우리 눈도 소실점을 따라 그림 곳곳을 응시하게 돼. 그럼 한두 개의 소실점이 있는 그림보다 시선이 많이 움직이면서 공간을 넓게 느끼게 된단다. 마치 택시 타고 한 번에 가는 것보다 버스를 타고 여러 정거장에 들렀다 가면 같은 거리도 더 멀게 느껴지는 것과 같지. 여러 개의 소실점 덕분에 내 그림은 자세하고 꼼꼼하게 그린 것도 아닌데 오랫동안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 힘이 있어.
▲ 파란 하늘 아래의 들판(고흐)
(왼쪽)단순한 풍경 같지만 들판과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에 눈길이 머물면서 넓게 느껴진다. 좌우로 펼쳐진 들판에 몇 개의 소실점이 있을까? (오른쪽)동그라미로 표시된 3개의 소실점이 수평선에 놓여 있어 들판이 드넓은 느낌이 든다.
▲ 밤의 까페(고흐) & 밤의 까페(소실점) : 주요 소실점이 왼쪽 벽면에 있고 오른쪽에 엎드린 사람 쪽에도 소실점이 있다.
여러 개의 소실점이 가로로 있으면 좌우로 넓게, 세로로 놓여 있으면 그림뒤쪽 너머까지 공간이 넓어진 느낌이 들어요..
지상현 교수(한성대 시각영상디자인전공)
비밀4 고통을 예술로!
휘몰아치는 격렬한 소용돌이, 강렬한 색깔은 다른 화가들에게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나만의 특징이야. 난 생전에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화가였고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웠단다. 하지만 이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켜 걸작을 남겼지.
구불구불 소용돌이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프랑스생 레미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때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게 됐지. 밤 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별빛과 달빛이 내 마음을 두근두근 뛰게 해서 당장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었거든. 구불구불 소용돌이치는 밤 하늘은 내 그림 중 손꼽히는 걸작이야.
이 그림은 그 안에서 놀라운 과학적인 사실이 발견돼 더 유명해졌어. 2006년 멕시코 국립대학교 물리학자 아라곤 박사팀은 이 그림이 기체나 액체가 불규칙하게 흐르는 난류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 준다고‘네이처’에 발표했단다. 박사팀은 그림에서 어떤 두 지점의 밝기가 같을 확률은 두 지점이 떨어진 거리를 제곱한 비율로 줄어든다는 걸 알아 냈어. 이건 난류를 다루는 유체역학에서 중요한 법칙인 ‘콜모고로프 척도’와 일치해. 정말 놀랍지?
연구팀은‘프로방스의 시골길 야경’처럼 정신적으로 힘들고 혼란스러웠던 시기의 그림에서만 이런 구불구불한 소용돌이가 발견됐다고 했지. 연구팀은 나에게 정신착란이 일어나 사물이 소용돌이치는 것처럼 보였을 거라고 해. 휘감아 돌며 꿈틀거리는 선이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낸다고 말이야. 또 눈앞에 소용돌이가 어른거리는 질병인 ‘색소성 망막염’ 을 앓았다거나, 즐겨마시던 술인 압생트가 시신경을 손상시켜서 이런 소용돌이를 그리고 강렬한 색을 칠했다고 보는 학자도 있어.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풍경을 보고 느낀 것을 분명하게 화폭에 담아낸 건 나만이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난 1853년에 태어나 1890년에 숨을 거둘 때까지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수많은 그림을 그렸어. 죽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은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야. 격한 감정을 담아 굵은 붓질로 풍경을 그렸지. 우울증과 편두통 등 날 괴롭힌 병들이 이런 강렬하고 격정적인 그림을 그리게 했어. 날 보살핀 의사 가쉐는‘고흐가 살아갈 수 있게 한 건 바로 그림이었다’고 했지. 몸과 마음이 아파도 나처럼 어떤 일에 푹 빠져 집중하면 세로토닌 같은 호르몬이 나와 고통을 줄여 준대. 그래서 인지 고통이 심할수록 더욱 그림에 몰두했단다.
어때, 그림을 찬찬히 보니 붓질이나 색깔 하나도 예사롭지 않지? 관심을 가지고 내 그림을 보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어. 화가는 자신의 의도를 잘 나타내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여러 가지 기법으로 표현하거든. 날 만나고 싶으면 2008년 3월 1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불멸의 화가반고흐’ 전으로오렴.‘ 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은 과학의 눈으로 꼼꼼히 보면서 내 걸작의 비밀을 찾아 낼 거라 믿어.
그럼, 난 이만 그림 속으로 돌아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