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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아! 꿀벌 초토화 사건

“도둑이야!도둑잡아라~!”
조용하기만 하던 숲 속에 처절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사람 사는 집 하나 없는 숲 속에 도둑이 들었다니? 대체 뭘 훔쳐간 걸까? 또 그 옆에서 같이 울고 있는 꼬마 곰에겐 무슨 슬픈 사연이?

사건 의뢰 - 꿀벌들이 사라졌다?

"꿀벌을 키우는 양봉업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간은 꿀을 딸 때라구!”
오늘이면 달콤~한 꿀이 많이 모였을 거라고 생각한 양봉달 씨는 서둘러 벌통이 있는 산 중턱으로 올라갔다. 그 동안 날씨도 좋아서 꿀벌들이 부지런히 꿀을 모았을 거란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벌통이 보일 때쯤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윙윙~ 거리던 벌소리가 나질 않고 너무 조용하더라구.”
가까이 가 본 양봉달 씨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꿀벌들이 벌통 주변 여기저기에 떨어져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벌통 속에는 꿀도 없고, 애벌레도 없고…. 그야말로 벌통이 초토화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누군가 꿀벌을 죽이고 꿀을 훔쳐 갔다는 얘기로군요?”
닥터고글의 말에 양봉달 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반달가슴곰‘탱이’를 의심에 가득 찬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탱이는 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인데, 종종 벌통주변으로 내려와 몰래 꿀을 훔쳐 먹곤 했다는 것이다.
“탱이가 전에도 이렇게 벌통을 초토화 시키면서 꿀을 훔쳐 먹은 적이 있었나요?”
“그렇진 않았어요. 어린 곰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가끔 훔쳐 먹어도 그냥 두었지요. 그런데 이렇게 꿀벌을 죽이면서 훔쳐 먹었다면 난 탱이를 당장 우리에 가두라고 신고할 겁니다.”
양봉달 씨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겁에 질린 탱이. 그러나 냥냥이가 탱이의 말을 통역한 결과, 탱이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탱이가 벌통에 왔을 때는벌써 꿀벌들이 죽어 있었고, 꿀도 한 방울 남아 있지 않았단다.
“현장을 둘러 봐도 곰이 마구 휘저은 흔적은 없어요. 그렇다면 탱이가 한 짓은 아닌 것 같은데…. 일단 현장을좀더둘러봐야겠어요. 분명 단서가 있을거예요.”


 


 
텅 비어 버린 꿀벌통. 최근 세계 곳곳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바이러스나 전자파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 분석 ➊ 도둑은 날아다녔다?

냐옹~, 잉냐옹냥냥!(고글! 이것 좀 봐 봐.)”
현장 조사에 앞서 냥냥이 고글에게 자료를 건넨다.  <;사이언스>; 최근호에 소개된 뉴스로, 꿀벌의 집단 실종 원인이 ‘이스라엘 급성마비바이러스’ 라는 연구 결과가 실려 있었다.
“하지만 냥냥, 여기 꿀벌들은 단순히 사라진게아니라 처참하게 죽어 있어. 그러니까 누군가 일부러 죽였단 얘기지.”
“흑흑~, 내 소중한 꿀벌들이 뎅강뎅강 잘려 있어요.”
닥터고글 말을 듣고 죽어 있는 꿀벌을 자세히 관찰한 양봉달 씨는 또 다시 대성통곡하기 시작한다.
“뎅강뎅강 잘려서 죽었다…. 이 점이 하나의 단서가 되겠군요. 제트, 주변 발자국을 살펴 줘.”
제트가 특수 광선을 이용해 풀숲에 발자국이 있는지 샅샅이 살폈으나 최근에 찍힌 발자국은 대부분 양봉달 씨와 탱이의 것이었다.
“발자국도 없어요? 그렇다면 굉장히 머리가 좋은 도둑이군요. 아이고, 어떻게 잡아요? 흑흑~.”
“진정하세요, 양봉달 씨. 발자국이 없는 것도 중요한 단서니까요.”
“발자국 없는 게 어떻게 단서가 되죠? 훌쩍!”
“우선, 꿀벌들의 몸이 뎅강 잘려나간 걸로 봐서 범인은 입이잘 발달된 것 같아요. 물어뜯은 흔적이 보이거든요. 게다가 발자국이 하나도 남지 않았고, 벌통도 흐트러 놓지 않은 채 벌통 안까지 들어가 애벌레와 꿀을 모조리 먹어치웠지요. 그렇다면….”
“그렇다면…?!”
“날아다니는 도둑이란 얘기예요. 그리고 날카로운입으로 공격했을 거예요.”
날아다니는 도둑이 있다고? 게다가 입이 날카롭고? 도통 감이 오지 않는 양봉달 씨와 탱이. 범인은 대체 누구지?


사건 분석 ❷ 무시무시한 말벌은 어떤 곤충?

“범인은 바로 말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가야 하듯, 우리도 말벌을 찾아가 봐요. 제 생각이 틀림없다면 멀지 않은 곳에 말
벌집이 있을 거예요.”
“엥? 말벌이 도둑이라구요?”
양봉달 씨와 탱이를 함께 태우고 말벌을 찾아 이동하는 제트. 드디어 가까운 고목 안에 있는 말벌집을 발견했다.
“말벌은 고목이나 땅 속 같이 잘 드러나지 않는 장소에 집을 짓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 홀로 겨울을 난 여왕벌이 3월 초에 알을 낳으면서 무리를 이루지요.”
“홀로 겨울을 났다면 다른 수벌이나 일벌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다 죽는다는 건가요?”
“맞아요. 수벌이나 일벌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여왕벌이 교미를 마치면 모두 죽어요. 여왕벌이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모으기 위해 8~10월에 활발히 활동하는 거랍니다. 그 영양분으로 겨울을 난 여왕벌이 이듬해에 다시 알을 낳아 무리를 이루게 되지요.”
닥터고글 일행은 말벌을 관찰하던 중 참나무에 달라붙어 있는 말벌 한 마리를 발견했다.
“엥? 쟤는 지금 뭐하는 거예요? 참나무에서도 꿀이 나나?”
“수액을 먹고 있는 거예요. 말벌은 참나무나 밤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좋아하거든요.”
“수액을 좋아하는데 꿀벌은 왜 죽인 거죠?”
다시 궁금해지는 양봉달 씨. 같은 벌에게 꿀벌이 당했다는 게 더 속상하다.
“말벌은 꿀이나 꿀벌의 애벌레까지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에요. 보세요. 덩치가 꿀벌보다 5~6배는 큰 데다가 입 모양이 마치 메뚜기처럼 갉아먹기 좋게 생겼잖아요? 그래서 말벌은 꿀벌에게 무척 위협적인 존재지요.”
“으~, 그러고 보니 생김새가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처마 밑에 지은 말벌집을 퇴치하고 있다. 원래 말벌은 땅 속이나 나무 속에 집을 짓지만, 비가 많이 와서 물이 차면 높은 곳에 짓기도 한다.



 




말벌은 다른 벌에 비해 큰 몸집과 날카로운 입을 가지고 있다. 참나무 수액을 좋아하지만 날카로운 입으로 꿀벌의 애벌레를 잡아먹기도 한다. 사진 제공/김성수(곤충연구가)


사건 분석 ❸ 말벌의 침을 조심하라!

“말벌은 꿀벌에 비해 훨씬 적은 수가 무리를 이루고 있네요?”
“역시 양봉을 하시는 분이라 눈썰미가 다르군요. 맞아요. 꿀벌은 보통 3~4만 마리가 무리를 이루지만, 말벌은 여왕벌을 중심으로 150~300마리가 무리를 이루지요.”
닥터고글의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양봉달 씨. 아무리 덩치가 크다지만 어떻게 몇 백 배나 많은 꿀벌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거지? 양봉달 씨의 궁금증을 눈치챘는지 닥터고글 일행을 태운 제트가 말벌의 꽁무늬 쪽으로 빠짝 따라붙는다.
“말벌은 덩치 말고도 꿀벌보다 센 게 있어요. 바로 침과 독이지요. 꿀벌은 침이 화살촉처럼 생겨 한 번 침을 쏘면 침과 소화기관이 함께 빠져나가 죽지만, 말벌은 그렇지 않아요. 대롱관처럼 생긴 침을 여러 번 쏠 수 있답니다. 게다가 말벌이 한 번 쏠 때 나오는 독의 양도 꿀벌에 비해 15~30배나 많답니다.”
“독한 독으로 여러 번 쏜다는 얘기군요. 휘유~, 엄청 무서운 놈들이네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는 양봉달 씨. 사실 닥터고글과 냥냥도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말벌이 그런 특성을 갖게 된 건 자신들의 무리를 유지하기 위해서예요. 꿀벌에 비해 수가 적은데 꿀벌처럼 침을 한 번 쏘고 죽는다면 무리를 유지하기가 힘들 테니까요.”
“자연은 정말 오묘하네요. 그런데 말벌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보기만 하면 공격하나요?”
“그렇진 않아요. 말벌들은 누군가 자신들을 공격해 온다고 느낄 때 방어하기 위해 공격해요. 큰 소리를 내거나 벌을 쫓기 위해 팔을 휘젓는 행동들이 말벌에게는 공격한다고 보이는 거예요.”
더불어 화장품 냄새나 술 냄새, 화려한 색깔 등은 말벌이 좋아 하는 것들이니 조심하라는 닥터고글의 말에 속으로 깜짝 놀라는 양봉달씨. 다시는 술 먹고 벌통 근처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사건 해결 - 말벌 공격에서 살아남기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말벌이 더 극성인 것 같아요. 왜 그런 거죠?”
말벌이 범인이라니 손해를 보상 받을 수도 없게 된 양봉달 씨는 말벌이 극성인 이유라도 알고 싶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올해 기온이 높았던 게 중요한 이유인 것 같아요. 말벌의 애벌레가 자라는 데 가장 좋은 온도는 32~35℃거
든요. 말벌이 집을 짓는 땅 속이나 나무 속은 밖의 기온보다 온도가 낮기 마련인데, 올해는 기온이 워낙 높아 땅 속이나 나무 속에 있는 말벌 집 의 온도가 32℃ 가까이 올랐을 가능성이 커요.”
따라서 말벌의 애벌레들은 빠르게 잘 자랐고, 그 결과 활동성이 뛰어난 말벌이 예년보다 많이 나오게 되었다는 얘기다.
“그나저나 이번 사건의 범인은 탱이가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구요. 만약 탱이가 범인이라면 내 손으로 탱이를
잡아 가둬야 하나 엄청 고민했거든요.”
양봉달 씨는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벌통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윙~ 윙~!”
양봉달 씨가 무심코 땅에 있는 말벌집을 건드리고 말았다.
“아니야! 난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구!”
그러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말벌들이 몰려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 근처를 벗어나야 해요. 얼굴을 쏘이면 호흡 곤란이 올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니 얼굴을 가리고 최대한 몸을 낮추면서 천천히 가자구요!”
말벌이 윙윙대는 위기의 순간에도 우리의 닥터고글은 독자들을 위한 당부의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여러 분~, 혹시 말벌에 쏘이면 민간요법을 쓰지 말고 얼른 병원으로 가야 해요. 꼭이요! 엄마야~!”

 
 

 
 
이것도 말벌?
사람들이 흔히 말벌로 착각하지만, 이 사진은 꼬마쌍살벌이다. 말벌과 같은 말벌과지만, 덩치도 훨씬 작고 꿀벌을 공격하지도 않는다. 사진 제공/배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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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9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선아 기자
  • 도움

    장승종 자문위원
  • 진행

    이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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