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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멸망시나리오② 10km급 천체가 떨어져 겨울이 찾아왔다

한때 인류는 소행성을 곡물(Ceres)과 지혜(Pallas), 사랑(Eros)의 신의 이름으로 불렀다. 소행성 하나하나에 인류를 풍요롭게 하는 존재나 가치를 투영했다. 그러나 오늘날 소행성은 인류를 파멸로 이끌지 모를 두려운 존재로 여겨져 풍요 대신 멸망과 관련된 이름이 붙곤 한다. 2004년 발견된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가 대표적이다. 태양신을 삼키는 거대한 뱀의 이름을 딴 이 소행성은 정말 지구를 삼켜버릴까. 소행성이 충돌하는 날을 모의 시나리오로 예상해 봤다.

 

2150년 2월 1일, 10km급 소행성 ‘다이너소어(Dinosaur·공룡)’가 떨어졌다. 다이너소어는 충돌 불과 3개월 전에 발견됐다. 인류의 기술이 부족한 탓에 발견이 늦은 것은 아니었다. 인류는 2000년대 초반에도 이미 수십m 크기의 작은 소행성까지 샅샅이 뒤져내는 기술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2050년 모든 소행성 관측 임무가 갑자기 종료됐다. 기후위기로 전 세계에 유례없는 폭염과 홍수, 폭설, 산불이 연이어 찾아오자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소행성 탐사에 투입되는 지원을 끊은 것이다.


지구 코앞에 도착한 직경 10km 천체를 처음 찾아낸 과학자는 보자마자 멸망을 직감하고 공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구와의 거리가 워낙 가까워 과학자들은 핵 미사일도 매섭게 전진하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꿀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충격파로 도시가 붕괴되고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


소행성의 충돌 예상 지점은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였다. 6600만 년 전 공룡 멸종을 몰고온 소행성이 떨어졌던 바로 그곳이었다. 다이너소어를 발견한 과학자는 처음에는 충돌지점을 태평양 한가운데라고 잘못 예측했는데, 이 때문에 정확한 충돌지점이 나오기까지 일부 사람들은 떨어지는 지점이 바다라 피해가 적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기도 했다. 물론 부질없는 희망이었지만, 근거는 있었다. 소행성 충돌로 만들어지는 충격파는 바다보단 땅에서 크다. 주변에 같은 밀도로 사람이 있었다고 가정할 때 지름이 400m인 소행성이 땅에 떨어지면 평균 100만 명이 피해를 입는데, 바다에 떨어지면 만 명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오로지 소행성이 만드는 충격파로만 입은 피해만 추산한 결과다. doi: 10.1002/2017GL073191 


하지만, 다이너소어는 그보다 25배나 큰 소행성이었다. 태평양에 떨어지자마자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을 삼킬 쓰나미가 발생했을 것이다.


충돌 순간이 왔다. 다이노소어는 작은 점으로 보이다가 점점 커졌고 충돌이 임박한 시점에서는 태양보다도 커졌다. 음속보다 60배 빠른 속도로 드디어 지구에 도착했다. 성층권을 통과해 지구 표면에 도착하는 데 단 2초면 충분했다.


충돌한 순간, 잠시 온세상이 밝아졌다. 충돌 시 발생한 에너지는 히로시마에 던져진 원자폭탄의 100억 배와 맞먹었다. 충돌지에는 암석이 녹으며 마그마처럼 흘러내렸다. 암석이 사라진 자리엔 깊이 20km, 직경 180km가 넘는 분화구가 만들어졌다. 


분화구에 있던 생명들은 암석과 함께 녹아버렸다. 충돌 시 생긴 충격파는 열과 바람으로 퍼져나가 충돌 지점에서 1500km 떨어진 곳에 있는 생명까지 모두 즉사시켰다. 잠시 충격파가 만든 굉음이 지구를 지배했다. 몇 분 만에 규모 9~11의 지진이 지구 전역에 발생했고 심지어는 충돌 지점의 지구 반대편에서도 땅이 수m씩 흔들렸다. 


충돌지에 면한 멕시코만에는 일시적으로 바닷물이 밀려나 높이 1500m의 쓰나미가 생겼다. 전 세계 해안선을 따라 해저에 면한 바닷물이 초속 20cm 이상의 속도로 흘러 충돌지로부터 6000km까지 해저의 퇴적물이 밀려났다. 대서양의 해저가 헤집어지고 해양생태계는 붕괴했다. doi: 10.1029/2018EO112419


충돌 시 생긴 파편들이 지구 전역, 심지어는 우주까지 퍼져나갔다. 지구의 산과 들은 끊임없이 타올랐고 이때 생긴 먼지와 재가 성층권을 가득 메웠다. 10년이 지나도 먼지와 재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구엔 태양빛이 이전보다 5~20% 적게 도달했다. 혹독한 겨울이 시작됐다. 기온은 최대 66.8℃까지 떨어졌고 강수량도 적은 곳은 14%, 많은 곳은 95%까지 감소했다. doi: 10.1073/pnas.2006087117 


인류는 땅에서 식량을 구할 수 없었다. 바다라고 형편이 나은 것도 아니었다. 바다는 재와 먼지로 산성화됐다. 게다가 10년 동안 극심한 녹조 현상이 나타났다. 조류가 생산한 유기물의 양이 이전보다 8배 가까이 증가했다. doi: 10.1029/2020GL092260 해양 생태계는 붕괴했고, 인류가 먹을거리는 없었다. 전지구에서 인류는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소행성 탐사를 했다면,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을까


또 하나의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만약 2150년까지 인류가 소행성 탐사를 지속했다면 다이너소어에 맥없이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탐사가 한창이던 21세기 초에, 천문학자들은 지구를 위협하는 근지구천체(NEO‧Near Earth Objects)를 95%가량 찾아냈다. 당시 다이너소어는 목록에 없었지만, 크기가 10km에 달하니 2100년이 채 되기 전 분명 찾아냈을 것이다. 물론 거기에 대처할 수단이 있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또 다른 이유로 인류가 멸망했을 가능성도 있다. 2022년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고전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처럼 혜성과 충돌해서다. 


영화는 천문학자들이 6개월 후에 직경 6~9km의 혜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는 데이터를 확인하며 시작된다. 혜성은 태양계를 감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천체로 가스를 내뿜어 생기는 긴 꼬리 모양이 특징이다. 소행성 은 지구 공전궤도 주위를 빙빙 돌지만, 혜성은 태양계 끝에서부터 오기 때문에 영화처럼 크기가 큰 천체가 갑자기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소행성과 혜성이 전혀 다른 천체는 아니며 둘을 구분하는 핵심은 가스다. 처음 발견 당시 소행성으로 등록됐다가 천체에서 가스가 나오는 것으로 확인되면 혜성으로 재분류되는 경우도 많다.


혜성이 내뿜는 가스는 태양빛에 의해 내부의 얼음이 승화돼 만들어진다. 보통 화성과 목성 사이인 2.5AU(천문단위, 1AU=태양~지구 거리)부터 나타난다. 이때부터 망원경에 뿌연 천체로 나타난다. 
이때까지 혜성의 평균속도는 대략 초속 18km다. 만약 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궤도에 있다면, 지구와 충돌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8개월에 불과하다. 헌데 혜성은 매초마다 속도가 달라지고, 태양과 가까워질수록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이보다 훨씬 짧다. 다이너소어처럼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인류는 결국 멸망했을 것이다. 

 

글 : 박영경 기자
도움 : 김명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선임연구원

과학동아 2022년 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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