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지구’는 지구에 멸종이 일어날 때마다 출간돼 지금까지 총 다섯호가 발행됐죠. 마지막 호를 발행한 지 벌써 6600만 년이나 흘렀네요. 얼마 전 인류가 사라진 6번째 대멸종 덕분에 6호를 발간할 수 있었습니다.
오래 기다리신 만큼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난 직후 지구에 남은 흔적들을 샅샅이 찾아냈습니다. 지난 다섯 호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지구상에서 일어난 멸종을 총망라한 기획도 준비했으니 놓치지 마세요!
고요의 바다를 되찾다
인간은 목소리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다른 생물과 비교하면 꽤나 시끄러운 편이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과 기계가 내는 소음은 지구를 가득 채웠다. 특히 바다는 인간의 소음으로 늘 고통받았다. 선박과 무기, 각종 탐사 장비가 특히 자주 소음을 냈다.
인류가 사라지자 드디어 바다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2020년에도 비슷한 고요함이 찾아왔었다. 인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봉쇄돼 해안가는 3dB 이상, 해저는 9dB 가까이 고요해졌다. doi: 10.3389/fmars.2021.656566, 10.3389/fmars.2021.674702
플라스틱 조각, 심해에 잠들다
플라스틱 천지다. 지구를 인간이 지배했던 건지, 플라스틱이 지배했던 건지 헷갈릴 정도다. 인류 멸망 직후, 수심 1만 898m에서도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 플라스틱 조각 대부분이 수심 1000~2000m 바다에서 발견됐고 이 중 89%가 일회용 제품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doi: 10.1016/j.marpol.2018.03.022
미세플라스틱은 더 심각하다. 총 8만 2000~57만 8000t(톤)의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 500mL 물병 약 300억 개와 맞먹는 양이다. 이들이 다 사라지려면 몇만, 아니 몇십만 년이 걸릴지 모른다. doi: 10.1186/s43591-021-00013-z
인공물이 생물량보다 많다
지구 역사상 최악의 존재는 인간이 확실하다. 멸종 전, 인간은 질량 기준으로 전체 생물의 0.01%만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구 위 모든 생물의 질량을 합한 것보다 많은 인공물을 만들고 사라졌다.
인간이 지은 건물과 도로는 1조 1000억 t으로 전 세계 나무의 질량인 9000억 t을 뛰어넘었고, 플라스틱은 80억 t으로 동물 질량의 2배에 달했다. 1900년 인공물의 총질량은 전체 생물량의 3%에 불과했지만, 멸종 직전까지 초고속 성장한 것으로 추측된다. doi: 10.1038/s41586-020-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