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3배체 동물연구가 국내에서도 활발히 진행돼 슈퍼닭의 생산에 이르렀다.
이세상에 살고있는 동물로서 암수가 따로 있는 동물은 아비로부터 그 동물의 총염색체의 반으로 구성된 한묶음의 염색체를 받고, 아비로부터 물려 받은 염색체와 모양이 엇비슷한 유전인자를 가지는 다른 한 묶음의 염색체는 어미로부터 물려 받아 하나의 생명체가 생긴다. 따라서 같은 아비와 같은 어미를 가지는 형제들은 서로 비슷한 유전인자를 아비와 어미로 부터 물려받아 모양 성질 등이 서로 비슷하다.
그러나 유전인자의 구성을 변화시켜 즉, 아비로부터 물려받는 염색체나 어미로부터 물려받는 염색체 중에서 어느 한쪽의 염색체를 한 묶음에서 두 묶음으로 변화시켜 보통의 암수와 접붙이게 되면 염색체가 보통 동물의 두묶음의 염색체 보다 한 묶음이 더 많은 세묶음의 염색체를 가지는 동물이 생산되는데 이와같은 동물을 3배체 동물이라고 한다.
보통은 2배체
3배체라는 의미는, 보통 동물의 염색체는 아비와 어미로 부터 각각 한 묶음의 염색체를 받아 두 묶음의 염색체를 가지므로 2배체성 동물이라고 하는데 반하여 염색체를 세 묶음을 가진다고 하여 3배체성 동물이라고 부르고 있다.
2배체성인 보통의 동물은 아비와 어미를 반씩 닮고 크기도 아비와 어미의 중간이 되지만 3체배성 동물은 아비로 부터 두 묶음의 염색체를 받는 경우 아비를 3분의 2 정도 닮고 어미는 3분의 1만 닮게 되고 반대로 어미로 부터 두 묶음의 염색체를 받는 경우 3분의 2는 어미를 닮고 3분의 1은 아비를 닮게 된다.
동물이 아비와 어미로 부터 물려받는 염색체의 한 묶음안에 가지고 있는 염색체수는 동물의 종에 따라 다른데,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간에 있어서 염색체 한묶음 안에 들어있는 염색체수는 23개이다. 그중 22개의 염색체는 암수를 결정하는데 관여하지 않는 상염색체이고, 1개의 염색체만이 암수를 결정하는데 관여하는 성염색체로 구성되어있다. 젖빨이 동물에서는 아비로 부터 X 또는 Y 두종의 염색체중 한개의 성염색체를 물려받고 어미로부터는 X염색체만 물려받는데, 아비로부터 X염색체를 물려받고 어미로부터 X염색체를 물려받으면 성염색체는 XX로 되어 암컷이 되고 아비로부터 Y염색체를 물려 받고 어미로부터 X염색체를 물려받으면 성염색체가 XY로 되어 수컷이 된다.
(그림1)은 사람의 염색체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것이고 (그림2)는 사람의 염색체를 크기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보통 닭보다 80% 이상 무거워
한편 조류에 있어서의 암수의 성염색체 구성은 젖빨이 동물과 판이하게 다르다. 닭의 성염색체는 Z와 W로 표시하는데 아비로부터 성염색체 Z를 받고 어미로부터 성염색체 Z를 받는 경우, 이 닭의 성염색체는 ZZ로 수컷이 되고, 아비로부터 성염색체 Z를 받고 어미로부터 성염색체 W를 받으면 그 개체의 성염색체의 구성은 ZW로 암탉이 된다.
(그림3)은 암탉과 수탉의 염색체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것인데, 수탉은 2개의 Z염색체를 가진 반면 암탉은 1개의 Z염색체와 Z염색체보다 작은 W염색체를 가지고있다. 암수의 결정권은 젖빨이 동물에서는 수컷이 쥐고 있으나 닭에서는 암컷이 암수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모든 새종류의 동물은 닭과 같은 유전양식을 가진다.
그런데 3배체의 닭에서는 성염색체 3개를 가지게 된다. 이때 성염색체의 구성은 ZZW ZWW ZZZ으로 나타날수 있다.
성염색체 구성이 ZZW로 된 개체는 성염색체를 ZW로 가지는 암탉이나 성염색체를 ZZ로 가지는 수탉의 중간인 간성(間性:intersex)을 보이고 있으나 염색체가 한묶음 더 많아 몸집은 보통닭 보다 78%나 더 무겁다.
성염색체를 ZWW로 가지는 개체는 부화도중 죽게되어 살아남지 못하는 치사성(致死性:lethal)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성염색체를 ZZZ로 가지는 개체는 살아남을수 있으며, 몸집이 매우 크고 수컷의 기질이 넘쳐흐르는 슈퍼 수탉(super male)이 될 것이다. 그중 일부는 번식도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왜 필요한가
이 지구상에는 현재 수십억의 인구가 살고 있고 매년 약6 천만명의 인구가 증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의 식생활을 향상시키시 위해서는 채소나 곡류보다는 맛이 좋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 계란 및 물고기의 생산공급량이 많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지구상의 육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하여 인간이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넓고 편안한 주택이 필요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기 위한 공장이 필요하다. 또한 각종 놀이시설이 건축되면서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를수 있는 땅의 면적이 상대적으로 좁아지게 되었다. 주어진 땅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식량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옛날보다 풍족한 식생활을 즐길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 인구가 더욱 많이 증가하고 주택 공장 등이 더 많이 건설되게 되면 식량을 생산할 땅이 좁아져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인류의 풍족한 식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주어진 면적의 땅에서 더 많은 곡식을 생산하고 한마리의 가축에서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게 되나 종래의 기술로는 목적달성이 어렵다. 과학자들은 생물의 유전물질을 변화시켜 생산량이 많은 새로운 종류의 동식물 개량에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1만분의 9mm보다 작은 크기의 염색체 안에 수많은 유전인자가 존재하고 있다고 알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유전인자가 어떤 염색체 어느 부위에 존재하고 있는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을뿐만 아니라, 만약 어떤 유전인자가 어느 염색체의 어느 부위에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졌다고 하여도 지금의 기술로서는 1만분의 9mm의 아주 작은 염색체 안에 필요한 유전인자를 바꾸어 끼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성세포의 감수분열 과정에서 염색체수가 반으로 감소되는 것을 억제하여 염색체의 수를 증가시키는 방안이 현실적인 연구대상이 되는 것이다. 즉 3배체성 동물의 생산에 관심이 집중되게 된 것이다.
1972년 몇종의 물고기에서 3배체성 개체의 생산이 보고되었으나 동물에 대한 3배체성의 생산은 실현되지 않았다.
물고기부터 시작
미국의 미네소타대학 의학 및 조직연구실의 '샤프나'(R.N.shoffner) 박사는 1980년에 동물에 있어서의 3배체 생산의 어려움을 다섯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3배체성 개체의 성공률이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자연상태에서도 가끔 3배체 개체가 나타나는 수가 있는데 그 출현확률은 1만분의 3~5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3배체성 개체는 2배체성인 보통개체에 비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출생 후 곧바로 죽는 경우가 많아 인간이 발견할 기회가 적고, 인위적으로 3배체성 개체를 만드는 경우도 특별한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세째 3배체성 개체는 생식세포의 생성능력이 극히 불량하여 어렵게 생산된 3배체성 개체는 그 개체가 살아있는 기간동안만 인간이 관찰할 수 있고 3배체성 후대를 생산하지 못하는, 마치 '씨없는 수박'과 같은 유전적인 성질을 갖는다.
네째 3배체성 개체는 외관상으로는 암컷과 수컷의 중간으로 보이는 간성이 대부분이다.
다섯째 3배체성 개체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샤프나'박사는 1980년에 백색 레그혼종 닭을 이용하여 인위적인 3배체성 개체의 생산을 시도한 연구에서 2백7개의 종란으로 부터 19마리의 병아리를 생산하였는데, 그중에서 5마리의 3배체성 개체를 얻어 3배체성 개체의 성공률을 2.4%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생산된 3배체성 개체의 성장률은 보통닭보다 훨씬 빠르다고 보고하였다.
기초기술 확보부터
농촌진흥청 축산시험장에는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인위적인 3배체성 닭의 생산에 대한 연구정보를 입수하고 1985년에 3배체성 생산에 대한 연구를 착수하였다.
그러나 그당시 시험장에서는 외국에서 발표한 닭의 염색체 사진을 본 일은 있어도 직접 실물을 가지고 염색체를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따라서 첫해인 1985년에는 씨알을 24시간 부화시켜서 그안에 들어있는 씨눈(초기배아)을 꺼내어 염색체를 관찰하는 기술을 획득하였고 닭의 품종에 따른 염색체비교와 암수를 결정하는 성염색체인 Z와 W염색체를 판별하는데까지 기술을 발전시켰다. 또한 1986년에는 씨알로부터 태아난 병아리에 TM이란 화학물질을 투여한 후 그 병아리의 다리뼈를 끊어 뼈속에 들어있는 골수세포를 꺼내어 염색체를 관찰하는 기술수준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같은 염색체의 판별기술은 염색체를 관찰하려고 하는 개체를 죽이는 상태에서 염색체의 관찰은 가능하였지만 염색체를 관찰하려고 하는 개체를 살려둔 상태에서 염색체를 관찰하는 기술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3배체성 닭을 생산하는데 성공하였다고 가정할 경우 그닭이 진실한 3배체성 닭인지를 확인하려면 그 닭을 죽여서 뼈속에 들어있는 골수세포를 꺼내야만 염색체의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3배체성 닭으로 확인된 닭은 살아있는 상태로 보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살아있는 상태에서 염색체를 관찰하기 위한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하려고 할 경우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1987년에는 연구팀중 한 사람을 미국의 아이오와대학 연구실에 열달동안 파견하여 백혈구를 인공적으로 배양하여 염색체를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였다.
이와같은 기초적인 기술이 확보된 후 1988년에는 본격적으로 3배체성 닭의 생산을 시도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연구한 3배체성 닭의 연구방법은 다음과 같다.
비록 0.8%의 성공률이지만
연구의 기본원리는 생식세포가 성숙하기 위하여 거치는 염색체의 감수분열 과정에서 감수분열을 억제하여 생식세포안에 2묶음의 염색체를 가지도록 한후 여기에 정상적인 개체를 접부쳐서 3배체성 개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좀더 쉽게 설명하면 (그림4)와 같다.
즉 닭에서 체세포의 분열시(유사분열)는 (그림4)의 (가)에서와 같이 세포분열시 염색체의 수는 변하지 않고 세포의 수가 증가하지만 생식세포가 성숙하는 과정인 감수분열시에는 (그림4)의 (나)에서와 같이 염색체 한쌍으로 된 생식세포가 염색체를 한묶음만 가지는 생식세포로 된다.
그러나 (그림4)의 (다)에서와 같이 1~2차 감수분열 과정에 TM를 투입하여 방추사를 제거함으로써 난자에 한쌍의 염색체를 가지도록 한후 정상적인 수탉을 인공수정 시켜서 3배체성 닭을 생산하였다.
이와같은 과정을 거쳐 총 5백4개의 씨알중에서 1백8마리의 병아리가 생산되었고 이중 4마리가 3배체 닭인 것을 확인하였는데 여기서 3배체 생산 성공률은 0.8%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생산한 3배체 닭은 성염색체가 ZZW를 가지는 암수의 중간인 중성으로 나타났다. 몸집은 보통닭보다 78%나 무거웠다 (표2).
이번에 개발에 성공한 3배체성 닭은 몸집이 보통닭보다 78%나 크다는 것이 알려 졌으나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이와같은 닭을 만드는데에 많은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어 산업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소나 돼지에 적용하기는 아직…
따라서 앞으로 3배체성 닭을 닭고기의 생산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값싸게 3배체를 생산하는 방법이 연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가지 이론적인 가정이 필요하다. 즉 3배체성 닭을 쉽고 값싸게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탉을 ZZZZ의 성세포를 가지는 4배체로 만들고 이 수탉을 보통의 암탉에게 인공수정시켜 3배체성인 닭을 대량생산 하도록 할 계획이다(그림5). 왜냐하면 한마리의 수탉을 인공수정으로 이용하면 수백마리의 암탉에서 씨알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연구계획은 암탉을 이용한 3배체성 닭의 생산원리를 더욱 발전시키면 머지않은 장래에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와같은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이 이론을 젖빨이 동물에게 도입하고 젖빨이 동물의 3배체성 개체 생산에 대한 연구와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질 경우, 지금 우리가 보는 돼지나 소보다 몸집이 약 2배가량 더 크게 자라는 3배체성 동물이 생산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3배체성 젖빨이 동물의 개발은 가까운 장래에 생산되기는 힘들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