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번 달로 ‘야생동물이 사람을 두 번 만났을 때’ 연재를 마칩니다.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구조센터에서 ‘재회’는 결코 반가운 단어가 아니다. 천만다행으로 회복해 간신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동물이 다시 사선을 오가는 모습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두 번째 만남은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더 마음이 아프다.
이번에 소개할 흰꼬리수리 ‘알비’와 수리부엉이도 구조센터를 두 번 찾았다. 둘은 공통적으로 밀렵의 피해를 입었다. 한국은 유해야생동물에 한해서 수렵을 허용하고 있지만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종이 아닌, 심지어 멸종위기종인 동물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
한 날개에 총알을 두 번 맞은 ‘알비’
알비가 첫 번째로 구조된 건 한 살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오른쪽 날개의 근육에 총알이 박힌 상태였다. 겨울을 나기 위해 따뜻함을 찾아 날아온 한국에서 알비가 처음 만난 건 누군가의 시린 총구였다.
총상 치료의 예후를 결정하는 건 총알이 지나간 위치다. 머리나 심장, 폐 등의 주요 장기를 관통하면 그 즉시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 총알이 날개를 지나가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다시 비행을 못 할 가능성이 높다.
알비는 X선 촬영 결과 오른쪽 날개 척골에 손상을 입었다. 총알을 제거한 뒤 부러진 척골을 제자리에 위치시키고 뚫린 피부를 봉합한 뒤 날개를 붕대로 매어 뼈가 붙길 기다렸다. 다행히 부러진 뼈는 제자리에서 더욱 단단히 자리잡았고, 피부도 잘 아물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흰꼬리수리인 알비는 겨울이 끝나기 전에 야생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고 재활까지 마치기엔 남은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알비는 구조센터에서 봄, 여름, 가을을 보내고 다음 겨울이 돼서야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전 금속가락지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를 부착했다. 덕분에 일정 시간마다 알비가 머무는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충남 서산 천수만 부근에 방생한 알비는 3일 뒤 북으로 이동해 충남 당진에 자리를 잡았다.
한 시름 놓은 것도 잠시, 방생한 지 3개월이 지났을 때 알비의 좌표가 움직이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출동한 현장에는 다시 총상을 입은 알비가 바닥을 걸어 다니고 있었다. 전보다 상태가 훨씬 나빴다. 다친 날개를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으며 구조할 때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오른쪽 날개였다. 총알이 날개를 관통해 몸속에서 총알이 발견되지 않았다. 상완골이 골절됐는데, 부러진 뼛조각의 일부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상처부위도 이전보다 훨씬 광범위해 감염의 위험도 높았다.
구조한 당일 응급수술을 했지만,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수술 부위가 괴사하기 시작했다. 다시 날 수 있으리란 희망이 꺼졌다. 날지 못하는 새는 방생할 수 없으니 안락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우리는 오른쪽 날개를 절단해 구조센터에서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알비’라는 이름도 이때 지었다. 오늘도 알비는 밀렵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동물로서 구조센터에서 살아가고 있다.
창애에 얽힌 수리부엉이
2016년 일반인이 수리부엉이를 불법으로 사육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했다. 어린 수리부엉이는 특별한 외상은 없었지만 비행 시 반드시 필요한 날개깃과 꼬리깃이 전부 부러져 제대로 된 비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참새나 제비와 같은 소형 조류는 깃갈이 주기가 짧아 매년 날개깃과 꼬리깃을 모두 교체할 수 있지만 수리부엉이, 독수리 등의 중대형 조류는 한 해에 날개깃의 일부만 깃갈이가 진행된다. 모든 날개깃을 교체하는 데 최소 2년 이상, 길게는 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
구조된 어린 수리부엉이는 깃갈이를 모두 완료하는 데 3년 2개월이 걸렸다. 2019년 GPS 장치를 달고 방생된 수리부엉이는 무사히 야생에 적응해 자신의 영역을 확보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난해 9월, 다시 구조센터에 구조됐다. 수리부엉이가 다리에 창애(용수철 원리를 이용한 덫)가 걸린 채로 힘겹게 도망다니는 것을 어느 시민이 발견한 덕분이었다. GPS 위치추적기의 기록을 살펴봤더니 구조되기 3일 전부터 먼 거리를 이동하지 못하고 구조 장소 주변만 맴돌았다.
창애에 걸린 다리는 골절은 물론, 피부까지 괴사해 간신히 형태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난 3일 동안 얼마나 큰 고통을 견뎠을 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맹금류는 한쪽 다리 없이는 사냥을 할 수 없고, 반대쪽 다리에 지속적으로 무리가 가해져 상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안락사를 진행했다. 그렇게 구조센터를 두 번이나 찾은 수리부엉이의 힘겨웠던 삶은 끝이 났다.
보통 ‘밀렵’을 상상하면 총을 쏘는 행위만 생각하지만 비교적 구하기 쉬운 올무, 창애 등의 덫을 사용하는 밀렵도 성행하고 있다. 그만큼 야생동물이 입는 피해도 심각하다.
밀렵의 이유는 다양하다. 깊게 뿌리 박혀 있는 보신문화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명목으로, 혹은 아무런 이유 없이 오롯이 재미와 호기심으로 밀렵을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정부의 규제를 벗어난 무분별한 밀렵은 야생동물의 삶을 위협하고 생태계까지 망가뜨린다. 불법적인 덫, 총기, 납탄 소지와 사용이 사라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