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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과학동아 에디터와 함께 읽는 이달의 책]

▲동녘사이언스,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ChatGPT)

 

호킹의 휠체어를 움직인 네트워크

호킹 주식회사

앎, 불구, 흩어져 존재하기의 인류학
엘렌 미알레 지음│김연화 옮김│513쪽│2만 9500원

 

8년 전 세상을 떠난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그의 휠체어는 사실상 한 몸이었다. 오랫동안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 환자였던 호킹 자신의 삶은 물론, 그의 이름을 아는 모든 사람이 가진 ‘천재’ 스티븐 호킹의 ‘이미지’도 휠체어의 호킹일 것이다. 그가 벗어날 수 없었던 가장 좁은 장소인 휠체어야말로, 가장 먼 우주까지 생각하는 인류로서의 호킹을 상징했다. 일종의 역설이다. 그동안 우리는 호킹의 휠체어를 장애의 신호보다도, 우주 끝까지 사유하는 천재의 은유로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호킹 주식회사’는 프랑스 출신의 과학기술학자, 인류학자 엘렌 미알레 캐나다 요크대 과학기술사회학과 교수의 신간이다. 이 책은 현대 과학의 본질적 사례로서 스티븐 호킹을 분석한다. 즉 호킹의 과학이 컴퓨터 등의 보조 기기, 대학원생과 조교를 비롯한 학생, 다른 과학자들로 구성된 동료 집단, 전임 비서 등을 포함한 케임브리지대 등의 지원 조직으로 이뤄진, 이른바 ‘행위자-네트워크’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현대 과학은 소수의 과학자와 다양한 역할의 보조자, 기기, 집단 등이 협력하는 과정이며, 호킹은 그 전형적 사례인 셈이다. 여기서 그는 휠체어에 고립된 천재가 아닌, 이 네트워크의 허브이다. 이 책의 핵심은 저자가 호킹의 행위자-네트워크 속 다양한 사람과 진행한 인터뷰의 인용문이다. 호킹의 대학원 지도학생과 졸업생은 물론, 인공 음성 등 호킹의 장애를 보조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자, 상주 간호사, 킵 손을 비롯한 동료 학자들, 호킹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한 영화 감독,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의 호킹 아카이브를 진행 중인 사서들까지 아우른 인터뷰이의 입체적 구성도 인상적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결합해 호킹의 물리학 연구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호킹의 연구를 현대 과학의 본질과 호킹의 장애에서 비롯된 개성으로 나누고 이 관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호킹 주식회사라는 책 제목은 영문판 원제를 번역한 것이다. 호킹의 연구도 다양한 역할의 구성원과 요소가 결합해 하나의 과학을 실천한 결과라는 저자의 통찰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제목이다. 이 ‘주식회사’에서 현대 과학이란 고유한 지적 결과를 생산, 확산하는 데는 많은 사람과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생각할 수 있다. 호킹이 드러내는 그의 행위자-네트워크와,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과학자나 연구와 일체화되는 다른 과학자의 네트워크를 일관된 원리로 규명한 면에서 이 제목의 타당성은 단연 돋보인다.

 

▲도도서가, GIB
프로페서 오타쿠와 함께 ‘슬램덩크’를 본다면?

어쩐지 애니에서 과학이 보인다

공학교수의 덕업일치 실험실
류상진 지음│도도서가│324쪽│2만 2000원
 

‘프로페서 오타쿠’가 되는 교육과정을 소개한 듯한 프롤로그에 이어서 저자의 프라모델 수집품과 피규어가 도열한 연구실 사진이 나온다. 이렇게 진정성 있는 지면 구성의 사례가 하나 늘었다. 이 책 ‘어쩐지 애니에서 과학이 보인다’는 류상진 미국 브래들리대 기계공학과 교수의 신간이다. 기계공학과 교수라는 약력을 보자마자 떠오른 작품은 왠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었는데 그의 세부 전공은 흐르는 물체의 역학을 다루는 유체역학이다. 추측이 빗나갔나 했지만, 그의 전공 이야기는 여러 애니메이션과 만나 오히려 물 흐르듯 흘러간다.

 

애니 속의 기계공학을 “얕고 넓게” 이야기하겠다는 저자의 의도는 이 책이 ‘슬램덩크’로 시작하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현재 기억하는 사람이 가장 많을 법한, ‘입문용’으로 적합한 작품을 공들여 택한 셈이다. 그렇게 저자는 강백호의 자유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기계공학의 4대 역학 중 하나인 동역학을 꺼내 든다. ‘슬램덩크’를 봤다면 떠오를 법한 장면과 동역학의 핵심 개념을 적절히 더하는 저자의 능숙함부터 인상적이다. ‘슬램덩크’ 속 강백호의 자유투에 자신을 이입하는 기계공학자의 추임새 덕분에 농구공의 동역학에 한결 몰입할 수 있다. 저자가 자신의 설명에 맞게 직접 그린 구체적인 일러스트도 애니 속 기계공학을 떠올리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지난 9월 29일, 일본 도쿄는 34일간 비가 내려 역대 최장 강수 기록을 130년 만에 경신했다.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에선 극한호우에 도쿄가 거의 잠기고 만다. 내내 비가 오는 이 작품을 보며 저자는 빗방울의 정확한 모양, 내리는 속도, 물웅덩이에 떨어진 빗방울이 튀는 속도의 유체역학에 젖어 든다. 이 작품의 럭비공 모양 빗방울은 현실의 빗방울을 빚는 역동적인 물리학과 의외로 가깝다. 저자는 도쿄의 긴 장마 전부터 꽤 어울리는 이야기를 준비한 셈이다.

 

이 책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기계공학의 기초 개념을 결합한 과학·공학 교육을 꾸준히 연구해 온 저자의 첫 책이다. ‘프로페서 오타쿠’와 다음에 함께 볼 작품들도 기대된다. 

 

의사가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다시 쓰는 해부학

 

▲더퀘스트

인문학 전공 외과의 가브리엘 웨스턴이 환자로서, 환자의 보호자로서, 더 나아가 자신의 ‘몸’과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해부학을 다시 돌아본다. 뼈부터 심장까지 우리 몸의 11가지 장기를 소재로 해부학 교과서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죽음의 부검실에서 시작해 세차게 뛰는 심장으로 끝나는 책을 읽으며, 해부학, 의학, 병리학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학적 관점을 더한 ‘인생의 해부학’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해부학    가브리엘 웨스턴 지음│김성훈 옮김│더퀘스트│368쪽│2만 2000원

 

고기후에게 미래 기후를 묻다

 

▲여해와 함께

 

산업혁명 이후 엄청난 속도로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하키스틱 그래프’로 유명한 기후학자 마이클 E. 만이 기후 위기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45억 년 전 지구 탄생의 시점으로 돌아간다. 대멸종과 열 최대기 등 고기후 속 6개의 핵심 시점을 되짚어보며, 저자는 지금 기후 행동을 시작한다면 인류가 생존 가능한 기후를 지킬 수 있다고 독려한다. ‘기후 종말론’이 아닌 ‘기후 희망’을 전달하며 지금 이 순간이 기후를 위해 행동하기 늦지 않은 시점임을 강조한다.

 

기후 빅 히스토리   마이클 E. 만 지음│박경미 옮김│여해와 함께│516쪽│2만 8000원

 

오늘 뭘 먹을지는 내가 정하는 게 아냐

 

▲김영사
 

‘오늘 뭘 먹을까?’ 우리는 매일 질문한다.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음식을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살을 빼고 싶으면 탄수화물을 줄이고, 건강을 생각하면 채소를 더 먹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 의지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게다가 각종 미디어와 SNS에 전문가의 조언이 많아질수록 더 혼란스럽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대신, ‘왜’ 그렇게 먹게 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해 준다.

 

음식 지능    케빈 홀, 줄리아 벨루즈 지음│강병철 옮김│김영사│520쪽│2만 8000원

 

건축물은 가장 가까운 물리학 실험실!

 

▲그린북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일상의 공간들을 가장 가까운 물리학 실험실로 바꾼다. 독자는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사용했던 건물의 모든 요소가 각각 특정한 문제의 ‘해답’임을 알 수 있다. 건물에는 늘 중력이 작용하고, 사람과 가구의 무게는 바닥과 기둥으로 전달된다. 여름에는 바깥의 열이 들어오고 겨울에는 실내의 열이 빠져나가려 한다. 건축은 이런 자연현상을 없애는 대신, 물리법칙을 이해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는 작업이다.

건물은 물리학이다     Sho 건축사 지음│정문주 옮김│이나리 감수│그린북│192쪽│1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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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라헌에디터, 김희언·김강현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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