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구가 개발과보전의 갈림길에 섰다. 부산시는 현재 낙동강 하구 주변에서 신항만과 명지대교 건설, 둔치정비, 매립지의 고층화 계획 등을 추진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기나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산은 ‘아시안 게이트웨이’가 되겠다는 구호 아래 신항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컨테이너 선박은 초대형화되는 추세인데, 기존 부산항은 컨테이너 8천개를 싣는 초대형 선박이 들어올 수 없다. 신항만은 이를 고려해 부두길이, 항구수심 등 규모가 커지고, 이에 맞는 크레인 장비 등이 갖춰진다. 현재 신항만 조성사업은 세계적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서쪽의 경남 진해시와 부산시 가덕도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다.
신항만과 부산시내를 연결하는 명지대교 건설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고 있다. 왕복 6차선, 길이 5.1km인 이 다리는 낙동강 하구 동쪽에 위치한 기존 시가지와 서쪽에 위치한 신흥공업단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부산시는 “신항만으로 인해 앞으로 물류이동량이 더 증가하기 때문에 명지대교 건설은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을숙도 철새보호지역을 관통하는 명지대교 건설이 이 지역 자연생태계에 치명적이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다리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해저터널 등 다른 대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을숙도를 5백m 우회하는 명지대교 노선을 마련해 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부산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우회노선 역시 철새생태계 파괴를 피할 수 없다면서 보호에 발벗고 나섰다. 이들은 “문화재보호법과 습지보호법에 의거한다면 다리건설 계획자체가 불가능한 곳”이라면서 “우회안의 완전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명지대교 건설을 협의한 문화재청장에 대한 퇴진운동까지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기존의 낙동강 하구둑 도로를 넓혀서 십여분 돌아가면 된다면서 굳이 새로운 다리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안상영 부산시장은 민자사업인 명지대교 건설에 참여하는 건설사로부터 대가성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는 굳이 도로가 필요하면 해저터널로 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부산시는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낙동강 하구 지반이 약해 우리나라 기술로 어렵고, 상당한 건설비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낙동강 하구의 강가 둔치 개발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부산시는 이 둔치에 2006년까지 인라인스케이트장, 골프연습장 등 체육시설과 자연학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둔치를 정비해 시민들을 위한 자연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보호단체는 둔치가 철새들의 먹이 공급처면서 생활공간이기 때문에 철새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연생태계를 유지하던 낙동강 하구에 인간의 손길이 닿은 것은 1987년 하구둑이 건설되면서부터다. 낙동강 하구의 변화로 찾아오는 철새는 수가 크게 줄었지만 이 땅을 버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역 경제 발전이란 명분 앞에서 철새들의 땅이었던 그곳은 위태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