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와르르. 2024년 3월 8일, 미국 플로리다주의 평화로운 한 주택에 초대한 적 없는 손님이 지붕을 뚫고 찾아왔습니다. 그 정체는 폐기된 화물 팔레트(pallet) 조각. 2021년 3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버린 것이었죠. 우주 쓰레기가 야기한 민간 주택 피해에 대한 보상,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 살펴봤습니다.

2021년 3월 11일 오전 8시 30분(현지 시각).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상 관제사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캐나다 로봇 팔에 2.9톤(t)의 화물 팔레트를 방출하라는 명령을 보냈습니다. 해당 팔레트는 일본이 제작한 것으로, 다 쓴 니켈-수소 배터리 9개가 실려 있었죠. 무게는 무려 2630kg. ISS가 그동안 버려왔던 ‘우주 쓰레기’ 중 가장 무거운 것이었습니다. NASA는 팔레트가 2~4년 정도 궤도에서 머물다가 지구 대기권에서 다 타버릴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 3월 8일 오후 2시 34분경(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지역의 한 주택으로 무언가 추락했습니다. 무게 0.7kg, 높이 10cm, 지름 4cm의 원통형 물체. 말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진’ 이것은 주택의 지붕에 구멍을 만들고, 2층 바닥 콘크리트에 박혔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당시 집에는 집주인의 아들이 있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아들은 곧바로 아빠이자 집주인인 알레한드로 오테로 씨에게 전화를 걸어서 ‘무언가가 집 천장을 찢고 바닥에 큰 구멍을 만들었다’고 말했죠. 오테로 씨는 미국의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전화로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운석이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휴가 중이었던 오테로 씨는 급하게 귀국했고,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로 NASA 관계자와 연락이 닿을 방법을 찾았습니다.
플로리다에 위치한 NASA 케네디우주센터는 해당 물체를 수거해 분석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4월 15일, 오테로 씨의 주택을 찢은 물체가 화물 팔레트의 잔해가 맞다고 발표했습니다. 정확히는 화물 팔레트에 배터리를 장착하는 데 사용된 지지대였습니다. 고강도 니켈-크롬계 합금인 인코넬 재질이었습니다.
NASA를 대신해 미국 정부가 배상할까
우주 쓰레기가 대기권에서 다 타지 않고 지상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사건으로 배상이 이뤄진 전적도 있죠. 5월 13일 대전에서 만난 신상우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전략기획본부 정책팀 선임연구원은 “가장 대표적인 것이 캐나다와 소련 간의 위성 추락 배상 사건”이라고 말합니다. 1978년 1월, 소련의 정찰 위성 코스모스 954가, 캐나다 북서부 지역인 유콘 준주와 노스웨스트 준주로 떨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1977년 9월 18일에 발사돼 지구 저궤도를 돌던 코스모스 954가 제어 시스템 고장으로 추락한 것이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소련 정부에 공식적으로 600만 캐나다 달러(약 60억 원)의 배상을 청구했고, 이후 협상에 따라 소련은 300만 캐나다 달러(약 30억 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하고, 배상금을 지불했습니다. 그러니까, 오테로 씨도 집을 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배상받을 수 있을 겁니다.
가장 먼저 얘기되는 것은 ‘연방불법행위청구법(FTCA)’입니다. 오테로 씨가 NASA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가장 먼저 제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입니다. 5월 10일, 이화여대 법학연구소 소속 김연수 미국 뉴욕주 변호사는 FTCA가 “개인이 국가의 불법 행위로 인한 금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법”이라고 설명합니다. 미국은 연방 공무원의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두 갈래로 나눕니다. 주의의무 위반에 근거한 과실인지, 고의에 의한 불법 행위인지에 따라서죠. 이번 사건은 민간 주택에 피해를 입히겠다는 나쁜 마음으로 행해진 사건이 아니기에, 주의의무 위반에 근거한 과실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NASA는 연방 기관이므로 이번 우주 쓰레기 추락으로 인한 사고에 NASA 직원의 직무상 과실이 있었다면 FTCA에 따라 연방 정부가 배상할 수 있는 것이죠.
“보통 미국 피해 보상 소송을 보면 배상 금액이 엄청 크던데요?” 오테로 씨가 받게 될 피해보상금의 수준이 궁금한 기자에게 김 변호사는 “FTCA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개인이 비슷한 상황에서 지는 책임과 방법, 정도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지만, 징벌적 손해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집 수리비와 집을 수리하는 동안 다른 거처를 구할 경우 발생한 임대비용 등 금전 손해와 일부 비금전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고민거리가 생깁니다. FTCA는 행위가 발생한 주법에 따라 피해 보상이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에서 공무 집행 중에 발생한 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엔,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라 피해보상 범위와 금액이 정해지죠. 그런데 이번 사건은 미국의 영토가 아닌 우주에서 시작된 일입니다. 화물 팔레트를 방출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으니까요. 이 때문에 김 변호사는 “법원이 방출 명령을 내린 NASA의 지상관제소나 NASA의 본사 등을 불법행위 장소로 볼 수 있다”며 “만약 법원이 우주 공간 내에서 이뤄진 행위를 특정 주에서 일어난 것으로 귀결시킨다면, 불법행위 장소 이론에 관한 새로운 법리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알레한드로 오테로 씨는 소셜 미디어 X(구 트위터)에 우주에서 날아온 물체가 천장과 바닥을 부순 사진을 게시했다. 천장을 뚫은 물체(왼쪽 아래 사진)는 2층 콘크리트 바닥(왼쪽 위 사진)에 박혀 있었다.
미국 정부가 대리해 일본 정부와 협상할까
미국 정부가 배상 주체가 아닌, 협상 대리인이란 주장도 나옵니다. 그 이유는 화물 팔레트가 일본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인 화물 팔레트의 이름은 EP-9(Exposed Pallet 9). EP-9는 2020년 일본 화물선을 타고 ISS로 운반돼 로봇 팔에 장착됐습니다. ISS에선 이런 팔레트를 다 쓴 니켈-수소 배터리를 저장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훗날 쓰임이 다한 팔레트를 지구로 운반할 수 없게 되자 우주에서 폐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972년 체결된 UN의 ‘우주 물체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한 국제책임에 관한 협약(책임협약)’에 따르면 국가는 자국이 발사한 우주 물체가 지상에 피해를 입혔을 때, 책임을 지게 돼 있습니다. 앞서 말한 캐나다와 소련 간의 배상도 이 책임협약을 바탕으로 이뤄졌죠.
책임협약에 의해 국제 사회에서 우주활동에 책임을 지는 주체는 국가입니다. 민간 기업, 개인, 대학 등이 우주 물체를 쏘아 올린다고 할지라도, 국가 관할권 밖에서 사건이 벌어졌다면 책임은 국가가 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테로 씨는 미국 정부에 배상을 요청해야 하고 미국 정부가 해당 요청을 받아들인 뒤 일본 정부에 배상을 요청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배상금을 미국 정부에 전달하면, 다시 미국 정부가 오테로 씨에게 해당 배상금을 전달하는 방식이죠.
책임협약은 ‘만약 우주 쓰레기가 날아든 게 우리 집이었다면 어떻게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란 질문에 대한 대답도 제시합니다. 그렇게 되면 대리인은 미국 정부가 아닌 한국 정부입니다.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에서 발사한 우주 쓰레기였다면 어떻게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란 질문의 답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신 선임연구원은 “책임협약에 의해 민간 위성 운용자는 위성을 발사할 때 각 정부에 돈을 지불한다”고 설명합니다. 보험 가입을 하는 거죠. 이후 사고가 일어났다면 정부가 대신해 협상과 협의의 주체가 됩니다. 배상금이 보험 가입비를 크게 상회할 때는 위성 운용자에게 추후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신 선임연구원은 오테로 씨의 사건에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항공 우주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두 나라가 민간 주택 파손 정도의 사건으로 동맹 관계를 훼손하고 싶지 않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책임협약이 미국과 일본이 배상에 관한 협상을 시작할 수 있게는 하겠지만, 실제적인 금전적 배상이 단시간 내에 이뤄질지, 아니면 오랜 조율 과정을 거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신 선임연구원은 “협상이란 것이 단순히 법리적인 해석에 기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팔레트는 일본의 소유이지만, 3년 전 폐기를 명령한 것이 NASA인 점도 변수입니다. 신 선임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은 소유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ISS에 참여하는 국가들끼리 운용과 결정권 위임에 관한 합의 규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4월 18일 미국의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오테로 씨의 변호사는 우선 NASA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위해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화물 팔레트에 배터리를 장착하는 데 사용하는 지지대의 잔해라고 발표했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현재 1억 3100만 개가 넘는 우주 쓰레기가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우주 쓰레기가 우리 집으로 떨어질 수도
2021년 NASA는 EP-9의 폐기를 명령하면서 “팔레트가 2~4년 정도 궤도를 돌다가 지구로 낙하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2년에서 4년이라니. 예측 범위가 너무도 넓습니다. 5월 13일 대전에서 만난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우주위험연구실장은 “제어되지 않는 우주 물체의 경우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팔레트와 팔레트에 실린 배터리들의 재질, 무게를 모두 계산한다고 해도 우주 환경이라는 변수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태양활동 극대기가 겹친다면 더 빨리 낙하할 수도 있습니다. 태양풍에 떠밀려 더 빨리 지구로 떨어지는 거죠. 팔레트가 대기권에서 다 연소할 것이란 NASA의 예측이 틀린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최 실장은 “우주 물체가 대기권에 진입할 때의 입사각, 고도, 속도 등이 연소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우주 쓰레기는 관측을 통해 분류되고 또 관리됩니다. 현재 전지구 우주 물체 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 30군데에 망원경과 레이더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하늘을 스캔하며 물체를 찾아내고 있죠. 새로운 물체를 발견하면 해당 물체의 궤도를 추적하고, 추가 관측을 합니다. 한국과 같이 자력으로 탐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나라들은 미국이 공유 대상으로 선정한 물체에 대해서만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 실장은 “당시 미국은 팔레트 잔해가 3월 8일 오후 19시 17분(UTC, 협정 세계시) 기점으로 오차 범위 30분 사이에 떨어질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 시각 우주 물체가 낙하할 수 있는 예상 지역은 남태평양과 멕시코만을 걸쳐 북대서양까지 넓게 퍼져있었다”고 말합니다. 오테로 씨 집을 흔든 굉음이 집 안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것은 현지 시각 오후 2시 34분이었습니다. 동부 표준시와 UTC 간의 시차는 5시간으로, 동부 표준시를 기준으로 팔레트 잔해 추락 예상 시각은 14시 17분입니다. 오차 범위 내에 있어 우주 물체가 팔레트의 잔해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추락 예상 지역이 너무 넓었습니다. 남태평양에서 멕시코만을 걸쳐 북대서양까지는 지구 면적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니까요. 최 실장은 “대기권에서 우주 물체가 부서지며 만들어진 파편은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정확한 추락 위치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예측 범위도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NASA/Mike Hopkins
2021년 3월, 국제우주정거장(ISS)은 화물 팔레트 EP-9를 폐기했다. 사진은 우주 비행사 마이크 홉킨스가 촬영한 팔레트가 우주 공간으로 버려지는 순간이다.
우주 쓰레기 추락 문제는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3년 12월 유럽우주국(ESA)의 발표에 따르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는 1억 3100만 개가 넘습니다. 그중 폭이 10cm 이상인 우주 쓰레기는 약 3만 6500개입니다. 2023년 미국연방항공청(FAA)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위성 재진입 처리’ 보고서는 “대기권에서 다 타지 않은 우주 물체의 잔해가 2035년까지 2년에 한 번꼴로 사람을 죽이거나 부상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적인 ‘우주교통관리’ 체계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국가 간 협의를 이끌어내는 게 쉽진 않겠지만요. 신 선임연구원은 “우주 기술은 민간 기술과 군용 기술이 중첩된 ‘이중용도기술’이라, 기술 협력을 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합니다. 특히 우주 물체 관측 정보는 국가 안보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실시간 혹은 무제한 공유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늘날 더 많은 도전이 우주를 조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우주 물체가 내 집을 박살 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그 도전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제2의 오테로 씨가 나오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