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늦은 오후 7시. 혼자서 가방을 챙겨메고 영주역을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혼자가 돼 발걸음을 옮기니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늦은 오후에 여행을 시작한 이유는 두 번째 과학 여행의 테마가 ‘천문’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도시의 불빛에 가려 찾지 못한 별을 보려면 어두운 밤하늘이 남아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그곳이 경북 영양에 있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입니다.

한국 유일, 밤하늘을 ‘지키는’ 공원
오후 8시 40분. 해가 지자 공원 일대가 삽시간에 어둠으로 덮였습니다. 밤이 되면 조명과 함께 본격적으로 빛이 나는 도시에선 상상할 수 없던 광경이었죠. 가로등 하나 없어 손전등에 겨우 의지해 주변을 살펴야 했습니다. 유일하게 빛나는 것은 별뿐인 이곳은 경북 영양, 한국에서 유일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입니다.
“2015년,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됐습니다.” 천기령 영양군 생태공원사업소 주무관이 기자를 반갑게 맞으며 공원을 소개했습니다. 밤하늘을 ‘보호’하는 공원이란 어떤 곳일까요? 밤이 되면 하늘이 오롯이 깜깜해질 수 있게 조성한 공원입니다.
밤하늘이 깜깜하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상식입니다. 그런데 이 상식이 점점 깨지고 있습니다. 가로등과 전광판 등 야외 인공조명이 만드는 ‘빛 공해’ 때문에 밤하늘은 매년 밝아지기 때문입니다. 2023년, 독일 보훔 루르대 지리연구소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빛 공해 때문에 밤하늘의 밝기가 매년 9.6%p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죠. doi: 10.1126/science.abq7781
빛이 공해씩이나 될까 싶지만, 공해라 불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두워질 시간이 돼도 밝은 하늘 탓에 점점 별을 관측하기 어려워지는 건 약과입니다. 동식물들은 낮과 밤을 착각하기도 합니다. 식물의 광합성 시기와 곤충 등 동물의 번식 시기 등에 교란이 일어나죠. 사람 역시 밝은 조명으로 인해 수면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억제 되면서 생체 리듬이 어긋납니다. 잠들어야 할 시간에 잠들지 못하고, 수면부족으로 하루 종일 피곤한 상태를 겪죠.
이러한 여러 이유로 국제밤하늘협회(IDA)는 전 세계에서 별빛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어두운 밤하늘을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 140여 개 공원이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됐죠. 그중 영양 반딧불이 생태공원 일대는 2015년 10월, 세계에서 6번째 국가로, 그리고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된 겁니다.
손가락 끝을 따라 여름 밤하늘을 헤매다
“별을 관측하기 아주 좋은 날입니다. 구름 한 점 찾아볼 수 없네요.” 천 주무관을 따라 영양 반딧불이천문대 보조관측실로 올라갔습니다. 영양 반딧불이천문대는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서 영양군생태사업소가 운영하고 있는 천문대입니다. 밤하늘보호공원에 위치한 천문대답게 별자리와 은하수를 또렷하게 관측할 수 있습니다. 보조관측실의 환한 불이 꺼지더니 돔이 열리고 깜깜한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분 뒤, 눈이 어둠에 적응할 겁니다.”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 하늘에 박힌 무수한 별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보조관측실의 돔 바깥으로 가장 먼저 보인 건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이었습니다. “북두칠성 국자 끝에 있는 두 별 사이 거리를 5배로 늘리면, 바로 북극성이 나옵니다.” 천 주무관의 손가락을 따라가니 북극성이 나왔습니다. “모든 별은 북극성을 기준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여름 밤하늘의 매력은 여름 별자리들입니다. 북두칠성은 밤하늘 북쪽에 있어 매 계절 볼 수 있지만, 백조자리, 전갈자리, 궁수자리 같은 별자리들은 지구의 공전으로 여름에만 볼 수 있거든요. 백조자리 꼬리(데네브) 주변에는 푸른 빛을 띠는 직녀성(베가)과 견우성(알타이르)이 있었습니다. 이 세 별을 연결해 여름철 대삼각형이라고 부릅니다. “대삼각형 사이로 뿌옇게 펼쳐진 것이 보이나요? 바로 은하수입니다.” 특히 여름에는 지구의 밤하늘이 우리은하 중심을 향하기 때문에 화려한 은하수를 볼 수 있습니다.
천문대의 또 다른 매력은 망원경으로 사람의 눈으로 보기 힘든 천체를 자세히 관측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관측실로 넘어가자 지름이 7m인 돔 한가운데에 사람 키의 약 2배에 달하는 망원경이 놓여 있었습니다. 빛을 모으는 주 거울 지름이 600mm인 반사망원경이었죠. “거대한 거울로 빛을 모아 성단과 성운, 안드로메다은하 등 보조관측실의 굴절망원경보다 더 멀고 어두운 천체를 볼 수 있습니다.”
망원경이 자세를 잡은 방향은 ‘헤르쿨레스 성단’ 쪽이었습니다. 50만 개에 달하는 별이 모인 헤르쿨레스 성단은 여름철 대표 별자리인 헤르쿨레스자리 근처에 있습니다. 지구로부터 약 2만 5000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이동한 거리) 떨어져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보자 수많은 별이 둥글고 빼곡히 쌓여 있었습니다. 천 주무관은 “8월 중반부터는 거문고자리 우측 하단의 고리 성운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둠의 소중함을 찾다
천문대 밖으로 나와서 다시 혼자가 됐습니다. 드넓은 공원을 산책하며 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쁘게 달려왔던 일상을 내려놓고 자연에 집중할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특히 밤 11시부터는 몇 안 되는 가로등도 모두 꺼져 버리는데, 그때부터 진정한 별 감상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근처 생태공원사업소 캠핑장에서 숙박하면 별을 바라 보면서 저녁을 먹다가 어두운 밤하늘 아래 편안하게 잠들 수 있죠.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IDA로부터 받은 밤의 등급은 ‘은’입니다. IDA는 금과 은, 동으로 밤하늘보호공원의 등급을 구별하고 있습니다. 기준은 밤하늘 표면의 밝기입니다. 밤하늘 밝기가 21~21.74mag/arcsec²(제곱 아크초당 밝기 등급) 범위에 들면 은 등급 밤하늘입니다.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서 반짝이는 건 별뿐이 아닙니다. 생태숲으로 들어가면 반딧불이도 볼 수 있습니다. 반딧불이는 빛 공해가 거의 없는 청정 지역에만 살기에 전국에 서식지가 전북 무주와 충북 옥천 등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영양 반딧불이생태숲 역시 깜깜한 밤하늘, 그리고 깨끗한 숲 덕에 반딧불이들이 모여 삽니다. 기자가 방문한 7월 말에는 생태숲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없었지만, 6월 말~7월 초 사이에는 애반딧불이를, 8월 말~9월 초 사이에는 늦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천 주무관은 “낮에는 숲과 계곡 주위를 걸어다니며 휴식하고, 여름에는 수하계곡의 강수영장에서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고 여행 코스를 추천했습니다.
천 주무관은 “영양은 울릉도 다음으로 인구가 적은 덕에 인공조명을 쓸 일이 많지 않아 깜깜한 밤하늘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어두운 밤하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어두운 밤하늘을 매년 유지해야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의 지위와 등급을 보유할 수 있거든요. 천 주무관은 “매일 ‘밤하늘 밝기 측정기(SQM)’로 별빛을 수집해 밤하늘 투명도가 유지되는지 확인하고 해마다 IDA에 연례보고서를 제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투명도가 크게 떨어지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투명도 저하의 주요 원인을 분석하고, 조명이 유입됐다면 그 조명이 얼마나 밝은지, 차폐가 가능한지 관련 기관과 협의하게 됩니다. 원인이 분명치 않으면 기상 자료와 전년도 밤하늘 측정값 자료를 살펴보며 일시적인 기상 영향인지 실제 광공해가 증가했는지 분석합니다.”
영양보다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도 밤하늘을 지킬 방법은 없을까요. 정작 깜깜한 밤하늘은 별과 반딧불이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고, 사람에게도 중요한데 말이죠. 사람이 사는 공간과 깜깜한 밤하늘의 공존이 가능할지 고민하게 되는 밤이 깊어갑니다.
밤하늘과 별, 더 보고 싶다면?
봉래산 정상에 오르면 도시의 불빛에서 벗어나 깜깜한 밤하늘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지름 800mm의 망원경으로 달 표면과 행성, 성운, 성단 등을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