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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꺼진 박물관에서 밤새 공룡으로 떠들다

    친구들과 함께 떠난 공룡 여행

    역시 여행의 묘미는 친구들과 왁자지껄 모여 떠들고 노는 재미에 있습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이라면 즐거움은 배가 되겠죠. 마지막 과학 여행지의 관광 테마는 공룡입니다. 한국관광공사와 국내 최대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미치다’를 통해 모인 공룡덕후들과 함께 대전을 여행했습니다. 천연기념물센터와 국립중앙과학관에 방문해 공룡 전시물을 보고, 공룡에 대해 밤새 이야기 나눴습니다. 

     

    공룡 모양 모자를 뒤집어쓴 공룡 투어 참가자들이 불 꺼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공룡 화석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출근이라니, 꿈꿨어? 공룡 보러 안 가?


    8월 2일 저녁 9시, 불 꺼진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여기저기 손전등을 비췄습니다. “꺄악, 트리케라톱스다!”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은 트리케라톱스의 뿔이 반짝이자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옵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연상케 하는 ‘올나잇 공룡 투어’ 순간입니다.

     

    천연기념물센터에 모인 올나잇 공룡 투어 참가자들. 기원전 4000년에 찍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 서귀포의 사람 발자국 화석 복제품을 관람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관광공사와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미치다(@yeomi.travel)’는 15명의 성인 공룡 투어 참가자를 모집했습니다. 조건은 간단했습니다. 댈 수 있는 공룡 이름이 100가지가 넘거나, 유튜브 알고리즘에 ‘공룡이 되는 주파수’가 뜨면 끝까지 듣는 등 그 누구보다 공룡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는 사람이어야 했죠. 


    참가자 15명은 8월 2일부터 3일까지 무박 2일로 ‘올나잇 공룡 투어’를 떠났습니다. 밤새 공룡 전시물을 관람하고 공룡 영화를 보면서 떠들고 노는 일정이었습니다. 박진영 아시아공룡협회 부사무국장과 공룡 크리에이터 ‘공룡밈(@dinosaurs.meme)’도 동행했습니다.


    공룡 덕후들이 모인 이번 여행의 무대는 대전입니다. 그중에서 과학 여행 30선 중 공룡 테마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천연기념물센터에서 투어가 시작됐습니다. 천연기념물센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식물과 동물, 지질 자연유산을 보관하는 전시관입니다. 임종덕 국립문화유산연구원장은 “한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공룡뼈가 전시돼 있고, 한국 여러 지역에서 발견된 공룡과 익룡 발자국 화석을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다”며 이곳을 여행지로 추천했습니다.


    천연기념물 지질 전시 존으로 들어서자 한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공룡 뼈 화석이 보였습니다. 1973년 경북 의성에서 발견된, 목 긴 공룡 용각류의 위팔뼈 화석입니다. “언뜻 보기엔 뼈 같지가 않지요? 자세히 보면 핏줄이 지나간 구멍이 있답니다.” 박 부사무국장이 돌 덩어리처럼 쌓여 있는 화석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의성 공룡 뼈는 신종으로 등록될 뻔했다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처음엔 아래팔뼈에 있는 관절이라 여기고 몸길이를 50m로 추정해, 초거대 공룡을 새롭게 발견한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이름도 ‘울트라(ultra)사우루스’라 붙였지요.” 그런데 이 부위가 위팔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추정되는 공룡의 몸길이가 약 15m까지 줄었고, 울트라사우루스라는 학명은 결국 보류됐습니다. 박 부사무국장은 “그럼에도 한국에도 공룡이 살았다는 것을 처음 알려준 화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전시 존의 한쪽 벽면에는 공룡알 둥지 화석 두 개가 진열돼 있었습니다. 하나는 경기 화성 고정리에서 발견된 공룡알 둥지의 진품, 다른 하나는 전남 신안 압해도에서 발견된 공룡알 둥지의 복제품이었습니다. 박 부사무국장은 양쪽 둥지의 알을 가리키며 “압해도 공룡알이 조금 더 길쭉한데, 길쭉한 알일수록 더 진화된, 새와 가까운 공룡의 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알의 배열로 공룡의 양육 방식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고정리 둥지는 알들이 투박하게 배열된 반면, 압해도 둥지는 가운데가 비어 있습니다. 박 부사무국장은 “전자는 새끼들을 방목하는 경향이 있는 공룡이고, 후자는 모성애나 부성애가 강한 공룡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몽골 고비사막 공룡 화석 탐방기를 들려주고 있는 박진영 부사무국장. 박 부사무국장은 신종 발견뿐 아니라 인류의 노화, 수명 연구에도 공룡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 꺼진 과학관에서 공룡을 만나다

     


    대전에서 공룡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천연기념물센터뿐만 아닙니다. 천연기념물센터를 나와 차를 타고 5분. 불이 꺼진 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관이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왕좌왕하는 참가자들 사이로 박 부사무국장이 손전등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둠 속 공룡을 만나러 갑니다!” 박 부사무국장의 박력 넘치는 외침에 자신감을 얻은 참가자들은 줄지어 연구원을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참가자들의 눈에 들어온 화석은 3개의 뿔과 목을 감싸는 프릴이 돋보이는 트리케라톱스입니다. 코뿔소를 연상케 하는 외양으로 대중 매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죠. 박 부사무국장은 “이곳 자연사관의 화석은 한국에 있는 유일한 진품 트리케라톱스 화석”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트리케라톱스는 코 위에 있는 코뿔과 눈 위에 있는 두 개의 눈썹뿔로 종 분류를 할 수 있습니다. “뿔의 모양이 워낙 다양해 과거에는 15종이 넘을 거라고 추정됐지만, 성장하면서 뿔의 모양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로 현재는 두 종으로만 분류됩니다.” 박 부사무국장은 “중앙과학관에 전시된 트리케라톱스는 코뿔이 작고 눈썹뿔이 두껍다”며 “공룡 시대가 끝날 무렵에 살던 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로 옆에는 알로사우루스의 두개골이 있었습니다. 박 부사무국장은 “1억 5000만 년인 중생대 쥐라기, 북아메리카 대륙 전역에서 살던 가장 흔했던 육식공룡”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육식공룡을 어둠 속에서 보니 뾰족한 이빨들이 평소보다 더욱 생생하고 날카롭게 보였습니다. 


    “머리에 참 구멍이 많죠?” 알로사우루스 두개골에는 눈구멍 외에도 여러 구멍이 있습니다. 특히 눈 뒤쪽 구멍은 턱 근육이 튀어나올 여유 공간으로서 기능합니다. “여러분도 이를 꽉 물면 관자놀이가 불룩해지죠? 알로사우루스 역시 턱 근육이 삐져나올 공간이 필요합니다. 아니면 턱 근육 근처에 있는 뇌가 조여질 수 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에 강한 턱 근육까지, 어둠 속에 모인 공룡 덕후들의 탄성이 퍼졌습니다.

     

    공룡 투어 참가자들이 불 꺼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용각류 공룡의 발자국 화석을 보며 용각류의 보행 방식을 상상하고 있다.

     

    한 종의 공룡만 되살린다면? 덕후들 논쟁 불붙다


    손전등 투어가 끝난 뒤, 자연사관에 참가자들이 모여 앉았습니다. 그리고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21세기에 되살릴 공룡 한 종을 정하는 토론이었죠. 토론을 향한 참가자들의 열정은 뜨거웠습니다. 솔직히 공룡에 별 관심 없는 기자가 입이 떡 벌어지게 놀랄 정도로요. 먼저 닉네임 트리케라톱스(오승한, 30세)는 “몸길이 2m, 몸무게 20kg으로 반려 공룡으로 사람과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프시타코사우루스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닉네임 브라키오사우루스(강도안, 35세)는 “거대한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몸에 올라타는 경험은 그 어떤 공룡도 줄 수 없는 낭만”이라며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복원을 주장했습니다. “초식공룡이라 인간에게 덜 위협적이기도 하고, 12m가 넘는 목을 어떻게 지탱하고 피가 오르내리는지 연구해 심혈관계 질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리 있습니다.


    공룡의 생김새가 아닌 소리에 주목한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닉네임 스피노사우루스(이태숙, 29세)는 “우리는 화석으로 공룡의 겉모습을 복원하지만, 정작 소리를 만드는 연조직은 화석으로 남지 않는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파라사우롤로푸스는 머리의 긴 볏 내부가 비어 있어 공명관 역할을 했고, 이 공명관으로 소리를 냈습니다. 파라사우롤로푸스를 되살려 공룡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나요?” 


    토론 결과 파라사우롤로푸스가 복원이 필요한 공룡 1위로 꼽혔습니다. 화석으로 남지 않은 공룡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들의 공감이 담긴 결과였습니다. 덕후들의 바람은 남다릅니다.


    박 부사무국장의 강연을 끝으로 중앙과학관 공룡 투어는 마무리됐지만, 공룡 투어는 끝이 아닙니다. 투어 참가자들은 과학 콘텐츠 카페 ‘쿠아’에서 공룡 모의고사를 풀며 대결하고, 밤새도록 공룡 영화를 시청했습니다. 대전의 칼국수 맛집 ‘대선칼국수’에서 맛있는 식사도 했죠! 

     

    올나잇 공룡 투어 참가자들은 공룡을 주제로 한 토론회로 열정이 가득 담긴 논쟁을 벌일 뿐 아니라 밤새 공룡 모의고사를 풀고 공룡 영화를 보며 공룡을 주제로 떠들었다.

     

    당신만의 여행을 찾아보세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여행이었지만, 어린이 못지않게 공룡을 향한 열정과 호기심이 담긴 눈빛이 빛났습니다. 투어에 참여한 안킬로사우루스(성태훈, 26세)는 “다음 날 오전 9시에 학교 수업이 있는데도 공룡을 사랑하는 마음에 이곳에 단걸음에 찾아왔다”며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공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행복했고, 낭만이 가득한 여행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스피노사우루스는 “다섯 살로 돌아간 것처럼 순수한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하루 종일 참가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박 부사무국장은 “공룡 투어는 주로 어린이들과 함께 다녔는데, 어른도 나이와 성별 상관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여행이라 의미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공룡은 8살 아이만의 것이 아닙니다. 어른들도 공룡을 많이 사랑해 주길 바라요.” 


    자, 이렇게 기자는 여름을 세 번의 과학여행으로 채웠습니다. 여행의 모습은 제각기 달랐지만, 과학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이 여행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자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독자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특색있는 과학 여행을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천연기념물센터는 공룡은 물론, 매머드의 화석 전시로도 유명하다. 공룡 투어 참가자들이 털매머드의 전신 골격 화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공룡 화석, 더 보고 싶다면?
    ▲한국관광공사-이범수
     
    목포자연사박물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안 압해도 수각류 공룡알 둥지 화석이 진품으로 전시돼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진품 뿔공룡 프레노케라톱스와 용각류 공룡 아파토사우루스 다리뼈 진품 화석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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