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가 찾는 피난처는 우주뿐만이 아니다. 지구 안에서, 연구자들은 이미 육지를 벗어난 공간을 동시에 기웃거리고 있다. 그 도피처는 해양, 그리고 지하. 막대한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잡는 동시에, 차세대 데이터 보안의 키(key)로 꼽히는 해양과 지하의 무한한 가능성을 차례로 살폈다.
약 6년 동안 운영했다.
문제는 냉각이다, 데이터센터의 첫 탈출구, 바다
우주는 멀다. 로켓도 문제다. 우주가 최적의 입지라지만 발사하는 데, 그리고 기술을 확보하는 데 걸릴 자원과 예산이 막대하다. 그래서 인류는 고향에서 먼저 데이터센터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들이 처음으로 눈을 돌린 곳은 차가운 물이 그득한 공간, 바다다. 바다를 향한 도전을 처음 시도한 곳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한 ‘나틱 프로젝트’는 해양 데이터센터의 실효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바다로 간 이유는 간단하다. 바다가 찬 만큼 데이터센터가 내뿜는 어마무시한 발열을 자연적으로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기준 해양 데이터센터를 현실로 옮긴 곳은 중국의 데이터센터 기업인 하이랜더다. 이들은 하이난성 앞바다에 수직으로 적층시킨 데이터센터 모듈을 까는 데 성공했다. 미국이 해양보다 우주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 정부는 하이랜더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향후 해양 데이터센터를 100개까지 늘려 축구장 3개 이상 크기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로 확장하겠다는 공격적인 로드맵을 밟아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해양 데이터센터의 현주소와 기술적 이정표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서 해저 공간 창출 및 해양 데이터센터 단지 과제를 이끄는 한택희 책임연구원을 6월 8일 만났다.

해수 냉각의 돌파구 될 ‘폐쇄형 시스템’
바닷속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이점이자 숙제는 ‘어떻게 서버의 열을 식힐 것인가’이다. 기술적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바닷물을 서버 주변에 직접 흘려보내는 ‘개방형’ 방식과, 바닷물은 바깥에 두고 내부 냉각수를 따로 돌리는 ‘폐쇄형’ 방식이다.
중국 기업은 개방형 방식을 채택했다. 바닷물이 흐르는 배관이 서버 주변을 직접 흐르며 열을 식히는 모델이다. 이 지점에서 한 책임연구원은 직접 순환 형식의 한계를 짚었다.
“바닷물을 직접 끌어다 쓰면 초기 냉각 효과는 좋겠죠. 하지만 바닷속에 사는 미생물이나 유기물들이 배관 내부에 달라붙어 관을 막아버리는 고질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더 큰 문제는 소금기예요. 바닷물에 녹아 있는 염화나트륨은 금속을 아주 빠르게 녹슬게 만들거든요.”
그래서 KIOST 연구팀이 선택한 비밀병기는 ‘폐쇄형 시스템’이다. 서버에서 발생한 열을 내부에 갇혀 있는 깨끗한 물이 먼저 흡수하고, 이 열을 두꺼운 열교환기를 통해 바깥의 차가운 바닷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한 책임연구원은 이를 자동차의 냉각 시스템에 비유한다.
“자동차 냉각수가 엔진을 돌며 열을 식히는 원리와 똑같습니다. 바닷물을 데이터센터 안으로 절대 들이지 않아요. 밀폐된 커다란 원통형 통(포드, pod) 내부에 깨끗한 물을 채워두고 이를 계속 순환시키기만 하죠. 차가운 바닷물은 통 바깥쪽에 설치된 특수 배관 겉면을 스치고 지나가며 열을 빼앗아 갈 뿐입니다. 이렇게 하면 바닷물 때문에 내부 장비가 막히거나 녹슬 일이 아예 구조적으로 차단됩니다.”
KIOST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열을 가장 잘 방출하는 배관 모양도 찾아냈다며 연구 자료를 기자에게 보였다. 일직선 모양의 배관보다 물이 뱅글뱅글 돌며 지나가는 ‘나선형’ 배관을 쓰면 냉각 효율이 55% 이상 좋아졌다. 뜨거운 열이 지나가는 길을 용수철처럼 길게 늘여서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는 면적과 시간을 최대한 늘려준 덕분이다.
입지 조건인 바다의 온도 역시 중요한 변수다. 연구팀이 울산 앞바다를 해양 데이터센터 연구의 최종 실증 부지로 낙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겨울철 동해의 차가운 바닷물(7.5℃)을 이용하면, 여름철 따뜻한 바닷물(27.3℃)을 쓸 때보다 열을 두 배 이상 더 잘 흡수합니다. 서해나 남해는 여름과 겨울의 수온 차이가 너무 커서 1년 내내 일정한 온도로 서버를 식히기 어렵습니다. 반면 울산 앞바다는 깊은 바다 밑에서 차가운 물이 계속 올라오는 ‘냉수대’ 지역이라 여름에도 다른 바다보다 수온이 낮고 안정적이에요. 데이터센터를 안전하게 돌릴 명당이죠.”
실제 KIOST 연구팀이 제공한 국내 주요 육상 데이터센터(카카오, 네이버 등) 대비 경제성 분석 데이터는 괄목할 만하다. 해양 데이터센터에 매년 들어가는 운영비는 지상 대비 26%에서 최대 32%까지 아낄 수 있다. 수중이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저렴하다는 것이 의외처럼 느껴지지만, 자세하게 살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먼저 차가운 바닷물을 이용하니,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핵심인 냉각 전력이 지상 대비 최대 70%까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지상 냉각탑이 막대한 양의 물을 증발시키는 것과 달리 담수 소비량도 사실상 0이다.
한국형 해양 데이터센터의 모습은?
폐쇄형 냉각수 파이프(❶)가 데이터 랙(❷)을 지나가며 열을 식힌다. 포드 내부는 질소 기체(❸)로 채워져 있어 서버의 고장을 막는다.
질소로 채워 더 안전한 바다 데이터센터
KIOST가 설계한 기본 단위인 포드는 직경 3.5m, 길이 10m짜리 원통형 내압 실린더다. 내부 공간은 산소와 습기를 완전히 제거한 질소 기체로 채워진다. 한 책임연구원은 질소 충전이 단순한 밀폐 이상의 효과를 낸다고 강조했다.
“지상 데이터센터 서버가 고장 나는 주된 원인은 공기 중 산소에 의한 금속 접점의 산화, 그리고 습기로 인한 응결 현상입니다. 수중 포드 내부를 반응성이 거의 없는 질소로만 가득 채우면 이 산화 반응 자체가 원천 차단돼요. 게다가 산소가 없으니 폭발이나 화재 확률도 0에 가깝죠. 이 덕분에 지상 대비 서버 고장률을 8분의 1 수준으로 대폭 낮출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양 데이터센터는 최근 군 안팎에서도 막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바닷물 자체가 거대한 차폐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육상 데이터센터의 치명적 약점인 전자기펄스(EMP) 공격이나 외부 물리 타격으로부터 완벽하게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는 “해군과 국가정보원 등 국가 보안 기관에서도 물리적 보안과 해킹 방어 관점에서 해양 데이터센터의 이점을 주목하고 회의를 진행했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해양 데이터센터의 단점은 없을까. 한 책임연구원은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인 열 방출로 인한 해양 생태계 영향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 결과를 상세히 공개했다.
“울산 앞바다의 평균 해수 유속은 초당 0.5m 이상입니다. 이 조건에서 포드 하나가 방출하는 열은 주변 수온을 고작 0.05℃ 이하로밖에 올리지 않습니다. 바다의 거대한 유량과 흐름 덕분에 열이 발생하는 즉시 확산돼 사라지는 거죠. 물론 25개 모듈이 모인 단지 규모로 확장되면 중첩 효과가 생길 수 있으므로, 향후 상용화 단계에서는 엄격하고 정식적인 해양환경영향평가를 거쳐 배치를 정교하게 다듬을 예정이에요.”
해양 삼파전, ‘하이퍼스케일’로 세계 시장 노린다
한 책임연구원은 이번 과제의 진짜 지향점이 포드 하나를 가라앉히는 수준이 아닌 ‘하이퍼스케일’에 있다고 힘줬다. “원래 저희 팀이 진행하던 과제는 전반적인 해저 거주 및 연구 공간을 만드는 해저 공간 창출 사업이었어요. 이 기술을 기반으로 올해부터는 해양 데이터센터 단지 구축만을 위한 별도의 연구개발(R&D) 사업을 새로 시작했습니다. 기존 해저 기지 사업이 내년에 마무리되면, 이 데이터센터 특화 사업을 통해 상용화를 대폭 앞당길 계획입니다.”
그가 밝힌 구체적인 모듈 구성과 단지 스펙은 다음과 같다. 서버 발열량 기준으로 800kW(킬로와트·1000W)를 처리하는 하나의 ‘모듈’은 데이터센터 포드 3개와 전력을 변전·배전하는 포드 1개를 묶어 4개의 포드로 구성된다. 이 800kW급 모듈 25개를 해저에서 상호 연결하면 최종적으로 20MW(메가와트·1MW는 100만 W)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단지가 완성된다. 울산 앞바다에 100개의 포드가 가라앉아 데이터를 처리하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한 책임연구원팀은 2027년에 울산 실해역 투입을 위한 실증 모듈을 완성할 계획이다. 2030년대부터는 상용화를 그린다. 한 책임연구원은 국내 해양 데이터센터의 앞날을 희망적으로 예측했다.
“해양 데이터센터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국가는 전 세계에서 미국, 중국, 한국 정도밖에 없습니다. 가성비와 기술 신뢰성을 앞세워 미래 글로벌 해양 데이터센터 시장을 선도할 거라고 봐요.” 해양 데이터센터가 초기 건설비는 적지 않지만 냉각과 유지 측면에서 장기적인 이득을 얻을 걸로 보이는 이유다.
지구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피난처, 땅속
바다보다 조용하지만 한국의 특수 데이터센터 상용화가 가장 앞설 곳으로 기대되는 곳은 지하다. 지하 냉각의 원리는 해양과 다르다. 여기서 핵심은 흙과 암반의 낮은 열확산율이다. 지표면에서 기온이 오르내려도 그 변화가 땅속으로 전달되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흙과 암반의 열확산율은 공기보다 수백 배 낮다. 지표 아래 10~20m 깊이부터는 계절 변화가 사실상 차단되고, 연평균 기온 근처에서 연중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한반도의 경우 지하 온도는 대략 13~16℃ 수준이다. 여름 기온이 35℃를 넘어도,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이 와도 지하는 흔들리지 않는다. 냉각 설비를 최적 조건에서 연중 일정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건 에너지 효율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6월 3일 만난 조용채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여기에 한국만의 장점이 ‘전국의 산재한 폐광’이라 짚었다. 그는 한국에서 몇 없는 지하 데이터센터 시뮬레이션 연구자다.
조 교수는 “전국 휴·폐광산 약 5500여 개소 중 일부는 이미 안정화가 완료된 갱도와 과거 산업 인프라가 남아 있다”며 “이 모든 곳이 지하 데이터센터 후보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2025년 전남 장성군 옛 건동 석회광산(지하 221m) 등 지하 데이터센터 개발 소식이 들리고 있다.
그러나 지하 또한 지상의 완전한 대안은 아니다. 암반의 한정된 흡열 역량 때문이다. 조 교수는 “랙(데이터센터의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 핵심 IT 인프라를 수직으로 쌓아 안전하게 보관하고 통합 관리하는 금속 프레임)당 발열이 100kW를 넘는 최신 AI 학습 서버에서는 암반이 열을 무한히 흡수해 주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서버에서 나온 열이 갱도 안에 축적되면 갱도 자체의 온도가 올라간다. 지중 온도 안정성이라는 이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폐열을 주기적으로 외부로 내보내는 추가 냉각 회로가 필요하고, 이때 인근에 하천이나 해수 같은 방열원이 있어야 한다.
땅속은 ‘데이터 벙커’, 국가 중요 정보 모인다
다른 대안 데이터센터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도 왜 지하를 노릴까. 이 질문에 조 교수는 ‘안보’라는 현실적 이유를 들었다. “지하 수십 미터 두께의 암반은 태풍·홍수·산불·낙뢰를 동시에 막아줍니다. 순간적으로 광역 전자 장비를 파괴할 수 있는 고고도 핵 폭발 EMP도 암반을 통과하면서 감쇠되고요.” 두꺼운 암반층은 전자기파를 흡수하고 차폐하는 물리적 방패다. 미국이 약 600m 화강암층 아래 지어진 샤이엔 산 복합시설을 지금도 비상 지휘 거점으로 운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폐광은 이 이점을 가장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경로다. 전 세계 상용화 선도 사례는 노르웨이 레프달 광산 데이터센터다. 폐광 내부를 개조해 인근 피오르드 해수와 열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냉각하고, 전력은 수력발전으로 100% 충당한다.
분단 국가인 한국 역시 지하 데이터센터가 가져다 주는 안보적 이점을 포기할 수 없다. 조 교수는 국방뿐 아니라 금융 정보를 비롯한 국가 중요 정보 사항 등을 첨단 데이터시설에 보관하면 유사시에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 안팎 피난처 찾는 데이터센터, 그 향방은?
우주와 해양, 그리고 지하. 지상을 떠난 데이터센터는 치열하게 그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차세대 데이터센터가 정착할 자리는 과연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쓰이는 중이다. 앞바다 수심 아래에, 깊은 산 속 폐광과 지하에, 그리고 지구 저궤도에서 동시에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서재화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래에도 지상이 메인이 되는 건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해양과 지하 데이터센터의 역할을 이렇게 정리했다.
“지하는 지상 데이터센터를 지하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해양과 우주는 지상 데이터센터의 병목을 해소하는 특수 데이터센터로, 각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겠죠. 지상이냐 지하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어떤 리스크 조건 아래 어디에 두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따지는 게 핵심입니다. 목적에 따라 데이터센터가 있을 곳은 사실상 무궁무진한 셈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