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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동아리 ‘의초’를 해부하다!




‘열 가지 병을 고치는 약초’라는 뜻을 갖고 있는 의초(醫草)는 1992년 1기를 시작으로 2013학년도 22기까지 22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동아리다. 춘천여고의 52개 동아리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동아리 중 하나다. 긴 역사가 말해주듯, 의초의 인기는 엄청나다. 과학 관련 동아리는 신입부원 경쟁률이 높은 편인데, 의초는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률을 자랑한다. ‘해부’라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인기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경험 차원에서 생명체를 해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법과학자를 꿈꾸는 3학년 최다빈 학생은 “의료와 관련된 직업에 관심이 많았고, 동아리 활동이 장래희망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지원했다”고 말한다. 다빈 학생처럼 주로 의대나 한의대, 수의대, 약대, 간호대 등을 지망하는 학생과 생명과학을 연구하려는 학생들이 의초에 많이 지원한다. 2학년 하형주 학생도 마찬가지다. “평소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고 희망 진로가 수의사라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생물학적 지식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꿈과 연관성이 있어 지원했어요.”

실제로 수의대나 약대 등 관련 학과에 진학한 동아리 졸업생이 많다. 의초 학생들에게는 이런 선배들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동아리 활동은 학생 주도로 이뤄진다. 선배가 후배들을 가르치는 식이다. 주로 2학년이 동아리 연간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예산을 짠다. 해부와 관련된 지식이나 요령, 순서 등을 전수하는 것도 이들이다. 선후배 관계가 남달리 돈독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도교사 입장에서는 이런 지도 방식이 오히려 더 어렵다. 의초를 이끄는 권용원 선생님은 “처음에는 서툴지만 몇 번 반복하면 학생들로부터 훨씬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고 이야기 했다. “의무적으로 하는 활동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과 진로와 관련된 활동을 선택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태도로 활동해야 합니다. 배경지식 조사부터 실험, 탐구, 해부 설계를 직접 해야 합니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나중에는 학생들도 더 좋아하고요.”

자유롭게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었던 토요일 전일제가 없어지면서 지금은 매주 금요일 6, 7교시에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아서 좀 다른 방식으로 활동을 하기로 했다. 해마다 토끼, 쥐, 돼지, 닭 해부를 해왔는데, 해부대상 동물 수를 줄이고 대신 쥐 해부에 변화를 줬다. 스트레스 등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쥐 네 마리를 대조군과 실험군으로 나눠 실험군에는 각각 알코올, 살충제, 스트레스 유발 환경을 가했다. 이 쥐들을 18일 동안 학생들이 직접 키웠다. 2학년 이하민 학생은 쥐 실험 프로젝트를 설명하면서 이 활동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해부해보니, 살충제에 노출된 쥐는 간의 색이 정상에 비해 검고, 스트레스를 받은 쥐는 상대적으로 위가 컸어요. 그냥 해부가 아니라 변화를 주고 실험해서 더욱 흥미로웠죠.” 다빈 학생도 “해부 실험만 할 때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런 활동을 하
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앞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더 정확한 결과를 얻고 싶다”고 덧붙였다.


처음 동아리에 들어오자마자 해부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해부관련 영상을 시청하며 충분히 배경지식을 쌓는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해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처음 해부를 하게 되는데, 용감하고 씩씩해 보이지만 “마취를 할 때 토끼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는 2학년 박하은 학생의 말처럼 해부가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형주 학생도 “동물들이 해부 뒤에 죽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서 힘들었다”고 한다. 권용원 선생님은 ‘생명존중’을 강조했다. 실험 결과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과정 속에서 동물들의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도록 지도했다. 학생들도 선생님과 한마음이다. 하민 학생의 말에 이런 마음이 담겨 있다. “해부했던 장기들까지 잘 모아서 학교 뒤쪽 화단에 묻어요. 그리고 각자 종교에 따라 기도를 하죠. 아무리 실험이라 해도 생명을 다루는 일이니 절대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과학을 하는 머리와 생명을 아끼는 마음을 함께 갖고 있는 의초 학생들. 이들이 연구할 과학은 따뜻하다.

201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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