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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새책] 과학동아 에디터와 함께 읽는 이달의 책

    문학과지성사,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구별하는 대신 포용할 과학을 묻다

    다민족 과학
    현재환 지음│문학과지성사│172쪽│1만 3000원

     

    언젠가부터 백인종, 황인종 같은 단어를 거의 쓰지 않게 됐다. 듣는 빈도도 점점 줄어들었다. 인종이라는 개념과 그에 따른 피부색의 구별에 생물학적 근거가 없다는 ‘과학적’ 비판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나처럼 그에 납득한 사람들이 늘어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종’을 생물학적 차이로 규정하려는 주장, 편견은 여전히 강력하다. 2025년 11월에 세상을 떠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왓슨의 과학적 경력은 그가 2007년, 2019년에 “흑인은 백인보다 지능이 낮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끝났다. 세계적인 생물학자는 인종을 생물학적 실체로 설득하는 데 실패했고, 시대착오적인 인종차별주의자로 남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인종도, 민족도, 민족주의도, 이 개념들에 기댄 오랜 편견들도 과학의 이름으로 정리된 것일까? 특히 ‘단일민족’의 신념이 뿌리 깊은 한국에서도 ‘다민족’ ‘다문화’를 온전히 포용하는 과학이 자리잡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재환 한양대 철학과 교수의 신간 ‘다민족 과학’은 바로 이 질문을 짧고 날카롭게 던진다.


    이 책 ‘다민족 과학’은 우선 고령화와 저출산의 난관에 직면한 한국 정부가 ‘다문화 사회’의 도래를 선언한 2000년대 초반의 한국 과학이 맡았던 사회적·정치적 역할에서 출발한다. 이 무렵 제임스 왓슨이 초대 책임자로 일했던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는 인간의 DNA가 99.9% 동일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인종이 생물학적 실체가 아니란 사실을 전 세계에 공표한 것이다. 국제 과학계에서 인종을 뜻하는 ‘race’ 대신, 유전적 유사성(genetic similarity)이나 지리적 조상(geographic ancestry) 같은 용어 사용을 본격적으로 권고한 것도 이때부터다. 


    하지만 이런 국제적 변화 속에서도 한국 과학계는 2020년대까지도 인종, 민족의 개념이 폭넓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다문화 과학’은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 사회와 과학의 문제로 “사람들을 생물학적으로 구획 짓고 그 차이를 본질화하는 관행”과 이를 스스로 성찰하지 않는 태도를 지적한다. 이런 태도가 다문화 사회에 부응하는 과학을 주장하면서도 그 본질이 기존의 과학과 같은 구별인지, 다문화에 합당한 포용인지 반성적으로 돌아보지 않는 모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다문화 가족과 그 아동들을 ‘효율적’으로 연구, 지원하는 과정에서조차 인종적 편견과 낙인의 가능성을 유발하는 원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까지 이 책은 보여 준다. 한국 이주민들을 순수 한국인들과 ‘구별’하는 행위가 그들을 한국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현재의 과학적·제도적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주는 책이다.

     

    반비, GIB

     

    혼돈이 깊을 때, 예측의 길을 찾은 과학자

    내일 날씨는 맑음

    날씨의 장기 예측을 가능케 한 어느 기후학자 이야기

    자가디시 슈클라 지음│노승영 옮김
    반비│376쪽│2만 3000원

     

    날씨나 기상에 대해 이야기하면 ‘나비’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물론 ‘나비 효과’란 표현 덕분이다. “브라질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는 표현은, 작은 변수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직관을 자극하면서 날씨의 장기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까지 심었다. 날씨의 카오스가 예보의 카오스도 초래한 셈이다.


    ‘내일 날씨는 맑음’은 날씨의 카오스 속에서도 예보의 예측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애써 온 기후학자 자가디시 슈클라 미국 조지 메이슨대 기후역학 석좌 교수의 회고록이다. 1944년 인도의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라면서 주기적으로 닥치는 인도 특유의 몬순 폭풍과 극심한 가뭄의 위력을 절감한 저자가 결국 계절 단위의 평균기후를 예측하는 ‘역학계절예측’이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세계적인 기상학·기후학자로 성장한 흥미진진하고 예측불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며 그 주원인은 인류가 발생시킨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라는 합의를 정립시킨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4차 평가보고서의 핵심저자로서, IPCC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2007년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하는 데 기여한 저자의 경험들도 생생하게 펼쳐진다.


    인도-네팔 국경 지대의 작은 마을인 미르다에서 태어난 저자의 배경과 그의 이런 연구 업적이 얼마나 깊은 관계가 있는지도 ‘내일 날씨는 맑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비’는 생계를 책임지는 농사와 감염병이 상징하는 건강의 핵심 요인임을 저자에게 각인시킨 삶의 경험들을 보면서, 그가 계절 단위 기후 예측의 필요성과 가능성 모두를 포기하지 않고 탐구한 원천까지 이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현대 기상학·기후학의 살아 있는 역사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그의 역정을 따라 우리는 나비 효과의 에드워드 로렌츠 교수,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마나베 슈쿠로 교수와 같은 석학들의 친근한 면모도 엿볼 수 있다. 혼돈이 깊을 때, 예측의 힘을 깊이 믿은 이 과학자의 삶이 앞으로 독자들에게도 힘이 될 것이다. 

     

    동아엠앤비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유전학의 새 관점

    멘델의 완두콩 실험에서 시작된 유전학은 DNA의 발견을 거쳐, 이제는 신의 영역인 합성생물학 분야로 확장 중이다. 이 거대한 흐름을 따라가며, ‘유전자란 무엇인가’란 질문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한 권에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DNA는 운명을 결정하는 ‘설계도’가 아니며, 우리를 만드는 것은 유전자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해석과 상호 작용임을 명확히 드러낸다. 우리가 오래 믿어 온 유전자 결정론을 정면에서 흔들고,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줄 것이다.

     

    DNA는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김훈기 지음│전방욱 감수│동아엠앤비│328쪽│2만 원

     

    일레븐

     

    자연의 경이가 눈부실 때, 우리가 놓치는 지점들

    존 제임스 오듀본은 오늘날 ‘현대 조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조류학자다. 현대 조류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켄 코프먼은 새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오듀본의 삶을 예리하게 재해석했다. 새로운 새를 향한 오듀본의 집착, 탁월한 예술적 재능, 라이벌을 향한 질투와 시기, 명성과 업적을 위해 저지른 과오, 결국 들킨 거짓말까지. 매혹적인 자연사이자 야망과 집념에 관한 한 인간의 평전으로서, 세상을 떠난 지 200여 년이 지난 오듀본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

    켄 코프먼 지음│조주희 옮김│일레븐│464쪽│2만 7500원

     

    김영사

     

    인공지능을 제어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조건

    영국의 철학자인 제러미 벤담이 구상한 파놉티콘이란 분석 틀을 기반으로, 17세기 산업혁명 시대부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부상하는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더욱 교묘해진 현대 사회의 감시 문제를 다루는 책이다. 저자는 이제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을 ‘관계적’인 것으로 새롭게 인식해서 독립적 능력과 자율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21세기 민주주의의 새로운 조건임을 이 책은 강조한다.

     

    인공지능 파놉티콘

    홍성욱 지음│김영사│316쪽│1만 9800원

     

    열림원

     

    별 사이를 거닐며 인간의 본질에 이르는 밤 산책

    광활한 시공간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차지하는 철학적 위치를 깊이 탐구하는 우주 에세이다.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밤마실을 제안하며 시작되는 이 다정한 대화는, 과학적 사실 위에 인간의 지성과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더하며 우주와 인간의 연결고리를 상기시킨다. “우리는 모두 별의 먼지란다.”란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수십억 년 전의 대폭발과 함께 흩뿌려진 원소들이 오늘의 인간을 이루고 있다는 과학적 사실이다. 이 장엄한 생의 기원을 한 편의 시처럼 풀어낸 책이다.

     

    우리는 별의 먼지다

    위베르 리브스 지음│강미란 옮김│열림원│184쪽│1만 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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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라헌 에디터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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