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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마신 술의 양을 알고 있다!

음주 측정의 표준

A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05% 상태에서 운전하다 경찰에 단속돼 면허가 정지됐다. 그런데 A씨는 도리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음주측정기가 5%의 편차율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5%보다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법관이라면 누구의 손을 들어주겠는가.
 

내쉰 숨에 포함된 수증기도 음주측정에 영향을 미친다. 습도에 의한 간섭효과를 측정하는 표준가스가습장치를 설명 중인 우진춘 박사.


날숨과 핏속 알코올 농도 차이

이 사건은 실화다. 지난 2002년 1월 대법원은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치가 0.048~0.052%까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A씨의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표준품질팀 최종오 박사는 “측정에서 오차범위, 즉 불확도를 고려한 최초의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8월에도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5차례에 걸쳐 0.058~0.079%로 나왔지만 대법원은 “0.021%가 차이 날 만큼 측정 수치의 편차가 심하다는 말은 음주측정기에 결함이 있거나 측정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며 무죄를 인정했다.

실제로 음주측정에서 측정값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기기를 입에 대면 저절로 측정값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기가 하는 일이라곤 알코올 센서가 측정한 전기신호를 수치로 나타낼 뿐이다. 그런데 이 값은 센서의 종류나 성능에 따라 변한다. 때문에 음주측정기마다 정해지는 고유의 교정계수를 얻고 측정할 때마다 이 계수를 곱하거나 더해 정확한 값을 표시한다.

교정계수는 어떻게 나오는 걸까. 순수한 질소 기체 중 알코올(에탄올)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정확히 측정한 기체를 표준가스라고 한다. 음주측정기에 표준가스를 넣었을 때 나오는 농도와 원래 표준가스의 농도를 비교하면 교정계수를 얻을 수 있다. 결국 정확한 표준가스를 사용해야 정확한 교정계수를 얻는 셈이다. 이를 위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엄밀한 측정 과정을 거친 표준가스를 만들어 공급한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측정값의 불확도를 줄이는 일도 연구원의 몫이다. 예를 들어 에탄올에 메탄올이나 수분 같은 불순불이 아주 조금만 섞여 있어도 불확도가 생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삶의질표준부 우진춘 박사는 “100% 정확한 측정값이란 없다”며 “불확도를 최소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음주측정에서 불확도를 높이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호기알코올농도를 혈중알코올농도로 환산하기 때문이다. 음주측정기는 호흡 속에 있는 알코올 농도를 재지만 법적 구속력은 혈중알코올농도에 있다. 즉 내쉰 숨 속의 알코올 농도를 측정해 간접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셈이다.

이때 둘 사이의 관계는 분배계수로 나타낸다. 국내에서는 1:2100이라는 분배계수를 사용한다. 내쉰 숨 속에 알코올 분자가 1개 있으면 핏속에는 2100개가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 분배계수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며 불확도도 크다는 점이다.

우 박사는 “민족, 성별, 체중, 나이에 따라 분배계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인에 적합한 분배계수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서는 음주측정기의 불확도를 5%로 유지한다. 혹 억울하게 음주단속에 걸렸다면 이렇게 물어보자. “음주측정기의 불확도가 얼마나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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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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