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서 샌들을 신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샌들을 신을 때 가장 걱정이 되는 건 바로 발에 덕지덕지 붙은 굳은살(callus)이다. 외관상 좋지 않다며 일부러 떼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애물단지 같은 발바닥의 굳은살은 어쩌면 발 건강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굳은살은 지속적인 물리적 자극으로 피부가 두꺼워지고 단단해진 것을 말한다. 피부에 마찰과 압력이 계속 가해지면 피부세포가 죽고, 죽은 세포들이 각질층에 모인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각질층이 점점 두꺼워지고 단단해지면서 굳은살을 형성한다.
굳은살 많아도 촉각은 그대로
굳은살은 특히 걸을 때마다 체중이 실리는 발가락에 많이 생긴다. 대부분은 굳은살을 눈엣가시로 여겨 제거하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다니엘 리버먼 미국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팀은 굳은살이 발을 보호하는 역할은 물론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6월 26일자에 발표했다. doi:10.1038/s41586-019-1345-6
연구팀은 먼저 굳은살이 발바닥 촉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촉각은 피부에 있는 기계적 감각수용체가 인식하는데, 감각의 종류는 피부 속 감각수용체의 위치에 따라 네 가지로 나뉜다.
느린 적응(SA·Slow Adaptive) 수용체는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자극을 감지하고, 빠른 적응(FA·Fast Adaptive) 수용체는 순간적인 압력 변화를 알아차린다. 이 둘을 분포 위치에 따라 다시 분류하면, 피부 바깥쪽에 있는 감각수용체(SA1, FA1)와 피부 깊숙이 자리 잡은 감각수용체(SA2, FA2)로 나뉜다. 걸을 때는 주로 발바닥의 FA가, 서 있을 때는 주로 발바닥의 SA가 촉각을 인식한다.
연구팀은 맨발로 생활하는 사람 35명과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사람 46명을 대상으로 발 뒷꿈치와 엄지 발가락 아래 쪽 굳은살의 두께와 경도(딱딱한 정도), 그리고 빠른 적응 수용체(FA1, FA2)의 민감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맨발로 생활하는 그룹이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그룹보다 굳은살이 약 30% 두껍고, 경도 또한 3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순간적인 압력 변화를 감지하는 FA의 민감도는 두 그룹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FA의 민감도는 보행 시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논문의 제1저자인 니콜라스 홀로카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박사후연구원은 “굳은살이 있는 경우에도 피부 표면에 있는 FA1과 깊숙이 있는 FA2 모두 민감도에서는 굳은살이 없는 사람들과 차이가 없었다”며 “굳은살이 압력을 감쇄시키지 않고 그대로 전달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는 굳은살이 두꺼우면 감각이 무뎌질 수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뒤엎는 결과다.
이영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맨발로 다니면서 발바닥에 가해지는 자극이 늘어나면 감각수용체가 더 민감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맨발로 걸을 때 충격량 가장 적어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앞선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실험참가자 22명에게 맨발 상태, 쿠션이 있는 운동화를 신은 상태, 샌들이나 모카신처럼 바닥이 딱딱한 신발을 신은 상태로 트레드밀 위를 걷게 한 뒤 발이 지면에 가하는 최대 힘과 충격량(힘×힘이 작용한 시간)을 각각 측정했다.
그 결과 맨발로 걸을 때가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오히려 발바닥에 가해지는 충격량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쿠션이 있는 신발을 신었을 때 충격량은 맨발로 걸을 때보다 3배가량 컸다. 바닥이 딱딱한 신발을 신은 경우는 그보다는 덜하지만 맨발로 걸을 때보다 충격량이 1.2배 컸다.
홀로카 박사후연구원은 “맨발일 때나 신발을 신었을 때 발바닥이 지면에 가하는 힘은 비슷했다”며 “운동화를 신었을 때 충격량이 큰 이유는 쿠션으로 인해 바닥에 힘을 가하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연구에서는 발바닥에 가해지는 충격량을 측정한 만큼 운동화를 신은 경우에는 쿠션이 흡수하는 충격량까지 포함돼 충격량이 크게 나타났을 수 있다”며 “증가한 충격량이 발이나 발목 및 무릎 관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