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삼겹살이 생전 어떤 돼지였을지 상상해 본 적 있는가. 흔히들 햇볕 아래 초원에서 뛰어다니는 돼지를 상상할 테다. 그러나 대부분의 돼지는 몸을 가누기도 힘든 칸막이에서 일생을 보낸다. 2020년, 한국 정부는 모든 돼지 농장이 2030년부터 임신한 어미돼지를 칸막이 밖에서 모여서 키우도록 하는 ‘임신돈 군사사육 의무화’를 발표했다. 이 정책이 돼지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돼지와 사람의 행복도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직접 돼지 군사를 다녀와 행복한 동물농장의 미래를 내다봤다.

김문조

김문조
한 남자가 돼지 옆에 행복한 표정으로 누워있다. 진흙 구덩이에서 살 거라는 우리의 상상과는 다르게 돼지는 푹신하고 마른 건초에 깔끔하게 누워있다. 돼지의 표정도 편안해 보인다.
“여긴 돼지가 행복하고 농민이 행복하고 소비자도 행복한 농장입니다. 그래서 ‘더불어행복한농장’이에요.”
5월 5일 경남 거창으로 찾아간 기자를 김문조 더불어행복한농장 대표가 환한 미소로 맞아줬다. 더불어행복한농장은 2012년부터 14년간 동물 복지 인증을 받아온 돼지 농장이다. 돼지를 갑갑한 칸막이에 가두지 않고 사육하는 건 물론, 돼지가 좋아하는 땅 파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바닥에 왕겨를 깔아준다.
많은 농장에서 돼지가 스트레스받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스톨’과 ‘이유’다. 스톨은 돼지를 개별로 나눠 사육하기 위해 두는 철장이다. 어미돼지에게는 좁은 스톨이 주된 스트레스 요인이다. 암컷 돼지는 임신하면 114일 동안 폭이 60cm인 스톨에 갇혀 살아간다. 스톨에서 허용되는 움직임은 앉았다 일어나기 정도다. “어미돼지들은 스톨에서 엎드려 지내다가 운동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어나면 체중에 짓눌려 다리를 다치기도 합니다.” 4월 27일 광주에서 만난 윤진현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20년 넘게 돼지 농장을 출입하며 돼지 복지를 연구하고 있다.
출산 뒤 어미는 스톨과 비슷한 폭의 분만틀로 들어간다. 새끼 돼지들은 분만틀에 누운 어미돼지에게 다가와 젖을 먹는다. 김 대표는 분만틀이 스트레스 많은 돼지에게나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어미돼지가 일어났다가 누울 때 새끼가 압사할까 봐 분만틀을 둬요. 그런데 애초에 돼지가 스트레스받지 않으면 압사 위험이 적어요. 모성애도 높고, 새끼 돼지의 미세한 소리만 듣고도 벌떡 일어나요.”
스트레스는 어미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새끼 돼지 역시 태어난 지 3~4주 만에 어미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이유’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 윤 교수는 “돼지에게 쓰이는 항생제의 절반가량이 이유 과정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야생 돼지는 2~3개월 뒤에 이유하는데, 돼지 농장은 빠른 번식과 쉬운 관리를 위해 3~4주 만에 돼지를 이유시킨다. “엄마 젖을 먹다가 갑자기 사료를 먹으면 소화 불량이 일어나고, 갑자기 낯선 개체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스트레스받죠.”
더불어행복한농장 같은 복지 농장은 스톨을 두지 않거나, 돼지들이 스톨을 출입할 수 있게 한다. 또는 스톨을 반 정도 열어 돼지의 움직임을 보장한다. 이런 환경에서 돼지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돼지의 스트레스 요인 4가지
국내 돼지와 동물복지 전문가들은 한국 농장에 사는 돼지들의 스트레스 원인으로 크게 4가지를 지적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 원인인 스톨과 이유, 그리고 급성 스트레스 원인인 꼬리 자르기와 거세다.
AI 생성 이미지(챗GPT)

❶ 스톨
임신한 어미돼지는 114일 동안 폭이 60cm인 스톨에 갇혀 몸도 가누지 못하고, 운동 부족 상태에서 급히 일어나다가 다리를 다치기도 한다.

❷ 이유
태어난 지 3~4주 만에 어미에게서 분리된 새끼 돼지들은 젖에서 사료로 먹이가 바뀌면서 소화 불량이 일어난다. 낯선 개체들과 갑작스런 관계를 맺으면서 스트레스받기도 한다.

❸ 꼬리 자르기
꼬리 물림 사고를 예방해 자른 꼬리는 돼지에게 평생 고통을 준다. 돼지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꼬리를 흔들려고 할 때마다 꼬리가 잘린 고통을 느끼게 된다.

❹ 거세
수퇘지의 거세는 마취 없이 물리적으로 고환을 자르는 방식이다. 엄청난 고통으로 환부에 종양이 생기기도 한다. 종양으로 돼지의 고통은 장기화된다.
이슈 1
돼지 복지, 결국 사람을 위해서 필요하다
행복한 표정의 돼지를 보니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돼지의 행복에 공감하는 동시에, 그 행복이 덧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의 시선에서는 어차피 죽음을 목전에 둔 동물들일 수도 있지 않은가. 농장 돼지의 복지를 사람이 지켜줘야 하는 이유는 뭘까. 과학동아가 만난 돼지 관련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원 헬스(One health)’를 강조한다. 원 헬스는 동물과 환경, 사람의 건강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개념이다. 스트레스받은 돼지의 건강 이상, 그리고 항생제 사용은 결국 돼지를 섭취한 인간에게도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돼지가 스트레스받으면 몸에서 코르티솔의 분비량이 늘어난다. doi: 10.1016/j.rvsc.2019.01.014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상태를 안정시키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높여 돼지 몸에 순간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공급한다. 돼지가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경험해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단백질과 지방 분해 등 대사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체중은 줄어들고, 장내 미생물의 변화까지 일어난다. doi: 10.3389/fmicb.2020.02055 독일 라이프니츠 농장동물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2018년 돼지의 코르티솔 분비 증가가 곧 돼지의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doi: 10.3389/fnbeh.2018.00064
윤 교수는 “돼지는 스트레스로 인해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건강을 잃는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돼지가 정상 상태를 벗어나는 거죠. 새끼를 잘 돌보지 않고, 동료와 잘 어울리지 않고, 심지어는 남을 공격하는 행동도 잦아집니다.” 김 대표는 돼지의 스트레스가 분만율 저하로 이어진 경험을 공유했다. “생산성 때문에 돼지 복지를 지키기 어렵다지만, 역으로 돼지 복지를 지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죠.”
동물단체들은 윤리적인 문제를 강조한다. 4월 29일 서울에서 만난 양오늘 동물자유연대 정책팀 활동가는 “동물을 불가피하게 식용으로 이용하더라도 극심한 고통을 유발해서는 안 됩니다. 생명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이를 인간의 책임이라고 말했죠.”
윤 교수는 “돼지 복지는 무역 시장에서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EU)은 무역 협상에서 다른 나라도 EU의 축산 동물 복지 기준을 지키기를 제안하고 있어요. 한국도 이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면 반도체, 자동차 등 무역 시장에서 불리해질 수 있겠죠.”

동물자유연대
일반 돼지 농장의 스톨에서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암컷 돼지들. 돼지들은 출산하기까지 114일 동안 좁은 스톨에 갇혀 움직임을 제한받는다.
한국 농장에 사는 돼지들은 행복할까
한국에는 얼마나 많은 돼지 복지 인증 농가가 있을까. 5월 11일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 보호 관리 시스템에서 검색한 돼지 복지 인증 농가는 총 27곳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임신 4주 차까지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돼지를 스톨에 가두지 않고, 돼지 꼬리 등 신체를 훼손하지 않는 돼지 농장을 동물 복지 농장으로 인정하고 있다. 27곳은 전체 돼지 농가 수의 약 0.5%다. 식용 달걀을 낳는 닭인 산란계 동물 복지 농장 비율인 26%와 비교하면 50배 넘는 차이다.
200곳 중 한 곳. 이는 해외와 비교해도 큰 차이다. 유럽은 이미 임신한 돼지의 스톨 사육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동아가 만난 돼지 관련 전문가들은 입 모아 “한국 돼지 농장 복지는 유럽보다 20년가량 뒤처진 수준”이라고 말했다. 동물 복지 선진국으로 불리는 EU는 2013년부터 임신한 어미돼지의 스톨 사육을 금지하기 시작했지만, 한국은 2030년부터 스톨 사육이 전면 금지된다. 4월 30일에 전북 완주군에서 만난 이우도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는 “이미 돼지 복지 체계가 잡혀 있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이제 기준이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나 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 수는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 돼지 농장의 복지 수준이 후퇴하고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었다. 김 대표는 “27개 복지 농장 대부분은 사실상 두 대기업 계열사가 운영하는 농장“이라며 “개인이 운영하는 농장 수는 둘뿐”이라고 말했다. “2015~2016년쯤에 돼지 복지 인증을 받은 개인 농장 수가 좀 늘기 시작하더니 종적을 감춰버렸어요. 다들 버티지 못하고 기존 사육 방식으로 돌아간 거예요. 저 역시도 올해는 이 기준을 전부 맞추지 못하고 동물 복지 인증받기를 포기했습니다.”
돼지 농장들이 복지 인증을 받기 어려운 데는 비용의 문제가 크다. 김 대표는 “산란계와 비교했을 때 돼지는 사육 규모가 커 복지를 위해 시설을 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무리 사육을 하려면 스톨에 사육할 때보다 싸움 방지 등을 위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한 탓이다.
환경 차이도 한몫한다. 이 농업연구사가 유럽과 한국 환경을 비교했다. “돼지 복지 수준이 높은 네덜란드 등은 저밀도 사육이 가능한 영토가 있고, 돼지를 방목해도 될 만큼 기후가 온난해요. 한국은 사육을 위한 영토도 부족하고, 여름에는 돼지가 돌아다니기 덥죠.”
농장 복지 수준, 표기 방식은?
동물 복지 인증 돼지 농장들은 동물 복지 인증 마크를 돼지고기 포장지에 붙인다. 소비자는 이 정보를 통해 고기가 동물 복지 농장에서 왔는지, 아닌지만 알 수 있다. 과학동아는 윤진현 전남대 교수, 이우도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 양오늘 동물자유연대 활동가, 그리고 김문조 더불어행복한농장 대표의 제안을 통합해 새로운 동물 복지 인증 표시 기준을 만들었다. 스톨 유무와, 꼬리 자르기 유무 등 분야별로 복지 정보를 표시해 이해도를 높이고, 더 많은 농장의 동물 복지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장효빈
한국 농장에 사는 돼지들이 행복해지려면
2030년부터 한국의 모든 돼지 농장은 돼지를 무리 사육해야 한다. 군사사육 의무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스톨만 제거하면 돼지 간의 싸움이 잦아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05년 스톨을 없앤 후 90%였던 농장 돼지의 분만율이 60%까지 떨어지는 상황을 겪었다. 사료를 주는 기계를 하나만 뒀다가 돼지들 사이에 먹이 경쟁이 일어난 것이다.
“군사사육 실패를 겪은 뒤 해외 연구 사례들을 찾아봤어요. 그제서야 급이 시설 하나당 돼지가 12마리 이상 넘어서지 않게 농장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농장들이 군사사육 적용에 실패했을 때를 고려한 지원금, 국가의 실험을 통한 검증, 그리고 교육 지원이 필요합니다.”
돼지의 복지를 위한 행정적 가이드라인은 소비자 차원에서도 세울 수 있다. 소비자들은 돼지고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포장지 인증 마크를 통해 돼지 복지 수준을 파악한다. 과학동아가 만난 전문가들은 모두 “지금보다 세분화된 사육 환경 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 인증을 받았는지뿐만 아니라 복지 수준에 점수를 매겨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윤 교수는 분야별로 나눠 복지 유무를 표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군사사육뿐 아니라 꼬리 자르기 유무, 거세 유무, 행동 풍부화 물질 추가 등으로 나눠 포장지에 표시하는 방식이다. “돼지 농장을 운영하다 보면 모든 면에서 돼지 복지를 챙기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이라도 참여해서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농장주들 입장에서도 복지에 참여할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행복한 돼지를 위한 농장 조건
돼지의 행복을 위해서는 돼지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장해 주는 게 중요하다. 돼지는 임신 후 새끼 돼지의 체온 유지를 위해 둥지를 만드는 습성이 있고, 이로 풀잎 등을 씹어 먹으려는 본능이 있다.
또 방어 본능이 있어 벽에 등을 기대야 안정감을 느낀다.

AI 생성 이미지(챗GPT)
둥지를 만들기 위한 공간과 재료를 마련해주고, 씹을 수 있는 밧줄이나 노끈, 보릿짚, 왕겨 등을 돼지에게 준다.

AI 생성 이미지(챗GPT)
둥지를 만들기 위한 공간과 재료를 마련해주고, 씹을 수 있는 밧줄이나 노끈, 보릿짚, 왕겨 등을 돼지에게 준다.
결국은 사람도 돼지도 살아있는 존재
임신한 돼지를 가두는 스톨이 사라지게 됐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이번 법안 발표가 사육 환경 개선에 대한 변화였다면, 직접적으로 돼지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꼬리 자르기와 거세다. 돼지는 스트레스받는 사육 환경에서 다른 개체의 꼬리를 무는 습성이 있다. 꼬리가 물린 돼지는 병원체에 감염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대다수 돼지 농장 운영자들은 돼지 꼬리를 사전에 잘라버린다. 스톨 제거 등을 통해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돼지의 스트레스를 줄이게 된다면 애초에 꼬리 물림 사고 빈도 자체가 줄어든다.
거세는 수컷 돼지에게서 나는 누린내인 웅취를 막기 위해 한다. 이 냄새가 돼지고기로 이어지면 고기의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농장 운영자들은 모든 수컷 돼지를 거세한다. 윤 교수는 웅취를 검사해 거세 자체를 하지 않는 방법을 제안했다. “유럽에서는 웅취가 나는 돼지를 검사하는 농장주들이 있어요. 어차피 거세 과정에서도 노동력이 들어가는데, 그 비용을 검사 비용에 투자하고, 웅취가 나는 돼지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파는 겁니다.”
윤 교수는 ‘면역 거세’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성선(고환)자극호르몬이 분비되도록 자극하는 생식샘 자극 호르몬-방출 호르몬(GnRH)의 방출을 막는 기술이다. 면역 거세 시 투입한 약물은 GnRH에 대한 항체를 만든다. 웅취의 원인인, 수퇘지 고환에서 나오는 안드로스테논 호르몬 자체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앞으로 돼지가 더 행복한 농장을 만들 수 있을까. 윤 교수는 “돼지의 본능적 습성을 도와주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돼지는 새끼를 낳은 뒤 새끼의 체온 유지를 위해 둥지를 짓는 습성이 있어요. 둥지 짓기를 표현하게 도와주면 스트레스가 완화되죠.”
윤 교수는 2013년 돼지의 둥지 짓기 표현을 도와주면 돼지의 분만 시간이 줄어든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doi: 10.1016/j.applanim.2013.07.010 화물차 결박 끈과 태권도 도복끈, 앞발로 굴리는 장난감을 줬더니 돼지 몸에서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분비량이 늘어났다. 옥시토신은 임신한 돼지의 자궁 내막을 이완해 분만을 돕는다. 윤 교수는 “둥지 짓기 행동이 보장되지 않고 옥시토신 분비량이 줄면, 분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새끼들이 폐사하거나 몸이 허약하게 태어난다”고 말했다.
돼지의 씹는 행위를 보장해 주는 것도 돼지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돼지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장하는 행동 풍부화를 도와 공격적인 행동도 줄일 수 있다. “돼지는 야생에서 땅도 파고 풀을 뜯어 먹어요. 사료만 먹으면 무언가를 씹을 일이 없죠.” 윤 교수가 설명했다. “비싼 장난감도 필요 없어요. 농장에서 쓰다 남은 장화나 작업복이면 충분해요. 다만 물었을 때 변형되지 않으면 실망해요. 청결을 중시하는 동물이라서 장난감이 오염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죠.”
돼지는 휴식하는 공간과 배설하는 공간도 명확히 구별해 줘야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청결한 습성 때문에 잠자는 곳에서 배설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돼지가 눕는 공간은 면적 자체보다는 등을 대고 기댈 곳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먹이사슬 아래쪽에 있는 동물이다 보니 벽에 등을 기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어요. 벽에 모든 돼지를 눕힐 수 없다면, 등을 댈 펜스를 둬도 좋습니다.”
기자는 평소 삼겹살을 구매할 때 인증마크는 물론, 복지 환경에 대해 찾아보지도 않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돼지도 사람처럼 살아있는 존재임을 깊이 느꼈다. 돼지도 노는 걸 좋아하고, 다른 개체들과 어울리고 싶어 했다. 스트레스받으면 찡그리고 행복하면 웃었다. 또 더러운 환경에 쉽게 스트레스받았다. 그렇게 비슷한 먹히는 존재라면,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먹는 존재의 도리처럼 느껴졌다.
이는 한두 명의 노력과 의지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김 대표는 인터뷰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돼지의 복지를 농장이나 국가 정책이 다 해결할 수 없어요. 결국엔 모든 요소가 맞물려야 하죠. 소비자들이 농장 돼지의 복지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면 복지 수준이 높은 돼지 농장의 고기를 더 많이 찾겠죠? 그러면 유통업체 역시 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을 찾아줄 거예요. 그리고 동기 부여를 받은 돼지 농장은 더 돼지의 행복을 위해 힘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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