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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공부하는 척만 하지 않아야”

서강대 학교생활우수자 전형 합격생 인터뷰



방방곡곡 여행하며 키운 꿈

김리나 양은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전국 방방곡곡을 다 여행했다. 해외여행도 몇 번 했지만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국내여행이었다. 바다로 산으로 강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다람쥐에게 초콜렛을 먹여본 기억도 있다. 자주 가는 강에서는 그물망을 쳐서 물고기를 잡기도 했다. 다람쥐도 물고기도 모두 친구 같았단다.

“물론 물고기는 매운탕으로 먹긴 했지만, 참 소중한 기억이에요. 그런데 여행을 다니면서 보니 여행지의 모습이 어렸을 때 봤던 모습과 자꾸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어요. 그물 치고 물고기를 잡을 정도로 물이 맑았던 곳은 댐 같은 것이 생기면서 아예 사람들이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바뀌었고. 다람쥐도 예전처럼 볼 수가 없더라고요.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리고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리나 양은 그길로 환경을 살리는 연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을 정도로 욕심이 많지만 직접 보고 느낀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 신재생 에너지 같은 환경에 관련된 연구는 순수과학이 아니라, 응용학문 쪽이었기 때문에 기초가 없이 바로 연구할 수는 없는 분야였다.

“신재생 에너지 등 많은 분야가 있지만, 일단 가장 기본 바탕이 되는 물리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환경에 관련된 생명과학을 공부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에요. 공학 쪽은 경제 논리에 의해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환경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가족끼리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재밌는 일도 많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바닷가로 놀러가 텐트를 치고 놀다가 온가족이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자다가 갑자기 비가 퍼부어서 모두 일어나 비를 맞아가며 천막을 쳤던 적도 있다. 떨어진 체온 때문에 따뜻한 라면을 끓여서 함께 먹었는데 천막을 치면서 화도 나고 짜증났던 것이 사라졌다.

“힘든 것도 겪고 나면 추억이 되더라고요. 조바심 내지 않고 그렇게 여행하듯이 살고 싶어요.”

꿈은 환경전문가, 그런데 경제 동아리?!

서강대 강경진 입학사정관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극적이고 충실하게 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히면서 동아리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그만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전공적합성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의 성실성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동아리 선택도 전략이기 때문에 희망 전공에 맞는 동아리를 선택하라고 한다. 컴퓨터 공학이라면 컴퓨터 동아리나 수학 동아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식이다.

리나 양의 꿈은 환경을 살리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환경관련 동아리에서 캠페인을 했겠다고 생각했다. 기자의 고정관념이었다.

“저는 경제 동아리 활동을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경제 논리에 좌우되기 때문에 공학을 선택하지 않았다면서 ‘경제 동아리’라니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사실 1학년 때 선택한 동아리에요. 정말 그냥 하고 싶어서 했어요. 주로 재래시장 살리기 활동을 했어요.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온 후에 그것을 되팔았어요. 사기 전에 무엇을 얼마나 살지, 예산을 잡고 적당한 마진율을 정하고 그렇게 기획에서부터 평가까지 모든 것을 계획하고 했죠.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다시 재래시장에서 새터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서 기증하는 것으로 썼어요.”

파괴적인 경제활동이 아니라 ‘재래시장살리기’와 ‘새터민 돕기’와 같은 가슴 따뜻한 활동이었다. 학교 행사 때는 ‘모의 주식게임’도 했다. 최고 인기 코너였다. 일종의 보드게임이었는데, 학생들이 가상의 돈으로 정유회사, 의약회사등에 투자해 수익률이 높은 사람에게 상품을 주는 게임이었다. 그 밖에도 여러 활동을 재밌게 했지만, 3학년 때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고민이 됐다.

“처음에 고민했어요. 어떻게 보면 들쭉날쭉하게 일관성 없이 활동한 거잖아요. 억지로라도 환경분야와 연결을 시킬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결국은 솔직하게 쓰기로 했어요.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가지를 했다’고 썼어요. 진실성을 봐주기를 바라
면서요.”

물론 전공과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김 양은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한 데 대한 성실성을 평가받을 수 있었다. 강경진 입학사정관은 “고등학생은 희망 진로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모든 활동이 일관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활동이 들쭉날쭉했다면 자기소개서에서 그 이유와 각 활동에서 한 역할을 잘 설명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등산과 공부 중에 더 힘든 것은?

학교생활 중에 겪었던 슬럼프나 스트레스 해소법을 물었을 때 돌아오는 답은 “별로…….”였다.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집중할 때 집중하고 놀때는 놀면서 스트레스가 쌓일 틈을 만들지 않았다.

“어떤 선생님이 이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어요. ‘등산이 어려울까? 공부가 어려울까?’라고요. 저를 포함해서 다들 공부가 더 어렵다고 했죠. 우린 고3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선생님의 답은 등산이었어요. 공부는 하는 척이 가능하지만 등산은 하는 척을 할 수 없다는 말이었죠.”

리나 양은 공부를 할 때 하는 척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최대한 집중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마음껏 놀았다. 계속 책상에 앉아 있기만 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자연히 집중도 잘 안 된다. 충분히 휴식을 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2학년 때, 해야 할 공부를 끝내고 야간자율학습시간에 학교를 나와 사직구장에 야구도 보러 갔다.

“학교생활에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이 가장 공부를 잘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김 양은 중학교 입학할 때까지 학원 한 번도 다니지 않았다. 그렇게 영어 알파벳도 모르는 채 중학교에 갔더니 선행학습을 하고 온 친구들 때문에 걱정이 생겼다.

“그때 딱 두 달 정도 학원에 다녔어요. 부모님께 보내달라고 했더니 보내주셨어요. 그런데 저와 맞지 않았어요. 문제에 대해 고민도 하기 전에 답을 알려 주잖아요. 부모님께 다니지 않겠다고 했죠.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그러라고 하셨어요.”

모든 것이 리나 양을 믿어주는 부모님이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모님이 그를 얼마나 믿는지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 내신 성적 평균 1.7등급이 거저 나온 것이 아니다. 자신의 판단에 책임지는 자세도 가질 수 있었다.

자신감과 여유는 필수 장착!

특별한 공부법은 없다고 했지만 그의 공부 습관은 참고할만하다. 일단 이론을 전반적으로 한번 훑어보듯이 가볍게 한번 본다. “처음부터 외운다고 생각하고 이론을 보면 스트레스 받아요. 그러니 처음에는 가볍게 이해하는 정도로 보는 거죠.” 그런 다음 바로 문제를 푼다. 물론 “정말 많이 틀린다”고 한다. 이렇게 틀린 문제의 이론을 다시 찾아서 꼼꼼히 본다. 그리고 문제를 다시 푼다. 그리고 해설 부분을 보면 이론부분에 나와 있지 않은 것이나 더 쉽게 설명된 것이 있으니 이것을 다시 한 번 보면서 정리한다. 해설을 보면서 다시 문제를 풀어 본다. 이렇게 하면 자연히 한 부분을 3번에 걸쳐 볼 수 있다.

물리를 잘하면 수학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김 양은 “수학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까지 성적도 좋았고 재미도 있었는데, 고등학교에 와서 생각만큼 수학 성적이 나오지 않자 흥미와 자신감을 모두 잃었다.

“수학 싫은데 왜 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과학을 하려면 수학을 안 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빨리 공부하려고 문제 풀고 이해 안 되면 바로 해답보고 선생님께 물었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았죠. 차라리 꼭 필요한 내용으로 공부 범위를 줄여서라도 여유를 갖고 천천히 정말 천천히 하나하나 공부해야겠다 싶었어요.”

수학 성적이 2학년 때 3등급까지 떨어졌지만 이렇게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예전의 재미를 다시 느꼈다. 그리고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으면서 자신감도 회복했다.

“자신감이 정말 중요해요. 작은 상이 저에겐 자신감 회복의 기회가 됐어요. 그러니 공부가 다시 재밌어졌고요.”

서강대로 가는 길

동아리 활동을 어떻게 엮어낼까 잠시 고민했지만 솔직하게 쓰기로 마음먹은 후 자기소개서는 일필휘지로 썼다. “처음에는 꾸밀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다들 그런생각으로 꾸미면 자기소개서가 모두 비슷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솔직하게 쓰기로 결정했어요.” 다 쓴 자기소개서는 국어 선생님과 담임선생님(수학)께 보여드렸다. 맞춤법이나 어색한 표현만 몇 개 고쳐주셨다. 내용은 괜찮다고 하셔서 그대로 제출했다.

면접을 대비해서 담임선생님과 모의면접도 했다. 곤란한 질문하는 면접관, 딴청피우는 면접관 등 여러 상황을 가정해서 연습했는데 막상 실제 면접에 가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대기시간 10분 동안 미적분 문제 몇 개를 풀고 면접관 앞에서 말로 설명했다. 그리고 희망진로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요즘 리나 학생은 학회 활동으로 바쁘다. 노래 학회다. 벌써 공연도 했다. 그는 공연에서 MC자리를 꿰찼다. 노래도 MC도 모두 즐겁다. 여행하듯 즐거운 인생을 살기위해 노력하는 리나 학생. 즐거운 여행이 계속되길, 그리고 그 길에 다람쥐와 물고기들이 다시 함께하길 바란다.

201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훈 기자
  • 사진

    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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