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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인터뷰] “과학동아는 저의 호기심 기지국입니다”

40년 과학잡지의 31년 친구 김순용 독자 인터뷰

“과학동아는 지난 40년 동안 과학이 무엇인지를 꾸준히 질문해온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40년은 과학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호기심을 넓혀주는 매체가 되길 바랍니다.”
과학동아의 31년 애독자, 김순용 인천세종병원 응급의학과장은 창간 40주년을 맞은 과학동아에 대한 감상을 이렇게 전했다. 2025년 12월 8일 경기도 부천의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과학동아를 처음 접한 1994년 3월호부터 가장 최신호인 2025년 12월호까지 가지런히 정리된 서가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1994년 3월, 중학교 1학년 때 과학동아를 처음 만났어요. 그때 꼬박 6년간 과학동아를 보면서 호기심을 키웠던 덕분에 지금까지도 과학을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기사를 읽으며 물리, 지구과학 같은 과목에 관심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공부해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칭찬도 받으니, 자연스럽게 다음 달 과학동아 기사에 호기심을 갖는 선순환이 생겼죠. 의대 진학 후에 한동안 숨 돌릴 틈 없이 바빴지만, 자연스럽게 과학으로 돌아온 것도 유년 시절에 다진 호기심 덕분입니다.”'

 

혜성 관측에서 AI까지
과학동아가 폭발시킨 호기심

 

김순용 독자와 과학동아는 31년을 나란히 걸어온 친구다. 과학 전문 매체와 과학을 사랑하는 독자가 비슷한 또래로서 한국에서 함께 성장해온 셈이다. 


“현재 가장 뜨거운 과학인 인공지능(AI)의 발전 과정을 과학동아를 통해 꾸준히 파악해 왔습니다.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 딥 블루의 1996년 대국부터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2016년 대국, 2025년 12월호의 일상 속의 피지컬 AI까지 모두 기사로 읽었어요. 

 

이런 덕분에 의사가 된 지금은 AI를 단순한 도구나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진료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든든한 ‘동료’로 받아들였습니다. 또 지속가능한 의료를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도 더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의 호기심을 자극한 과학동아의 기사는 AI에 국한되지 않았다. 


“노벨 과학상, 올림픽,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 창립 70주년,  ‘브레인 롯’ 특집처럼 계기와 이슈에 맞춰 나온 기사들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우리별 위성, 나로호부터 최근의 누리호 4차 발사까지 한국의 우주 기술을 깊이 있게 다뤄온 기사들도 인상적이죠. 


저는 과학동아의 이런 기사들이 과학의 두 과정을 저에게 알려줬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하나의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그다음 과제를 인식하고 더욱 심화되는 과정, 둘째는 이렇게 심화된 여러 연구가 서로 이어지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입니다.”

 

▲ESO, E. Slawikk
1997년 3월 14일 관측한 헤일-밥 혜성(위쪽)과 이 혜성을 다룬 과학동아의 기사 및 별책부록 표지. 이 우주적 이벤트에서 느낀 경이감이 어린 시절의 김순용 독자를 과학으로 이끈 결정적 계기다.

 

▲과학동아

 

세대를 가로질러 우주로 향하는 시선

 

김순용 독자의 호기심은 우주에서 출발했다. 어린 시절 1994년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목성 충돌, 1996년 햐쿠타케 혜성과 1997년 헤일-밥 혜성 관측을 과학동아에서 접하며 우주에 대한 동경을 키웠다.


“헤일-밥 혜성은 낙동강 을숙도에서 열린 관측회에서 직접 관측했어요. 그 후로 한 달 가까이 매일 집 근처에서 밤하늘을 보며 혜성을 찾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발은 지구에 붙인 채, 마음이 우주를 여행하는 듯했어요. 이미 태양계를 벗어난 우주탐사선 보이저호가 지구의 어떤 이동 수단보다 빠르게 우주를 가로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인간이란 작은 존재의 대담한 상상력을 실감하기도 합니다.”


우주에서 시작한 그의 과학적 경험은 이제 자녀들과 과학동아를 함께 읽으며 이어지는 중이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상상해보는 과학’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광활한 우주의 스케일을 이야기하며, 우리 몸속 세포 하나하나에도 우주만큼 복잡한 구조가 있음을 알려주죠. 이런 상상력에 몰입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동안 과학동아를 읽어온 시간이 새삼 보람있게 느껴집니다. 또한 현재의 과학 이슈가 과거 기사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 같이 찾아보며, 과학이 ‘한 번에 끝나는 뉴스’가 아니라, 계속 쌓이는 ‘호기심의 기록’이란 것도 자연히 알게 되죠.”


과학을 사회와 연결하는 독자의 시선

 

그렇다면 김순용 독자가 앞으로의 과학동아에 기대하는 내용은 뭘까. 그는 2024년 7월 과학동아에 기고한 ‘과동키즈’ 지면에서 고령화 사회의 지속 가능한 의료에 대한 고민을 언급한 바 있다. 그가 바라본 과학의 역할은 구체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다. 


“앞으로는 ‘어떤’ 기술이 개인의 생명을 연장할지의 차원과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의료 현장에서 첨단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의학이 꾸준히 고도화되면서 과잉의료와 적정의료의 문제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의 연명의료도 이와 뗄 수 없죠. 


생명 연장을 위한 의료 기술 자체가 목표였던 그동안은, 이 기술들을 어떻게 적용할지 사회적, 체계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다소 부족했습니다. 이제는 의학이 과학으로서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급박한 현장에서 활동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현장의 의료 행위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관심을 둔다는 점도 과학동아 독자다운 면모로 읽혔다. 지속가능한 의료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들어봤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장에서 역설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투입되는 자원과 배출되는 폐기물이 엄청나다는 사실이었죠.  기후 위기와 고령화 사회가 함께 닥친 상황에서, 의료도 ‘생명 연장’이란 기존의 목표만 쫓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속 가능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병원 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약자) 조직을 이끌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시스템을 만들고 동료들과 병원 문화를 바꿔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의료 현장에서의 사회적 고민도 ‘호기심’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원래 이렇게 해 왔다’란 이유만으로 유지되는 관행을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이게 최선일까,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라고 한 번 더 묻는 게 제 습관이 됐어요. 오랜 문제를 그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더 나은 해결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이 과학적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우주에서 시작한 과학적 호기심은 이제 지속가능한 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확장됐다. 응급의학과 의사로 병원에서 진료 중인 김순용 독자.


40살 과학동아,
독자의 호기심 깨우는 기지국 되길

 

지속가능한 의료라는 목표를 위해 적정의료의 기준을 고민할 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 감소도 실천한다는 점이 의사이자 과학 애호가로서 폭넓은 호기심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과학적 호기심의 가치는 무엇일까.


“과학과 과학적 사실이야말로 사회적 갈등을 조정·완화하는 근거입니다. 호기심을 갖고 과학을 이해할수록 우리의 편견을 조금씩 극복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대하면서 보다 생산적인 논의를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알고리즘 기술의 영향력으로 개인들의 확증 편향이 심화될수록, 최소한의 보편적 근거로써의 과학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결국 과학에 대한 호기심은 과학 내부를 넘어서,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이런 배경에서, 그가 과학동아에 기대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제게 과학동아는 기지국 같은 존재입니다.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최신 과학을 제 안테나로 보내주죠. 저는 그 신호와 함께 관심의 범위를 넓혀왔습니다. 어린 시절엔 우주와 로켓 과학을 받았고, 지금은 AI·기후·의료 같은 신호를 받죠. 그 신호들을 따라가며 제 관심사가 병원, 도시, 지구 전체로 자연스럽게 확장됐습니다. 앞으로도 과학동아와 이런 호기심의 교류가 계속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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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라헌 에디터
  • 사진

    남윤중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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