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염료를 주입해 그림을 그리는 행위, 문신이다. 문신을 한 연예인도, 국회의원도 있다. 하지만 지난 33년간 한국에서 의사가 아닌 비의료인이 문신을 하는 건 법적으로 허가되지 않은 금기였다. 그 사이 한국의 문신은 유려한 선과 아름다운 디자인 덕에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예술 작품이 됐다. 2025년 9월 25일, ‘문신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안전한 문신 문화가 정착되기까지 남은 과제를 살폈다.
문신사 ‘리소’에게 문신사법 통과에 대한 소감을 묻자, 짧은 답이 돌아왔다. “드디어 합법 인간이 됐다!” 2025년 9월 25일 비의료인이 문신을 하는 것을 허가하는 ‘문신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사당 내의 문신사들이 왈칵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사진과 영상으로 퍼졌다. 이어, 2025년 10월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문신사법을 공포했다.
‘문신사법’은 문신사의 자격과 업무 등을 새롭게 정하기 위해 생긴 법이다. 문신사법에 따르면 2년 뒤인 2027년 10월 28일부터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일정 기준을 갖춰 면허를 받으면 타인에게 문신을 해줄 수 있다. 1992년 대법원이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지 33년만의 일이다.
현재까지 문신사로 활동한다고 널리 알려진 의료인은 단 한 명이었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선 ‘어느 사람이 눈썹 문신을 잘 한다더라’ ‘어떤 연예인이 문신을 새로 했다더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문신을 한 사람은 많은데 ‘합법적 문신사’로 알려진 사람은 한 명이라는 모순이 33년간 지속됐다.
불법과 합법 사이 벌어진 틈에서 문신사들은 숨을 죽였다. 문신사 ‘임토토’는 2025년 11월 6일 기자와 만나 “비의료인이 문신을 시술하는 업소는 원칙적으로 불법이었기 때문에, 손님이 문신 시술을 한 사람을 고발하면 법적으로 처벌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영세 문신사들은 생계가 끊기게 되니 생업을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고 말했다.
10월 28일 제정한 문신사법은 다음과 같이 제정이유를 밝히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문신 등을 시술 받으려는 이유가 의료 목적이 아니라 주로 미용 또는 심미적 목적이고, 시술자도 대부분 의료인이 아님에 따라 법과 현실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발생하고 있음. 이에 문신사법을 제정하여 문신사의 면허와 업무 범위, 영업소의 등록, 위생 및 안전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해소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하려는 것임.”
문신사법에 따라 자격을 취득한 문신사는 이제 자신을 숨기지 않고 떳떳하게 일할 수 있다. 문신을 하는 이와 받는 이 모두 보호받는 법이 생겼다. 문신사 ‘콜미’는 과학동아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정말 사랑하는 이 일을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쁘다”고 전했다.
진피에 ‘염료 찔러넣기’가 33년의 갈등 빚은 이유
문신은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공통으로 가졌던 문화다. 영국과 덴마크, 독일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2018년 ‘고고학 저널(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문신의 흔적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기원전 3351년에서 3017년 사이 살았던 이의 오른쪽 팔에는 뿔 달린 동물이 그려져 있었다. 기원전 3000년에도 인류는 몸에 그림을 그렸다. doi: 10.1016/j.jas.2018.02.002
2025년 7월 31일엔 19세기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에서 발견된 미라를 분석한 결과, 표범, 사슴, 수탉, 그리핀 등 상상의 동물을 그린 문신을 찾았다는 보고도 나왔다. 도안을 살펴보면 현대 문신이라 해도 믿을 것 같은 수준이다.
부경환 서울대 인류학과 연구원은 2016년부터 인류학의 관점에서 문신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그는 “한국의 문신 역사는 삼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형벌로서 얼굴에 문신을 새겼다는 기록이 여럿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조폭들이 몸에 문신을 새기면서 문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폭했다. 그리고 21세기부터는 연예인들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문신을 새기면서 인식의 전환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 연구원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 문신은 선망과 혐오가 공존하는 다중적, 다층적 인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문신과 타투는 같은 뜻을 지닌 단어이지만, 실제 사용 맥락과 어감은 다르게 분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했다.
사람들이 문신을 분류하는 카테고리도 다중적이었다. 문신사들은 문신이 몸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행위라고 본다. 그리고, 33년 간 국내법은 문신을 몸에 변형을 가하는 의료행위라고 분류했다. 그간 문신 시술 행위가 의료행위로 분류된 이유는, 문신 시술이 염료를 묻힌 바늘을 피부에 찔러 넣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대한피부과의사회와 대한의사협회 등은 수년간 문신사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유지해왔다.
정부가 문신사에 대한 규제 완화를 시도하던 2014년, 대한피부과의사회가 연 기자간담회에서 김계석 당시 추계 학술대회장은 “문신행위는 표피와 진피층에 색소를 넣는 진피침습행위로, 넣는 물질이 색소라는 점만 다를 뿐 방법적으로는 의료적인 약물침습과 동일하다”고 했다. 우리 몸을 감싸고 있는 피부의 두께는 1.5mm 정도다. 두께가 얇지만 기능은 다양하다. 피부는 압력, 충격, 마찰, 그리고 미생물의 침입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 감각을 느끼고,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조직으로 구성된다. 우리가 ‘때’라 부르는 물질은 가장 밖에 있는 각질이 떨어져 나와 뭉친 것이다. 각질은 표피의 각질형성 세포가 죽은 뒤 각질층으로 밀려나가 쌓여 만들어진다. 표피와 각질은 몸 밖의 해로운 화학물질이나 미생물이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첫 번째 저지선이다. 그 아래 진피는 표피 아래에 있는 두꺼운 세포층이다. 여기에 모낭과 혈관, 신경 등이 있다. 표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한편, 땀을 배출해 몸 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체온을 조절한다. 진피 아래 피하조직에는 지방 세포가 두껍게 자리잡고 있어 외부 충격을 완화한다.
대한피부과학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표피층은 표면에서 0.04~0.06mm, 진피층은 표피층의 약 15~40배 두께다. 문신은 이 중 진피에 염료를 넣는 행위다. 진피에는 모세혈관이나 신경 등 기관이 있다. 그래서 2025년 8월 21일, 대한의사협회가 문신사법에 반대 의견을 냈던 것이다. 당시 협회는 브리핑을 통해 “침습적 시술은 단순한 미용 차원을 넘어 감염, 알레르기, 육아종, 흉터, 쇼크, 염증, 중금속 축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한다”면서 “응급 상황에 대한 전문 의료 대응이 불가능한 비의료인에게 이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무책임한 입법”이라고 밝혔다.
초록 문신 쥐로 밝혀진 ‘문신의 원리’
문신의 구체적인 원리가 밝혀진 건 2018년의 일이다. 앞서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 된 문신이 기원 전 3351년에서 3092년 사이 미라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아주 최근에야 문신의 원리가 밝혀졌다고 할 수 있겠다.
2018년 프랑스 ‘마르세유-뤼미니 면역학 연구센터’ 연구팀은 피부 속 대식세포가 잉크를 머금으면서 문신 염료가 피부에 남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 의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발표됐다. doi: 10.1084/jem.20171608
대식세포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이나 암세포, 세균 등을 잡아먹는다. ‘대식(大食)’ 세포, 즉 무언갈 잡아먹는 아주 큰 세포란 뜻이다. 백혈구 가운데 제일 큰 대장이라고 볼 수 있다. 혈액 속에는 면역글로불린G(IgG)라는 항체가 떠다니고 있다. 면역글로불린G가 외부 침입자(항원)와 만나면 달라붙어 ‘이게 침입자다’라고 표시한다. 대식세포에는 면역글로불린G와 꼭 맞아떨어지는 수용체가 있다. 항원에 붙은 면역글로불린G가 대식세포의 수용체와 만나면 대식세포는 몸 속에 침입자가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면역글로불린G가 붙은 침입자를 잡아먹는다.
문신에 사용하는 염료도 몸에선 침입자 취급을 당한다. 위 설명과 같은 방식으로 염료에 면역글로불린G가 달라붙은 다음, 면역글로불린G 수용체를 가진 대식세포에게 통째로 잡아 먹힌다. 여기까지는 학계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 단계부터는 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우선, 대식세포가 염료를 먹은 다음 그대로 대식세포가 오랫동안 살아가며 염료를 품고 있는다는 학설이 있다. 연구팀은 이 학설을 ‘장수 학설’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대식세포가 염료를 먹었다가 죽을 때 뱉고, 그 염료를 다시 다른 대식세포가 먹는다는 학설도 있다. 이 학설은 ‘지속적 재생 학설’이라고 불린다.
면역글로불린G 수용체 중에는 ‘CD64’가 있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디프테리아 독(DT)을 넣으면 CD64를 가진 대식세포가 모두 죽는 쥐를 만들었다. 그리고 쥐의 꼬리 피부에 초록색 문신 염료를 넣었다. 그로부터 3주 뒤, 디프테리아 독을 주입해 CD64를 가진 대식세포를 모두 죽였다. 그랬더니, 대식세포가 죽으며 초록색 문신 염료를 뱉었다. 그리고 새롭게 생겨난 대식세포가 그 주변에 갔다가 다시 염료를 먹었다. 이 결과는 죽은 대식세포 속 염료를 또다른 대식세포가 먹는다는 지속적 재생 학설을 뒷받침한다.
문신의 원리
문신의 원리에 대한 두 가지 학설
문신사와 의료계가 함께 손을 잡고
문신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중이다. 앞서 소개한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다. 사람에게 한 문신도 같은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잘 모르니까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래서 문신사법이 시행될 2027년까지 의료계와 문신사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수칙이 많다. 감염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문신을 하다가 예기치 못한 건강 이상이 생겼을 경우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의료지식이 부족한 문신사들에게 문신에 필요한 적절한 의료 지식을 알리는 것이 우선이다.
그간 문신사들은 자체적으로 문신을 위한 위생 수칙을 만들고 지키고 있었다. 이 방법은 문신사에 따라 달랐다. 현재 문신사들은 문신하는 방법을 현직 문신사에게 배우고 있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위생관리 방법도 조금씩 다르게 배운다. 표피, 진피 등 피부의 구조와 소독 방법, 잉크의 종류에 따른 위험성, 문신 시 발생하는 의료사고 대처법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리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관련 지식이 없는 이들도 있다.
이에 문신사들은 2020년 자체적으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 지회(이하 타투유니온)’를 만들었다. 지회장을 맡았던 문신사 ‘도이’는 2025년 10월 28일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노조를 설립한 뒤, 소속 문신사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를 물었더니 ‘공인된 기관에서 만든 감염 관리 지침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녹색병원과 만나 감염 관리 지침과 타투이스트들에게 의료 지식을 교육하는 그린타투센터를 2020년 만들었다”고 했다.
문신은 의료행위이며, 따라서 문신사는 문신을 그려선 안된다는 게 당시 의사들의 주류 의견이었다. 이 가운데 그린타투센터를 만든 녹색병원은 상당히 도전적인 시도를 했다. 어떤 심정으로 문신사들의 손을 잡아줬는지 묻기 위해 11월 5일 오후, 녹색병원을 찾았다.
“타투유니온에서 온 문신사들을 만난 그날, 사실 바로 함께하겠다는 말은 못했어요.”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이 차분히 말을 꺼냈다. “의사들의 주류 의견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면, 우리 병원 의사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 새벽 세네 시까지 잠을 못 잤어요. 하지만 녹색병원은 원래 노동자들이 만든 병원이고, 노동자들에게 친화적인 병원입니다.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는 고민도 있었어요. 그런데 깜빡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딱 떴더니 기분이 좋은 거예요. 머리가 맑았고요. ‘그래, 하자’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겠다, 해야 할 것 같다.” 임 원장이 다음날 화섬식품노조 사무처장과의 통화에서 대뜸 한 말이었다. 임 원장을 비롯한 녹색병원 의료진은 우선 문신사들의 작업환경을 살폈다. “나름 미국에서 하는 위생 지침을 따르긴 했지만, 제가 봤을 때 문제가 있더라고요. 그래도 교육과 훈련을 시켜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린타투센터를 만들었고, 여기까지 왔죠.”
임 원장은 위생적으로 문신을 해주는 방법은 생채기를 치료하는 방법과 근본적으로 같다고 말했다. 의학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손을 씻고, 멸균된 장갑을 끼고, 문신할 부위를 소독하는 과정을 정리했다. 문신하는 작업공간의 환경 소독, 혈액 매개 감염병과 여기에 노출됐을 때 조치를 취하는 방법 등을 모두 모아 2020년부터 ‘타투이스트 감염관리’ 책을 만들어 배포했다. 문신사들의 건강검진도 해 줬다. 타투이스트 감염관리 책은 이후로 꾸준히 보완 작업을 거쳐 발행해 왔다.
타투유니온과 녹색병원의 협업 사례는 앞으로 문신사법이 자리잡는 데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문신사법 제정 이전에도 정부는 수 차례의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해외의 문신 관련 법 제정 상황과 국내 문신 산업의 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이런 자료들이 모여 더 나은 문신 문화를 만들어갈 차례다. 대한문신사중앙회와 대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 안전처 등도 2025년 11월 25일 함께 정책토론회를 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의논했다. 금기를 넘어 예술이 된 문신이 정착될 중요한 한 발을 내디딘 셈이다.
오래된 문화였던 문신이 이제 제도 안으로 들어왔다. 부 연구원은 문신사법 제정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시각적 표지를 활용하는 것만큼 좋은 도구가 없습니다. 특히 문신은 유일하고, 불가역적이라는 특성 때문에 이러한 힘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국가 권력이 ‘의료행위’ ‘안전’ ‘보호’ 등의 명목으로 개인의 신체를 통제함으로써 이러한 정체성 표현의 선택권을 제약해 온 셈입니다. 이번 문신사법 제정은 사회적 인식 변화와 더불어 수많은 문신 인구가 실재하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하고 ‘금지’에서 ‘관리’로 제도적 전환을 이룬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