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 기자들에게 한 해의 끝은 12월호를 마감하면서 찾아옵니다. 정신없이 세계를 돌아다니고 기사를 쓰다보면 곁에 치열했던 1년을 증언하는 잡지 12권이 쌓이죠. 과학동아 기자들이 보는 2025년은 어땠을까요. 어떤 이슈가 있었고, 미처 풀지 못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왼쪽부터 박동현, 이창욱, 김소연, 김태희 기자.
2025년 주요 이슈
역시 ‘양자’가 빛났던 한 해?
태희 : 역시 가장 큰 이슈는 ‘양자역학 100주년’이었어요.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과학동아도 1월호에 양자역학 특집 기사를 실었죠. (쓰면서 어렵진 않았나요?) 응용 기술에 포커스를 맞춰서 걱정했던 것보다는 수월하게 썼어요. 때맞춰 연세대에서 IBM의 양자컴퓨터를 들여오기도 했고요. 이후에 노벨물리학상도 양자물리학 분야에 주어졌잖아요? 한해 내내 놓칠 수 없는 주제였어요.
창욱 : 양자물리 관련 기사는 특집 이후에도 계속 나왔어요. 저도 양자난수 생성기나 노벨물리학상 기사를 썼고요. 하반기에는 동현 씨가 양자역학 연재를 했잖아요. 어땠어요?
동현 : 쉽진 않았어요(웃음). 양자물리학 응용 분야를 주제별로 깊이 들어가니 까다로운 게 당연했죠. 저는 연재를 진행하면서 양자 관련 기술을 많이 다뤘어요. 올해 상반기부터 양자 관련주들이 엄청 올랐거든요. 그런 상승세와 달리, 실제로 기술을 만드는 연구자들의 인식은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상용화까지 적어도 10년이 넘게 남았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균형 있는 기사를 쓰려 노력했습니다.
AI, 하이프를 넘어 생활 속으로
소연 : 인공지능(AI)도 계속 주목받는 주제였어요. 저희가 챗GPT 열풍을 다룬 게 2023년 2월이었잖아요? 작년까지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화두였다면, 올해엔 AI의 한계, AI와 인간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관한 연구가 훨씬 전면에 드러난 것 같아요. 그걸 다룬 기사가 동현 씨가 쓴 2025년 7월호 ‘AI와 연애하기’ 아니었을까요?
태희 : AI와 전혀 상호작용하지 못한 기자가 쓴 기사 아니었나요? 주제가 AI와 연애하기인데 AI와 전혀 연애하는 느낌이 안 들었어요(일동 웃음).
동현 : AI 기술이 미성숙한 탓이라 봅니다. 좋은 상호작용을 안 해주더라고요(웃음). 개인적으론 물리적 실체가 없다 보니 초반에 마음이 잘 열리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AI에게 감화됐어요. 나중에 AI 기술이 물리적인 로봇과 결합한다면 정말로 사람을 대체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소연 : 그런 점에서 동현 씨가 12월호에 준비 중인 휴머노이드 특집 기사도 크게 기대돼요. 잘 다뤄주면 좋겠습니다.
과학 기자는 전쟁터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창욱 : 저는 전쟁을 다룬 기사들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태희 씨가 2월호에 쓴 ‘전쟁과 과학자들’, 동현 씨의 8월호 ‘드론 전쟁’ 기사요. 매달 잡지에 들어갈 기사를 고르는 발제 회의에서 싣자 말자로 가장 치열하게 논쟁했던 주제기도 했죠. 전쟁에서 쓰이는 기술만 다룬다면 쉽게 갈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윤리적 부분을 완전히 놓치는 셈이잖아요?
동현 : 드론 전쟁에 얽힌 기술 윤리나 철학적, 사회적 논점을 기사에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니, 공부할 것도 많고 취재원 선정도 조심스러웠어요. 하지만 이런 부분을 짚어주는 게 과학동아가 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보통 과학기술이 보도되는 맥락을 보면 기술 발전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많은데, 과학동아는 과학 전문인 만큼 다른 관점을 보여주려 애썼습니다.
태희 : ‘전쟁과 과학자들’ 기획도 정말 어려웠어요. 우크라이나 과학자를 인터뷰하고 각색한 기사였는데, 처음엔 인터뷰이에게 어떻게 연락을 취할지 몰라 페이스북에서 우크라이나 주요 대학 페이지를 검색했어요. 슬픈 이야기이지만,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부고 포스트에 댓글을 달아준 분들께 연락했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못 다뤘다는 게 계속 아쉬워요. 팔레스타인 과학자도 찾았는데, 결국 인터뷰가 성사되진 않았어요.
2025년 기억에 남는 순간들
브레인롯 기사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
태희 : 11월호 브레인롯 특집 기사는 처음으로 제가 프로젝트 매니저가 돼서 진행한 대형기획이었어요. 해외 취재도 했지만 사실상 이 기사의 꽃은 소연 선배가 맡아 진행한 4주 동안의 숏폼 안보기 챌린지였던 것 같아요.
소연 : 챌린지와 뇌파 분석은 제가 담당했는데, 애초의 구상과 계획이 계속 바뀌어서 정말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챌린지를 시작하니 순식간에 30인의 참가자가 모였고, 그중 29명이나 끝까지 참여해 주셔서 잘 마무리됐어요. 정말 뿌듯했던 기획이었습니다.
창욱 : 소연 씨도 챌린지에 참여했잖아요. 어때요. 요즘도 쇼츠를 덜 보나요?
소연 : (웃음) 트위터(현 X)는 다시 하지만 인스타 릴스는 이전과 확실히 다르게 보게 됐어요. 예전에는 그냥 봤다면, 요즘에는 인스타 릴스에 뜨는 음식과 물건들이 소비에 관한 제 욕망을 발동시킨다는 걸 인지하게 됐어요. 더 조심하게 됐죠.
멸종위기종 기사는 제 영혼을 바꿨어요
창욱 : 저는 해외 취재는 없었지만, ‘한국의 멸종위기종’ 연재 때문에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만난 멸종위기종 취재가 정말 좋았어요. 그냥 좋았다 정도가 아니라, 제 영혼을 바꿨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무인도에서 뿔제비갈매기 찾던 경험, 한라산 절벽에서 암매 찾던 경험. 어떻게 내가 이렇게 귀한 생물들을 만날 수 있지 하고 겸손해졌달까요?
소연 : 멸종위기종 연재 정말 즐거웠어요. 수년간 보고 싶던 점박이물범, 드디어 봤어요. 다만 이 좁은 땅에서 멸종위기종과 인간이 공존하는 게 정말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람들의 이권과 멸종위기종의 생존 문제가 계속 부딪치니 연재의 문법도 비슷해지고요. 다른 맥락에서도 이 이야길 다뤄보고 싶어요.
돈가스 사이언스는 과동을 바꿨어요
창욱 : 그리고 역시 이 이야기를 빼놓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돈가스 사이언스(웃음).
소연 : 올해 과동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큰 호응을 받았어요. ‘슈뢰딩거의 고양이 뱃지’도 그렇고, 돈가스 사이언스도 그렇고요. 과학동아가 원래도 유쾌한 사람들이 만드는 유쾌한 잡지인데, 다들 알아주셔서 기뻤어요. 2026년에도 더 재밌고 신선한 기획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3 김소연 기자의 잊고 싶은 순간은 3월, 파스타 과학적으로 맛있게 만들기 기사를 위해 파스타를 삶은 날. 김태희 기자의 파스타를 먹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김소연 기자는 “놀랍게도 김태희 기자의 파스타가 김미래 기자의 것보다는 맛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26년엔 무엇을 할 것인가
피부로 느껴지는 기후위기
동현 : 3월호 산불 특집도 그렇고, 11월호에 실은 가뭄 시사기획 기사도 그렇고, 점점 기후 위기가 피부에 와닿는 문제가 되고 있어요. 최근 가뭄 취재를 하면서, 어떻게 이 현실을 지루하지 않게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루는 기사는 너무 많이 나왔잖아요. 새로운 해법을 선제적으로 제시한다면 가치가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연 : 재생에너지 취재를 하러 북유럽에 갔을 때 만난 여러 기자와도 기후 이슈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기후 이슈는 중요성이 커서 이미 많이 다뤄졌기에, 많은 독자가 피곤함을 느끼는 이슈니까요. 변하는 기후에 우리가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다른 시선으로 기후위기를 다뤄봐야 하지 않을까요.
2026년, 의미 있는 한 해를 만들기 위해
태희 : 2026년은 여러모로 특별할 것 같아요. 과학동아가 40주년을 맞는 동시에, 2년 전 삭감된 연구개발 예산이 다시 오르는 때이기도 하죠. 한국 과학계에 활력이 돌 시점이라,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과학 연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욱 : 저한테는 무엇보다 과학동아 40주년이 중요하게 느껴져요(웃음). 이를 어떻게 기념하면 좋을지 많이 고민 중입니다. 2026년 과학동아도 기대해 주세요. 더 재밌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과학동아가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