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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전자파에서 벤젠까지, 환경속의 발암물질들

최근에 문제되고 있는 화학적 및 물리적 발암물질은 어떤 것들일까? 이들은 발암유전자를 활성화하고 암 억제 유전자를 불활성화한다.

현대사회를 일컬어 화학화된 사회(chemicalized society)라고 하며, 어떤 이는 우리가 화학물질 바다속에서 살고 있다고 할 만큼 우리 주변에는 화학물질이 수없이 존재한다. 이중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 이용하는 물질도 많지만 대부분 공기나 물속에 존재하면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독성물질이다.
 

강력한 간암 발암물질인 아폴라 톡신(aflatoxin) B라는 곰팡이 독소는 잘못 처리된 땅콩에서 흔히 발견된다.


수중에 2천종 이상의 화학물질 존재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굴뚝, 주택이나 건물의 난방 등에서 발생하는 매연과 함께 수백종의 화학물질이 배출되는데 여기에는 발암물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예컨대 벤조피렌은 폐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하루에 수억개 이상의 벤조피렌 분자를 흡입하게 되는데 대부분은 호흡기에서 걸러져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일부는 인체 내로 흡수돼 폐나 간에서 대사효소들의 작용을 받아 활성대사체로 전환된다. 이 활성대사체들은 세포내 DNA를 손상시킨다. 그러나 우리 인체는 손상된 DNA를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대부분은 정상 DNA로 복귀된다. 간혹 손상된 DNA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주변의 발암유전자(oncogene)를 활성화하거나 암억제 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를 불활성화해 암을 유발시킬 수 있다. 벤조피렌 이외에 여러 유기물질들, 비소 6가크롬 니켈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폐암과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호소나 하천이 날로 오염돼 매일 마시는 물조차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수질오염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 됐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불신을 부채질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에 따르면 수중에 2천여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존재하며 약 7백50가지의 물질이 음용수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여기에는 발암성물질 돌연변이원성물질 등이 다수 포함돼 있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음용수 중의 오염물질에 대한 위해성 평가(health risk assessment)를 통해 1백여종의 물질에 대한 규제권고치를 설정해 놓았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2백50여종의 물질에 대한 음용수질 기준 목표치와 음용수질 기준치를 마련해 놓았다. 또한 일본 후생성은 80여종의 물질에 대해 감시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음용수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됐다. 1974년 한강 오염으로 인해 수원지를 팔당으로 옮기게 되었다. 실제 발암물질에 대한 규제는 1990년 이후에야 일부 물질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 트리할로메탄(trihalomethanes) 농약류 사염화에틸렌(tetrachloroethylene) 삼염화에틸렌(trichloroehtylene) 등이 수질기준으로 추가됐고 역시 발암물질로 잘 알려진 벤젠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음용수 중에서 함유될 수 있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은 염소소독의 정수처리과정에서 생기는 트리할로메탄의 일종인 클로로포름(chloroform)이다. 이 물질은 간의 치토크롬(cytochrome) P-450 효소시스템을 거치면서 대사돼 대부분이 최종대사물인 이산화탄소 상태로 배설된다. 그러나 대사과정중에 발생되는 중간대사체인 포스겐(phosgen)은 생체내 주요 단백질 또는 조직내 친핵(親核) 성분과 반응, 실험동물에서 간암이나 신장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로로포름 이외에는 음용수 중에는 여러 발암물질이 섞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예로 염화비닐 벤젠 비소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연구에서 각각 간암 조혈기계 암(백혈병) 피부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발암물질이다. 이들 화학물질 이외에도 일부 휘발성 유기오염물질들은 실험동물의 간이나 신장에 종양을 일으키곤 했다.

이제는 물리적 인자에 기인한 암 발생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되었다. 수 십년 전만 해도 인간에게 전기장 또는 자기장은 크게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전기를 생산 공급 소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전기장과 자기장이 형성되고 있다. 대형 모터나 전기를 사용하는 공장에서부터 지하철 가정용 TV 수신기 라디오 컴퓨터 단말기 핸드폰 등 여러 종류의 물품에서 다양한 주파수의 전자기장(electromagnetic field, EMF)이 형성되고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노출되고 있다.

'60Hz 전자장은 발암물질'

전계(electric field)는 전하의 세기에 의해 형성되고 자계(magnetic field)는 전하의 이동에 의해 형성된다. 도선에 전류가 흐르면 로렌츠(Lorentz)법칙에 의해 도선 주위에 자계가 형성되고 이 자계에 의해 도선에 전류가 흐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체부위에 자계가 존재하면, 인체에 미세한 전류가 흐르게 된다(인체는 공기와 같이 자성을 거의 띠지 않기 때문에 큰 전류는 흐르지 않지만). 이러한 전자계가 인체에 해롭다고 여러 학자들이 주장하고 있으나 어떻게 왜 해로운지에 대해서는 거의 밝혀져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두가지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전자파의 파장과 세포의 크기가 맞아 떨어질(match) 대 공진(resonance) 현상이 일어나고 이 공진은 전자파 에너지의 전달을 최대화해 인체에 해를 준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학설은 세포내 칼슘 흐름에 변화가 생겨 인체가 암에 대항해 싸우는 능력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미국과 스웨덴 등에서 송전선 배전선 가정용 전기기기로부터 발생하는 전자파(電磁波)가 뇌암 백혈병 기형출산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역학적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이와 정반대의 결과도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에서는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 볼 때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송전선과 가정내에서 발생하는 60Hz 전자장을 인간의 발암물질로 볼 수 있다"고 밝혔으며 "되도록 전자파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암발생의 또 다른 물리적 인자로 오존층 파괴에 따른 자외선의 과다노출을 생각할 수 있다. 지난 1928년 미국 제네럴 모터스사(GM)가 개발한 CFC(chlorofluorocarbons)는 다른 물질과 결합해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무활성 무독성 냉매제로 오랫동안 간주돼 왔다. 미국 뉴폴사가 이 물질을 냉장고에 처음 쓰기 시작한 이래 에어로졸 스프레이 추진제 플라스틱의 발포제 등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반도체칩의 세정액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1972년 남반구와 북반구의 대기에서 CFC의 무활성 신화가 깨어졌다. 남극상공의 오존층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이 1983년 영국의 남극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고, 1985년 CFC가 오존층의 파괴의 주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자외선을 흔히 UV-A(320-400nm) UV-B(280-320nm) 그리고 UV-C(280nm 이하)의 세 파장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중 파장이 가장 짧은 UV-C는 대기권에 완전히 흡수돼 지상에 도달하지 못한다. UV-A는 오전에 거의 흡수되지 않으므로 지상에 대부분 도달하나, 인체에 이렇다 할 손상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문제시 되지 않는다. UV-B는 오존층에 대부분이 흡수되고 일부만이 지상에 도달하나 만약 오존층 파괴가 광범위하게 진행된다면 더 많은 양이 지상에 도달해 인체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UV-B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영역의 자외선이다.

UV-B가 인체에 무조건 해로운 것은 아니다. 비타민 D의 생성을 도와 구루병의 발생을 감소시키는 좋은 면도 있다. 그러나 오존층이 희박해져 강한 UV-B 자외선이 지상에 도달하면 피부암, 면역능력의 감소, 백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오존량의 10%가 감소하면 지상의 UV-B가 20% 증가하고, 따라서 피부암의 발생률이 30-50% 증가한다고 미국 환경보호국은 추정하고 있다.

우리가 항상 마시며 숨쉬고 접촉하는 환경매체 내에는 수많은 화학물질과 물리적 인자들이 숨어 있다. 따라서 이 물질들에 만성적으로 노출돼 암에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성 발암물질은 아주 저농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환경성 발암물질 노출에 따른 암 발생 가능성을 정밀하게 추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B형 좌외선을 많이 받으면 피부암에 걸리기 쉽고, 면역기능이 악화되며, 백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역학조사 결과가 중요

보통 환경성 암발생 확률을 추정하기 위해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결과나 동물실험 결과를 이용하게 된다. 전자의 경우를 일반적으로 더 선호하지만 유용한 역학조사 자료를 얻는 것이 매우 어려우므로, 대부분의 경우 동물 실험결과를 이용해 암발생 확률을 산출하고 있다. 따라서 이 결과들에 많은 가변성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저농도의 환경성 발암물질에 만성적으로 노출됐을 경우의 암발생 확률을 추정하는 과정이 건강 위해성 평가(health risk assessment)이다. 이 평가는 위험성 확인, 환경과 인체노출 평가, 용량-반응 평가 그리고 위해도 결정의 주요 4단계를 걸쳐 수행된다. 위험성 확인은 관심 화학물질의 인체노출로 인해 어떤 건강장애가 유발되는가를 규명하는 단계이다. 환경과 인체노출 평가 단계에서는 환경중의 오염농도를 측정해 인체노출 수준을 평가한다. 또 용량-반응평가는 역학자료나 동물실험 결과를 이용해 관심화학물질의 노출용량과 건강장애 사이의 상관성을 추정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위해도 결정은 노출평가와 용량-반응평가의 결과를 조합, 인구집단에서 관심 화학물질의 임의 농도에 노출된 경우, 이로 인해 발생가능한 발암 위해도를 추정하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선진 각국의 경우는 이러한 위해성 평가를 통해 환경관리정책을 결정하고, 더 나아가 공중 보건 향상을 도모한다. 따라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장애를 최소화 또는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환경과 질병에 대한 바른 인식 뿐만 아니라, 건강 위해성 평가를 통한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환경관리정책이 요구된다.

인간은 누구나 안전한 환경에 살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해서 우선 각종 질병 및 암발생과 관련되는 유해인자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유해인자의 오염수준을 측정하고 그 영향을 예측해야 하며, 이를 근거로 허용가능한 안전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아울러 법적인 규제를 통해 안전한 환경을 보전해야만 누구나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기름 누출로 인해 크게 오염된 바다. 유류에 함유된 각종 화학물질이 물고기 등 해양생물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암에 걸린 해양생물의 수가 많아지면 그 다음 차례는 우리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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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신동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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