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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왜 더 위험할까? 기후위기 시대의 난기류

    GIB

     

    2024년 5월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을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태국 방콕 수완나품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원인은 NCT(near-convection turbulence)라는 난류였다(아이돌 그룹명이 아니다). 당시 항공기는 안다만해 상공을 통과하던 중 대류운 근처에 생긴 난류 NCT를 만나 1.8km를 급강하했고, 이 과정에서 승객 한 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다쳤다. 기상학자들은 기후위기가 이런 난기류를 더 자주, 그리고 더 거칠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그 이유를 자세히 살폈다.

     

    김태희
    김정훈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기후위기가 심화되면 비행기가 만날 수 있는 모든 난류가 빈번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2023년 발표했다.

     

    난류란 공기나 물과 같은 유체가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현상이다. 비행 중 만나는 난류를 난기류라고 한다. 난류는 발생 원인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기하학적 난류다. 장애물이나 지형 등 물리적 구조에 의해 발생한다. 건물 주변이나 산 골짜기 계곡에서 만들어진다. 비행 중에는 공기가 산을 넘어가면서 발생하는 산악파 난류를 만날 수 있다.


    두 번째로 대기가 불안정할 때도 난류가 만들어진다. 대개 따뜻한 공기는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움직이는데 이 움직임이 공기의 흐름을 어지럽힌다. 특히 대류운(대기가 불안정할 시 발생하는 덩어리 모양의 구름) 안팎으로 만들어지는 난류가 난기류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걸 대류운 난류라고 한다. 


    한편 맑은 하늘에서도 난류가 만들어진다. 청천 난류다. 청천 난류는 공기의 흐름인 기류 간 마찰로 만들어진다. 속도가 다른 기류가 부딪히거나, 방향이 다른 기류가 서로 만나면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 지구 북반구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는 강한 제트기류가 청천 난류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요인이다. 김정훈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2023년 국제학술지 ‘클라이밋 앤 앳모스피릭 사이언스(기후 및 대기과학)’에 기후위기로 산악파 난류, 대류운 난류, 청천 난류 모두 빈번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doi: 10.1038/s41612-023-00421-3 6월 5일 서울대에서 김 교수를 만나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비행 중 만날 수 있는 세 가지 난류

    난류는 생성 원인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세 가지 모두 우리가 비행기를 탔을 때 만날 수 있는 난류다. 

    GIB, 이한철

    ❶산악파 난류
    공기가 산을 넘어가면서 발생하는 파동 형태의 난류다. 장애물이나 지형 등 물리적 구조로 만들어지는 기하학적 난류의 일종이다.

    ❷청천 난류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공기가 서로 부딪치면서 만들어지는 난류로, 대개 제트기류 경계면에서 만들어 진다.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에서 발생해 청천 난류라 부른다.

    ❸대류운 난류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고 차가운 공기가 하강하는 대류운 안과 밖에서 만들어지는 난류. 내부에서는 공기의 흐름 때문에 난류가 만들어지며, 대류운과 제트기류가 부딪히면서도 난류가 발생한다. 대류로 만들어진 중력파는 대류운 근처 난류의 발생 요인이다.

     

    맑은 하늘의 날벼락
    청천 난류를 만드는 제트기류

     

    지구는 둥글다.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가 적도에 가장 많은 반면 북극과 남극에는 가장 적다. 열의 불균형은 공기층의 두께와 압력의 차이를 만든다. 적도는 공기층이 두껍고 기압이 높은 반면, 극지방은 공기층이 얇고 기압이 낮다. 기압의 차이는 공기를 움직이게 만든다. 이 힘을 기압경도력이라 부른다. 기압경도력은 대기역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이 힘에 의해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한다.


    거기다 지구는 돈다. 지구는 오른쪽으로 회전한다. 지구의 자전은 회전하는 물체의 표면 위에 만들어지는 가상의 힘인 전향력을 만들어 낸다. 기압경도력과 전향력은 서로 균형을 이루는데 이 결과 북반구에서는 공기의 흐름이 오른쪽으로 휘고,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휜다. 북반구에서 편서풍이 부는 이유다.


    편서풍은 지형에 따라 세기가 달라진다. 큰 바다가 펼쳐진 곳에서는 마찰이 약해 대륙보다 더 강한 편서풍이 분다. 편서풍은 땅의 높낮이에도 영향을 받는다. 고도가 높은 산맥을 만나면 산을 넘어가기 위해 바람은 고도를 높인다. 이런 이유로 편서풍은 특정 지역, 대류권계면(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의 권계면)에서 매우 강하게 분다. 이것이 제트기류다.


    제트기류와 그 주변 공기층 사이의 경계면은 청천 난류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어떤 공간에서 공기의 속도나 방향에 차이가 있으면 수평 혹은 수직 방향으로 풍속의 변화(윈드시어·wind shear)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제트기류의 모든 경계면에서 난류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김 교수는 “윈드시어가 주변 대기의 안정도보다 4배 가량 높은 경우에서 청천 난류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인천-LA 11시간 비행
    미래엔 난기류만 26분?

     

    NASA

     

    김 교수는 “기후위기로 지구 전체의 평균적인  편서풍과 제트기류가 약해지지만 특정 지역과 고도에서는 여러 이유로 강해진 제트기류가 청천 난류의 세기와 빈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제트기류의 경계면이 더 넓어진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북극은 적도보다 더 빠르게 따뜻해 지고 있다. 얼음이 사라지면서 태양 빛을 반사하지 못해 이전보다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북극과 적도 간의 온도 차이가 줄어들어 편서풍 또한 약해진다. 제트기류의 흐름이 위아래로 더 크게 굽이치는 것이다. 그 결과 제트기류는 기존보다 더 길어지고, 제트기류 경계면은 더 넓어져 청천 난류가 더 많이 발생한다. 실제로 폴 윌리엄스 영국 레딩대 교수는 1979년부터 2020년 사이 강한 청천 난류 발생 건수가 55%나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doi: 10.1029/2023GL103814


    두 번째는 겨울철 기압경도력이 강해진다. 기후위기로 편서풍이 약해지면 상대적으로 북쪽에서는 남풍이, 남쪽에서는 북풍이 강해지는데 각각의 바람이 해당 지역의 공기를 가둬 더운 지역에는 더 강한 무더위를, 추운 지역에는 더 강한 한파를 만든다. 특히 겨울철 동아시아와 북태평양 지역에서는 북극과 적도 간 기온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큰 기온차는 기압경도력을 높여 제트기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또 극지방에서 증가한 온실가스가 지구 복사열을 대류권에 가두는 탓에 지표면은 더 따뜻해지고 성층권 하층은 더 차가워진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수직 기온차 역시 기압경도력을 높여 제트기류를 한층 더 강화시킨다. 


    동아시아에서 특히 센 제트기류는 한국의 난기류 발생 위험을 예고한다. 김 교수는 “한중일 3국이 대륙 끝에 위치한 탓에 제트기류의 에너지가 강해지는 곳 바로 아래 있다”고 설명했다. 중위도 제트기류는 대륙을 벗어나 대양으로 나가며 급격히 강해지는데, 풍속이 가속되는 곳이 태평양 바로 옆에 있는 동아시아인 것이다. “히말라야 산맥을 피해 위아래로 찢어진 제트기류가 다시 합쳐지는 곳도 중국 동쪽입니다. 동아시아에서 제트기류가 유독 강한 이유죠.” 즉, 동아시아는 지역 특성상 강한 제트기류가 지나가 난기류가 많이 발생하는데, 기후위기가 이런 제트기류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SSP5-8.5 시나리오에서는 청천 난류가 2배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SSP5-8.5는 별도의 저감 정책 없이 온실가스를 현재 추세대로 배출할 경우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21세기가 끝날 무렵 지구 평균 기온은 4.4℃나 높아진다. 


    김 교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국제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예시로 들었다. “한국에서 LA까지 약 1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요. 이 시간을 100으로 둔다면 현재 우리가 청천  난류를 만나는 확률은 1~2% 정도입니다. 기후위기가 심해진다면 이 확률이 2~4%로 두 배 높아지죠.”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11시간의 비행 중 최대 26분 동안 난기류를 겪게 된다. 

     

    DLR(W)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만들어지는 난기류. 소용돌이 모양의 공기 흐름이 눈에 띈다.


     


    기후위기가 만드는 하늘 지뢰
    예보가 어려운 대류운 난류

     

    “청천 난류는 제트기류라는 정확한 발생 원인이 있으니 예보 시스템이 얼추 갖춰져 있습니다. 문제는 대류운 난류죠.” 김 교수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라 불리는 청천 난류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건 대류운 난류라고 했다.


    대류운은 대기 중의 상승기류로 공기가 응결돼 만들어지는 구름이다. 일반적인 구름은 얇고 넓게 퍼진 형태인 반면, 대류운 난류는 두껍게 만들어지는 게 특징이다. 대류운은 상승기류를 타고 성층권까지 올라가는 한편 구름 내에는 상승기류와 하강기류가 빙글빙글 돌고 있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대류운을 가리켜 “매우 강한 난기류의 집합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적란운은 대류운 중 ‘끝판왕’이다. 적란운 내부에서는 낙뢰와 우박이 떨어지는 데다가, 초속 25~30m 수준의 강한 상승기류와 하강기류가 모두 존재한다. 두 기류는 강한 난류를 만들어낸다. 때문에 민항기의 경우 적란운을 만나면 최소 20km 이상 멀찍이 우회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모든 항공기가 적란운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상 레이더의 사각지대에 적란운이 위치하거나 레이더 빔이 구름에 흡수되는 등 때때로 적란운을 감지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대류운이 만들어지는 위치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그 성능이 많이 떨어집니다.” 김 교수는 청천 난류는 예측 확률이 85%수준이지만 대류운 난류는 고작 50% 수준이라고 밝혔다. “모 아니면 도니까 그냥 모른다고 봐야죠.”


    대류운 난류도 기후위기로 더 많아지고, 더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 우선 더 많은 대류운이 만들어진다. 지표면 온도가 올라가면 상승하는 공기의 양이 많아지고,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공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하며, 구름이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는 양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여름철 극한호우가 매년 쏟아지는 이유와 같다. 김 교수는 “구름이 수증기를 더 많이 머금게 되면 구름 내 기류 이동이 더 세져, 대류운 난류 역시 더 강하게 만들어 진다”고 설명했다.


    대류운 난류의 위험성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는 기사 초반에 소개했던  대류운 근처의 난류, NCT다. NCT는 대류운 바깥에서 만들어져 정확한 발생 원인을 분석하기 전까지는 청천 난류로 구분되기도 한다. 실제로 2024년 5월, 싱가포르항공이 겪은 사고도 비행기가 맑은 하늘에서 난기류를 만난 뒤 벌어졌던 탓에, 사고 당시엔 원인이 청천 난류라고 알려졌다.


    NCT가 만들어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대류운과 편서풍이 부딪혀 만들어진다. 위로 상승하는 구름과 편서풍이 부딪히면 공기 흐름이 변한다. 이처럼 공기 흐름이 늘어나거나 찌그러지면서 모양이 변하는 것을 기류 변형이라 부른다. 특히 서로 다른 공기 흐름이 부딪혀 기류 변형이 만들어지면, 그 지점 뒤쪽으로 강한 난류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NCT다.


    이 외에도 상승기류가 만들어내는 중력파가 NCT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대기 중에 공기의 밀도 차이가 생기면 공기가 위아래로 진동하며 중력파를 만든다. 대류운의 경우 내부의 강한 상승기류가 중력파를 만든다. 대류권계면까지 올라간 중력파는 안정적인 성층권과 만나 반사되거나 파괴된다. 튕겨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튕겨 나간 중력파의 에너지가 갑작스럽게 방출돼 맑은 지역이나 얇은 구름이 펼쳐진 지역에서 난류가 생길 수 있다.
    대류운이 강해짐에 따라 NCT도 더 많이, 그리고 더 강하게 만들어진다. 그런데 NCT는 대류운에서 시작한 것은 맞지만 대류운이 다른 기상학적 요소와 상호작용을 해서 만들어진 난류다. 현재로선 예측할 방법이 없다. 


    “NCT는 발생 원인이 복잡해 예측 시스템이 무의미한 수준입니다. 현재의 연구는 사례를 분석하는 데 머물러 있어요.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가장 위협적인 난류죠.” 김 교수는 NCT야 말로 기후위기가 만들어내는 진짜 위험 요소라고 강조했다.

     

    김정훈 서울대 교수팀은 청천 난류 발생 가능성을 진단하는 데 사용하는 엘로드1(Ellrod1) 지수를 사용해 SSP5-8.5시나리오에서 청천 난류 발생 수준이 현재에 비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엘로드 지수가 클수록 청천 난류 발생 확률이 높다.

     

    비행 고도를 바꿔도
    난기류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

     

    원인은 다 나왔다. 그렇다면 난기류를 피할 수는 없을까? 기자의 질문에 김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산악파 난류, 대류운 난류, 청천 난류 모두 항공기의 순항 고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집니다.” 항공기의 순항 고도는 약 9~12km로 곧 대류권계면이다. 


    비행기 순항고도가 9~12km로 설정된 것은 물리적, 경제적, 기상학적 요인 때문이다. 우선 대류층 가장 위쪽으로 나는 것이 효율적이다. 공기 밀도가 낮으면 항력이 감소해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또 산소가 부족하면 엔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층권으로 비행하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즉 9~12km는 항력과 엔진 효율 간 균형을 이루는 구간이다. 또한 승객의 안전과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뇌우 등 일반적인 기상현상을 피할 수 있는 고도이기도 하다.


    난기류를 피하고자 더 낮게, 혹은 더 높게 나는 게 쉽지 않다. 기후위기에 적응해 하늘길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하늘길에 대응하는 현장을 파트 2에서 자세히 알아본다. 

     

    X/BanditOnYour6

    2024년 5월 21일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싱가포르 항공 SQ321편이 난기류를 만나 1.8km 가량 급하강했다. 태국 방콕 수완나품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촬영한 기내 내부 사진. 211명의 승객 중 103명이 부상을 입고 1명의 승객이 사망했다. 

     

    GIB

    설렘을 안고 타는 비행기에서 우리는 앞으로 청천 난류, 대류운 근처 난류(NCT) 등 갑작스러운 난류를 더 자주 그리고 더 세게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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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7월 과학동아 정보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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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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