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성이 폭발할 때 형성되는 펄사에 행성이 존재한다면 여타의 다른 별에는 행성이 돌고 있을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그렇다면 우리은하에 또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천문학자들은 펄사행성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지난해 4월말에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는 펄사행성에 관한 회의가 개최됐다. 펄사행성의 존재가 확인된다면, 일반적으로 행성이 어떻게 별 주위를 공전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25년전 펄사(pulsar, 맥동성)가 처음 발견된 이후 천문학자들은 현재까지 5백개 이상의 펄사를 발견했다. 1967년 천문학자들은 작은여우자리의 어떤 물체에서 나오는 강력한 전파를 검출했는데, 그 물체는 현재 PSR 1919+21(PSR은 맥동전파원, 숫자는 천구상의 위치를 의미)로 알려져 있다. 1.3초마다 복사를 방출하는 PSR 1919+21을 천문학자들은 매우 빨리 회전하는 중성자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중성자별은 보통 지름 20㎞ 정도의 고밀도 별로서 큰 별이 죽을 때 형성된다. 태양 질량의 8배가 넘는 별이 초신성 폭발을 하면 그 속에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남는다. 중성자별중 회전 속도가 아주 빠르고 복사빔을 방출하는 것을 펄사라 하는데 관측자는 이 복사를 검출함으로써 펄사를 발견하게 된다.
초신성 폭발은 초신성 잔해와 함께 펄사를 남긴다. 대표적인 것이 황소자리 근처의 게성운 속에서 발견된 펄사(PSR 0531+21)로서 이미 1054년에 관측되었다. 벨라자리(남쪽하늘의 별자리)의 펄사(PSR 0833-45)도 여기에 속한다.
초신성 잔해는 수만년 정도가 지나면 물질들이 점점 확산되기 때문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따라서 초신성 펄사의 나이는 아주 젊다. 게성운 펄사는 1054년에 발견됐으므로 현재 나이가 9백38년 박에 되지 않는 가장 젊은 펄사다. 그리고 이런 젊은 펄사는 회전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예를 들어 게성운 펄사의 회전 주기는 0.03초다. 회전 속도는 나이가 들수록 느려진다. 펄사가 복사방출을 멈추기까지는 대략 1천만년 가량 걸리는데, 그 시간은 초신성 잔해의 존속기간보다 더 길다. 따라서 대부분의 펄사는 초신성 잔해 속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1982년에 천문학자들은 놀랍게도 게성운 펄사보다 더 빠른 펄사를 발견했다. 작은여우자리에서 발견된 이 펄사(PSR 1937+21)는 게성운 펄사보다 20배나 빨리 회전했다. 이 펄사의 주기는 1.6밀리세컨드(millisecond)로서 이러한 펄사를 천문학자들은 '밀리세컨드 펄사'라고 부른다. 밀리세컨드 펄사는 현재까지 20개 이상이 발견됐다.
밀리세컨드 펄사들은 회전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 이것들의 나이는 대략 10억년 정도이다. 그러므로 이것들은 초신성 잔해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구상성단(나이가 1백억~1백50억년 정도)에서 발견된다.
물론 밀리세컨드 펄사도 초신성 폭발에 의해서 형성된다. 펄사의 회전속도가 느려지고 결국 멈추게 되면 펄사는 더이상 복사를 방출하지 않는 중성자별이 된다. 그러나 만약 그 중성자별의 주위에 동반성이 있으면, 그 동반성이 물질을 중성자별로 이전시켜 중성자별은 다시 회전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보통의 펄사는 동반성을 가진 경우가 1%에 불과하지만 밀리세컨드 펄사는 대부분 동반성을 갖고 있고, 1988년에 화살자리에서 이러한 펄사(PSR 1957+20)가 실제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위의 가설을 받아들인다.
91년에 처음 발견
1991년 7월 맨체스터 지방의 조드렐 뱅크 전파천문대에서는 행성을 가진 펄사(PSR1829-10)를 발견했다. 방패자리에서 발견된 이 펄사는 밀리세컨드 펄사가 아닌 보통의 펄사로서 회전주기는 0.33초였다. 펄사의 행성은 천왕성 정도의 질량을 가졌으며, 펄사로부터 거리는 대략 태양-금성거리 정도였다.
다른 천문학자들은 이 발견에 회의적이었다. 왜냐하면 초신성 폭발의 결과 별의 질량이 줄어들어 펄사는 행성을 묶어두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1969년과 1979년에도 펄사행성을 발견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그것은 오류로 판명됐기 때문에 이번 경우도 그렇게 여겨졌다.
그후 1991년 말 처녀자리의 펄사(PSR 1257+12)에서 2개의 행성이 발견되었다. 지구 질량의 2~3배 정도인 이들 행성의 공전주기는 67일과 98일이었다. 이 두 행성의 공전주기가 다르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었다. 만약 주기가 하나만 검출되었다면, 그 신호는 행성의 것이라기보다 펄사 내부의 진동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거나, 아니면 그 신호는 지구의 운동(공전)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최근의 자료에 따르면 펄사행성의 존재는 확실시 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펄사행성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 문제는 PSR 1257+12이 밀리세컨드 펄사이며 한때 동반성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로부터 해결할 수 있다. 즉 PSR 1257+12의 동반성이 물질을 펄사로 이전하면서 붕괴될 때, 남은 먼지와 가스가 펄사 주위에 디스크를 형성하여 이로부터 행성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추론은 태양계 행성의 형성과정에 관한 설명과도 비슷하다.
펄사행성의 기원을 위와 같이 해석한다면 펄사행성은 밀리세컨드 펄사에서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밀리세컨드 펄사를 다시한번 주의 깊게 관찰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현재까지 행성을 가졌으리라 여겨지는 유력한 펄사는 PSR 1257+12이다. 만약 펄사행성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면 과학자들은 태양계 행성의 기원에 관해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펄사행성들도 태양계 행성들처럼 무거운 행성이 멀리서 궤도 운동을 하는지, 궤도가 원궤도에 가까운지, 혜성이 있는지 등의 연구도 가능할 것이다.
PSR 1257+12 주위의 행성은 한가지 사실을 이미 알려주고 있다. 즉 천문학자들이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행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연의 무한한 능력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은하에 또다른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PSR 1257+12 주위의 행성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펄사의 복사량이 엄청나기 때문이며, 그 복사열로 인해 행성들의 온도가 수백도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펄사 주위에 행성이 생길 수 있다면, 역시 별 주위에도 행성이 생길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생명체의 존재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PSR 1257+12만이 펄사행성의 존재를 밝혀주고 있지만, 펄사행성에 대한 연구가 진척될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펄사발견한 여성천문학자 벨 버넬
올해는 펄사가 발견된지 26년 되는 해다. 1967년 24세의 홍일점 대학원생 벨 버넬은 규칙적으로 맥동하는 새로운 천체를 발견했다. 그 이후 5백여개의 펄사가···
똑, 똑, 똑…차트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점을 그리던 잉크펜을 보고 있던 조셀린 벨 버넬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때 그녀의 나이 24세. 일상적인 모니터 작업을 계속하던 케임브리지 대학원생은 새로운 유형의 별, 즉 펄사를 발견함으로써 일약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25년 후 그녀의 이름은 과학의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다.
벨 버넬은 1943년 벨파스트에서 건축가 필립 벨의 딸로 태어나 퀘이커계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벨 버넬은 천문학을 좋아했지만 워낙 잠이 많은 터라 한때는 천문학을 포기하기도 했다고 술회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전파천문학-즉 밤을 지새지 않아도 가능한-을 발견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파천문학에의 입문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코틀랜드에는 천문학 전공의 대학이 몇 없어서 그녀는 글래스고우의 뉴홀 대학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배수진을 치고 물리학을 공부했다. 그곳에는 대학원생이 몇 없었는데 그 중에서도 물리학도 50명 가운데 여자는 자기 혼자만이 남게 됐다. 몇몇 여자친구들은 그녀에게 전공을 바꾸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물리학을 계속했다. 그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글래스고우 학생들은 혼자 남은 여자에게 꽤나 거칠게 대했기 때문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법도 배워야 했다.
케임브리지 박사과정에서 공부할 당시, 그녀는 매일같이 멀라드 전파천문대에 들러서 잉크통을 갈아끼우고 차트를 지켜보아야 했다. 이로부터 그녀는 젊은 연구원들의 꿈이 얼마나 허망한지 정확히 인식하게 됐다.
그녀는 오픈 대학 연구실에서의 펄사 발견 상황을 상세히 설명한다.
"4일 간격으로 망원경으로 전 하늘을 조사했죠. 물체가 걸리자, 당시에는(1967년) 컴퓨터가 얼마 없었으므로 일일히 수작업으로 자료를 뽑았어요. 매일 거의 1백ft 가량의 길이로 차트를 작성했었어요.
하지만 데이터는 완전한 것이 아니었어요. 엉성하고 들쭉날쭉해서 도저히 펄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어요. 하지만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도 아니었죠. 그것은 분명히 규칙적인 신호였어요. 그리고 이런 신호를 전에도 본 것 같아 예전의 자료를 뒤적였죠."
당시 그녀는 태양풍에 의한 성간 발광현상을 연구 중이었는데, 그 현상은 밤이 아니라 낮에 생겨야 했다. 그래서 밤에 얻어진 이 자료는 매우 특이한 현상으로 여겨졌다.
한 달이 지난 후, 그녀는 평상시와 같이 차트 작업을 하던 중 또 같은 신호를 발견했다. 차트 기록계를 빨리 돌리니까 규칙적인 간격의 신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략 1.3초 간격의 펄스를 보았어요, 그리고 이것은 기기의 신호도, 조작의 실수도 아니었어요. 그것은 엄청난 양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깊은 심사숙고를 통해 얻어진 것이었죠."
중성자별의 존재는 러시아의 란다우와 미국의 프리츠, 오펜하이머에 의해 이미 1930년대에 주장되었다. 중성자별은 태양 정도의 질량이 지름 수마일에 뭉쳐있는 고밀도 별이다. 중성자별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전파를 방출하는데, 그 전파가 바로 벨 버넬의 차트에 나타난 지저분한 신호였다. 벨 버넬의 발견은 이듬해인 1968년 '네이처'지에 실렸고, 그 이후 5백여개의 펄사가 발견됐다.
벨 버넬은 박사학위를 받은 후 사우스햄튼 대학으로 옮겼다가 1973년에 멀라드 우주과학연구소로 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X선 천문학에 열중해 놀라운 발견들을 많이 얻어냈다.그녀는 회고하기를 "당시에는 새로운 발견을 중단하고 책상위에 쌓인 자료를 처리하기만이라도 했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었어요."
미래의 발견자들에 대한 그녀의 충고는 겸허한 수용자세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미리 가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학자들은 많은 지식을 가져야 하지만 동시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운은 열린 마음을 좋아하죠. 또한 선배학자의 말처럼 위대한 것의 우둔함을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주적인 것을 다루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을 우주적으로 설명하려해서는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얻은 자료가 수백만 광년 멀리 있는 물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있는 이곳에서 기기조작의 실수에서 얻어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벨 버넬은 1982년 에딘버러의 왕립천문대로 옮겨서 4년간 맥스웰 망원경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 망원경은 영국, 네덜란드와 캐나다가 공동으로 하와이에 설치했다. 에딘버러에서 함께 연구했던 젊은 학자는 그녀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녀는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었어요. 훌륭한 업적도 많이 남겼죠. 또한 매우 친절했고, 진실한 충고도 해주었어요. 나는 과학적인 문제 뿐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도 그녀에게 달려가곤 했죠."
92년 4월에 벨 버넬은 펄사발견 25주기를 맞았다. 현재 그녀는 천문학 분야의 최고의 영예인 마이켈슨 메달과 왕립천문학회의 허셸 메달을 받았다. 그리고 오픈 대학의 물리학교수로 새로 부임한 그녀는 현재 신천문학강좌를 맡아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
작지만 쾌활하고 동시에 상냥한 벨 버넬은 퀘이커교 교육을 받아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과학적 지식을 조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아마도 이것이 그녀에게 힘을 주고 있을 것이다. 동시에 그녀는 종교적 합리성과 과학의 상식을 훌륭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