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없이 넓은 우주 속의 작은 티끌
고층 빌딩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한눈에 다 담기지 않을 만큼 넓은 세상이 펼쳐진다. 수많은 빌딩, 자동차, 그리고 점처럼 작아 보이는 사람들까지. 그런데 이렇게 광활해 보이는 세상도 사실 지구라는 행성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지구 역시 끝없이 넓은 우주 속의 작은 티끌에 불과하다.
이토록 크고 거대한 우주.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 모든 것이, 처음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작고 뜨거운 점 하나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쉽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이 ‘빅뱅 우주론’을 지지하고 있다.
‘빅뱅 우주론’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우주가 팽창한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우주가 팽창한다니...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태양은.. 지구는 영원할 수 없다는 의미인가?” 이러한 생각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팽창하는 우주보다는 정적인 우주가 훨씬 더 편안한 상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29년, 천문학자 허블은 외부 은하에서 오는 빛이 적색 편이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은하들이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며, 결국 우주 전체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중요한 관측 결과였다. 그렇다면 과거의 우주는 지금보다 더 작았을 것이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수록 우주의 크기가 점점 더 작아지며, 결국 모든 것이 한 점에 모여있던 상태, 즉 빅뱅의 순간에 도달하게 된다.

약 138억년 전 매우 뜨겁고 밀도가 높은 한 점에서 대폭발이 일어나 우주가 시작되었다. 빅뱅 직후에는 우주의 온도가 매우 높은 상태였으므로 물질과 에너지의 구분이 불분명하였으며 입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주가 팽창하고 온도가 낮아지면서 쿼크, 전자와 같은 기본 입자가 수없이 많이 만들어졌다. 우주는 계속 팽창했고 온도가 더 낮아지면서 기본 입자들이 서로 결합하기 시작했다.
전자의 경우는 운동 에너지가 커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운동 에너지가 작은 쿼크는 3개씩 모여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했다. 처음엔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가 비슷했지만 자유 중성자는 약 10분 정도 후 양성자로 붕괴하는 성질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양성자의 비율이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양성자가 중성자의 7배 정도 많아졌을 때 헬륨 원자핵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주가 더 팽창하고 온도가 더 낮아지면서 양성자의 운동 에너지가 감소했다. 따라서 양성자가 전기적인 반발력을 이겨내고 서로 가까이 가서 결합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으며, 헬륨보다 더 큰 원자핵은 생성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결국 헬륨 원자핵이 생성된 후 수소 원자핵(양성자)과 헬륨 원자핵의 개수비는 12:1, 질량비는 약 3:1이 될 것이다.
빅뱅 후 약 38만년이 지났을 때 우주의 온도는 3000K 정도까지 낮아졌다. 전자의 운동에너지가 감소하면서 전자가 원자핵과 결합하여 전기적으로 중성인 수소 원자와 헬륨 원자가 만들어졌다. 전자의 질량은 원자핵에 비해 매우 작으므로 수소 원자와 헬륨 원자의 질량비는 수소 원자핵과 헬륨 원자핵의 질량비와 같은 3:1이다. 그리고 이렇게 예측된 수소와 헬륨의 질량비는 우주에서 관찰한 천체들의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얻은 관측 결과와 일치했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천체들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수소와 헬륨의 흡수선이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그리고 흡수선의 세기를 분석한 결과 우주를 구성하는 원소 중 수소가 약 74%, 헬륨이 약 24%를 차지한다는 질량비를 알아낸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관측된 수소와 헬륨의 질량비가 빅뱅 우주론에서 예측한 수소와 헬륨의 질량비와 일치한다는 것은 빅뱅 우주론의 강력한 증거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원자의 생성은 우주에서 아주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원자가 생성되기 이전 전하를 띠고 있는 입자들은 빛의 진로를 방해하여 빛은 계속 산란되었고 우주는 불투명한 상태였다. 그러나 전자가 원자핵과 결합하여 원자가 생성된 이후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는 더 이상 빛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았다. 드디어 우주는 투명해졌고 빛이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갔다. 이 때 퍼져나간 빛은 어떻게 되었을까?
1964년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은 인공 위성 통신 실험을 위해 마이크로파 안테나는 점검하던 중,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세한 잡음을 포착하게 되었다. 이 잡음은 모든 방향에서 균등하게 포착되었고 지구상의 그 어떤 전자 장치나 태양의 활동과도 무관했다. 그들은 이러한 발견이 우주가 투명해지던 순간(빅뱅 이후 약 38만년)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간 바로 그 빛의 흔적, 즉 우주 배경 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으므로 우주에 최초로 퍼져나간 빛의 파장은 점점 길어졌다. 따라서 우주 배경 복사는 현재 매우 낮은 온도(약 2,73K)의 마이크로파 형태로 관측된다. 이러한 우주 배경 복사는 수소와 헬륨의 질량비와 함께 빅뱅 우주론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강력한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점에서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빅뱅 우주론은 처음에는 누구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었다. 그러나 우주를 구성하는 수소와 헬륨의 질량비, 우주 배경 복사의 존재,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는 새로운 관측들은 빅뱅 우주론의 예측과 놀랍도록 잘 들어맞는다. 결국 빅뱅 우주론은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가장 설득력 있는 우주 탄생 이론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구분 | 시기 | 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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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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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입자(쿼크, 전자 등) 생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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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자(수소 원자핵), 중성자 생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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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 원자핵 생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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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헬륨 원자 생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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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핵심 개념, 출제는 이렇게 된다!
Q.다음은 빅뱅 이후 일어난 변화를 순서 없이 나타낸 것이다.
(나) 전자가 생성되었다.
(다) ⓑ수소원자가 생성되었다.
(라) 중성자와 양성자가 생성되었다.
② 우주의 온도는 (나) 시기가 (다) 시기보다 높다. ( ○, × )
③ 우주의 질량은 (다) 시기가 (라) 시기보다 크다. ( ○, × )
④ ㉠은 중성자 2개와 양성자 2개로 구성된다. ( ○, × )
⑤ ㉡은 양전하를 띤다. ( ○, × )
⑥ (라) 시기에 우주가 투명해졌다. ( ○, × )
A.(나)→(라)→(가)→(다), ○, ×, ○, ×, ×
Q.다음은 우주 배경 복사에 대한 설명이다. 옳은 설명에는 O, 틀린 설명에는 X로 표시해보자.
② 우주의 온도가 약 3000K일 때 퍼져나간 빛의 파장이 길어져 현재 3K 정도로 관측된다. ( ○, × )
③ 빅뱅 우주론을 뒷받침하는 증거에 해당한다. ( ○, × )
A. X, ○, ○
①빅뱅의 산물, 수소와 헬륨(기사클릭)
과학동아 2019년 4월호
해설: 이 기사는 빅뱅 우주론이 어떻게 제안되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는지를 설명하며, 수소와 헬륨 같은 원소들이 초기 우주에서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통합과학 교과에서 배우는 ‘우주 초기 원소의 생성’ 단원과 직접 연결되는 핵심 내용이며, 이 글을 통해 단순히 원소 생성 과정을 암기하는 것을 넘어서 빅뱅 우주론과 관련된 과학자들의 탐구 과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②우주배경복사가 들려준 이야기(기사클릭)
수학동아 2016년 10월호
해설: 우주 배경 복사는 빅뱅 우주론의 가장 강력한 증거로 통합 과학에서 꼭 다루어야 하는 핵심 개념이다. 이 기사를 통해 우주 배경 복사의 균일성과 미세한 온도 차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있다.
③우주의 끝에서 빅뱅 직후를 목격하다(기사클릭)
과학동아 2023년 9월호
해설: 우주가 팽창하면서 멀리 있는 은하의 빛은 적색 편이 현상을 나타내고, 이로 이해 먼 은하에서 온 빛은 적외선 영역에서만 관측이 가능하다. 이 기사는 적외선을 관찰할 수 있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허블 우주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었던 초기 우주의 모습을 관측할 수 있고, 그 관측 결과가 기존의 이론만으로는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학은 완성된 지식이 아니라 기술의 발달에 의해 이론이 수정되거나 새롭게 제안될 수 있는 열린 과정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