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배경복사가 보여준 결과는 놀라웠다. 하늘의 모든 방향에서 날아온 우주배경복사는 모두 똑같은 온도였다! 각자 다른 방향에서 왔는데 어떻게 서로 짠 것처럼 온도가 같을 수 있었을까?
제주도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배 두 대를 띄웠다고 해보자. 두 배는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같은 속도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러다 두 배가 너무 멀어지면 서로 신호를 주고받기 어렵다. 그렇게 제 갈 길을 가던 두배가 지구 반대편에서 만났을 때도 여전히 속도가 같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구의 바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드넓은 우주에서 각자 전혀 다른 방향에서 온 우주배경복사의 온도가 똑같다는 건 놀랍다.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없는데 어떻게 같은 온도로 우리에게 날아왔을까?
이는 빅뱅 이론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자 빅뱅 이론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결과였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우주배경복사는 반드시 있어야 했다. 그런데 우주배경복사의 온도가 어디서나 똑같다는 사실은 빅뱅 이론만으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이는 1980년에 앨런 구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가 발표한 ‘급팽창 이론’으로 해결됐다.
구스 교수는 우주가 태어난 직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한 팽창을 겪었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균일했던 초기우주가 순식간에 너무 커져버렸기 때문에 지금까지 거의 균일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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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코비는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을 알려줬다. 우주배경복사의 온도가 아주 미세하게 차이가 났던 것이다. 그 차이는 약 10만 분의 1 정도다. 10만 분의 1이라는 차이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 미세한 온도 차이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초기우주에 있었던 물질의 밀도 차이 때문에 생겼다고 추측한다. 어떤 곳은 물질이 많이 몰려있고(밀도가 높고) 어떤 곳은 물질이 적었다(밀도가 낮다)는 뜻이다. 이것은 빛이 최초로 우주로 퍼져나갈 때 영향을 줬다. 밀도가 높았던 곳은 빛에서 에너지를 더 빼앗았고, 그 빛은 온도가 낮아진 것이다.
사실 이 미세한 온도 차이는 당연하다. 우주가 완벽하게 균일하다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은하나 별이 만들어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별과 은하는 물질이 많이 몰려있던 부분이 성장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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