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외핵 속 액체 상태의 금속은 끊임없이 대류하며 지구 주위에 강한 자기장을 만든다. 최근 과학자들이 지구 자기장과 자전에 의해 발생하는 유도 전압을 실험으로 검증해 새로운 친환경 전력 생산의 가능성을 열었다.
크리스토퍼 치바 미국 프린스턴대 천체물리학과 교수가 이끈 공동연구팀은 지구 자전과 외핵의 대류로 발생한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3월 19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리서치’에 발표됐다. doi: 10.1103/PhysRevResearch.7.013285
전기 생산의 ‘키’는 특정 재료로 만든 도구였다. 연구팀은 망간-아연 페라이트(산화철과 금속산화물을 혼합해 구워 만든 세라믹 재료)로 속이 빈 원통을 제작했다. 원통의 길이는 29.9cm, 외부 반지름은 1cm다. 이들은 자기장이 만드는 유도 전류의 방향이 서로 수직 방향이란 사실을 활용해, 원통이 지구 자전 방향과 자기장에 대해 수직이 되도록 배치했다. 또 태양에서 발생하는 자기장 등 지구 자기장 외의 다른 자기장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둡고 창문이 없는 장소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페라이트 원통에서 약 17?V(마이크로볼트废1?V는 100만 분의 1V)의 전압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됐다. 원통이 놓인 각도를 바꾸거나 다른 원통을 사용하면 전압은 더이상 측정되지 않았다. 이는 17?V의 전압이 지구 자기장으로만 생성됐음을 뜻한다.
공동연구팀은 앞서 2016년에 지구의 회전과 자기장을 이용한 전력 생산의 이론적인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doi: 10.1103/PhysRevApplied.6.014017 하지만 2020년 장 루이 샤를 지우너 벨기에 브리쉘자유대 물리학과 교수가 치바 교수의 이론에 오류가 있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doi: 10.1103/PhysRevApplied.13.028001 이번 연구에서 치바 교수는 특정 조건에서는 전력 생산이 가능하단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재반박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지구 자기장을 이용한 친환경 발전의 실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치바 교수는 논문을 통해 “현재 우리가 측정한 전압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 실질적인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연구를 지속한다면 새로운 전력 생산 방식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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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전 등의 이유로 지구 주변에 형성된 자기장 이미지.
Princeton University
2 미국 연구팀은 망간-아연 페라이트 원통을 지구 자기장 방향과 수직으로 배열해 전기를 생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