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기술의 성패는 극한과학기술과 신소재의 발달 여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 분야의 관심이 드높아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극한기술의 국내수요가 2000년에는 4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우선 91년까지 1백80억을 이 분야에 투입키로 결정했다. 가장 대표적인 극한 과학기술 분야의 세계적 추세와 국내 현황을 알아본다.
초고밀도 손톱만한 칩속의 우주
50만자를 칩 하나에 기억 처리하기에 이른 고집적 기술, 그 한계는 어디일까.
반도체 회사의 광고사진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있다. 거대한 괴물처럼 보일 만큼 확대한 개미가 조그만 반도체 칩을 물고있는 모습이 그것.
한 변이 수mm에 불과한 이 칩 위에 10만개가 넘는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어있다는 설명은 오늘날 초고밀도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해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무도 예측못한 트랜지스터의 잠재력
작은 공간을 극한적으로 세밀하게 이용하려는 초고밀도 기술은 디스크 분야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영국에서는 대영백과사전의 몇 권을 하나의 디스크에 저장할 수 있는 디스크가 개발되었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몇 년치의 신문을 하나의 디스크에 저장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집적이 가장 극적으로 진행된 것은 반도체 분야라고 할 수가 있다.
1948년 '쇼클리'가 트랜지스터를 발명했을 때만 해도, 이것이 오늘날 고도 정보화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적 부품이 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1961년 10개 정도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IC가 출현하기에 이른다. 이때의 회로 선폭(線幅)은 15μ 정도.
70년대는 LSI(대규모 집적회로)의 시대다. 1킬로비트 다이나믹 램(1KD RAM)이 70년에 개발된 것을 신호탄으로 이후 매년 집적도는 2배식 늘어났다.LSI는 트랜지스터를 1천개에서 10만개까지 직접한 IC. LSI의 개발로 탁상용 전자계산기 디지틀 시계 등 고집적 기술은 일상생활에까지 침투하게 된다.
한편 소자의 단순한 집적 뿐 아니라 여러가지 기능도 하나의 칩에 모으려는 결실을 거두었다. '컴퓨터를 하나의 칩 위에' 수용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1971년 탄생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LSI의 일종으로 1개 또는 몇개의 LSI를 묶어 컴퓨터로 만든 것으로서 이제까지의 전기제품의 소형화 저렴화 추세에 지능화 고기능화를 더했다. 퍼스널 컴퓨터 VTR 전자동 카메라 등의 새로운 상품이 LSI의 총아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해 등장했다.
집적도가 높아짐에 따라 회로선폭은 점차 미세해져 73년에 개발된 4KD램은 8μ, 75년의 16KD램은 5μ, 그리고 78년에 개발된 64KD램은 3μ의 회로 선폭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머리카락을 쪼개 나가는듯한 초고밀도 기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10만개의 소자가 하나의 칩 위에
80년대에 들어와 미세가공기술과 CAD(컴퓨터를 이용한 설계)기술에 힘입어 10만개 이상의 소자를 하나의 실리콘 칩에 집적한VLSI(초대규모집적회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VLSI는 몇개의 LSI가 하던 기능이 하나의 칩에 집적된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하나의 시스팀을 형성한다. 기억용량도 놀랄만치 크다.
80년 초 세계시장에서 미국업계를 긴장시켰던 64KD램이 손톱만한 칩 하나에 알파벳 8천자를 기억 처리할 수 있는데 비해, 82년에 개발돼 현재 주종을 이루고 있는 VLSI인 2백56KD램은 그보다 4배의 고밀도를 자랑한다.즉60만개의 소자가 집적된 한개의 칩으로 3만2천자의 알파벳을 기억 처리할 수 있다.
반도체의 집적도 향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1MD램을 개발, 상품화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연내에 이를 양산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1MD램은 2백56KD램의 4배 기억용량을 갖는다. 즉 하나의 칩으로 알파벳 12만8천자, 2백자 원고지로는6백80장을 기억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VLSI는 초기의 간단한 집적회로에 비해 설계에서 제조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초기의 집적회로는 기능이 단순해 여러 용도에 널리쓰이는 범용성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설계할 때도 어떤 기기에 쓰일지 의식하지 않아도 무방했다. 그러나 VLSI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한개 또는 몇개의 VLSI로 기기의 기능 대부분을 처리하기 때문에 설계할 때부터 구체적인 용도를 정해야 한다. 또 집적하는 소자수가 많아 불량품이 나올 확률이 높다. 어느 한 소자라도 제기능을 발휘못하면 전체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예비회로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소자를 형성시키는 제조과정에서 VLSI의 경우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2백56KD 램의 경우 회로 선폭은 2μ, 따라서 파장이 1μ인 가시광선은 회절 등 영향 땨문에 노광(露光)용으로 쓸 수 없어 자외선 전자빛 X선 등 파장이 짧은 것을 동원해야 한다. 그 밖에도 에칭을 할 때 점성이 작은 기계를 사용해야 하고, 소자를 조립할 때도 많은 소자에 따른 발열을 막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처럼 여러가지 기술적 난점에도 불구하고 고밀도에의 추구는 멈추어지고 있지 않다.
「서브 미크론」시대의 개막
지난 83년 일본에서 개최된 'VLSI 심포지움'의 화제는 '서브미크론 디바이스'로 집중되었다. '서부미크론 디바이스'란 회로 선폭이 1μ 이하인 VLSI, 즉 슈퍼 VLSI(극초대규모집적회로,ULSI) 를 말한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1백μ 정도임을 볼 때 얼마나 미세한 회로인지 짐작할 수 있다. 메모리 용량으론 4MD램이 여기에 해당한다.
회로 선폭이 0.5μ 이하인 4MD램은 사방 수mm 칩 위에 1천만개의 소자를 집적한 것으로 기억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은 알파벳 50만자. 2백자 원고지로는 2천5백매, 단행본 2권 이상이 하나의 칩에 담기는 셈이다. 또 방 하나의 면적을 차지하는 대형 컴퓨터를 손바닥 위에 올려 놓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 선진적인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미 4MD램을 개발 완료해 놓은 상태에 있으며, 91년의 양산을 목표로 16MD램의 개발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고집적화는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현재의 트랜지스터 구조로는 약 0.1μ 정도가 한계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시기는 대략 2000년, 0.1μ라면 1천개 이내의 원자로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실로 경이로운 기술이다. 이 한계를 넘어서려면 선폭을 좁혀가는 기존의 방식을 넘어선 근본적으로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그 예로서 제안된 것으로는 3차원 회로소자와 실리콘 대신 갈륨비소 등의 새로운 반도체를 들 수 있다. 이런 새로운 반도체가 개발되면 집적도를 표시하는 '극초 대규모'를 넘어선 또 다른 수식어가 필요할 것이다.
초고속 슈퍼 컴퓨터의 도래
HEMT를 이용한 차세대 컴퓨터와 극초음속 여객기는 미래의 초고속 사회를 상징한다.
지난 여름 잇달은 태풍의 피해를 목격한 사람들은 천재지변 앞에 무력한 현대의 과학기술을 실감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볼 때 기상의 완벽한 예측은 가능하다. 그러나 피해가 나기 전에 대기와 해양의 움직임을 낱낱히 분석해 정확한 예측을 하기란 현재의 컴퓨터로는 역부족이다.
현재보다 1천배 빠른 초고속 컴퓨터
기상의 예측을 비롯해 해양개발, 원자력 안전조사, 우주 및 대기권 변화의 추적을 일상적으로 하기 위해선 현재의 범용 초대형 컴퓨터보다 연산속도가 적어도 1백배는 빠른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그런 초고속 컴퓨터가 한창 개발중이다. 1981년 일본 통산성이 발족한 대형 프로젝트는 현재의 범용 대형 컴퓨터의 1천배 가까운 연산속도를 갖는 슈퍼 컴퓨터의 개발을 포함하고 있다. 이 컴퓨터의 연산소자는 적어도 10피코초(1 피코초는 1조분의 1초)의 스위칭 속도를 갖는다. VLSI의 스위칭 시간이 약 0.2나노초(1나노초는 10억분의 1초)임에 비추어 그보다 20배나 빠른 성능을 갖는 셈이다.
초고속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한 방법으로서는 기존의 실리콘을 대신해 새로운 작동원리에 의한 전자 이동도가 높은 소자를 개발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여기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소자가 액체 핼륨의 액화온도(-2백69℃)에서의 초전도 현상을 이용하는 조셉슨소자와 질소의 액화온도(-1백96℃)에서 초고속 동작을 나타내는 소자, HEMT(고전자이동도 트랜지스터, High Electron Mobility Transistor의 약자 이다.
HEMT의 경우 제조과정이 기본적으로 실리콘 기술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실용화의 전망은 조셉슨소자보다 밝다고 한다. 예측되는 실용화 시기는 90대 중반, 현재 미국의 일리노이대와 벨연구소, 일본의 후지츠가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프랑스 등도 이를 뒤쫓고 있다.
컴퓨터 분야 이에도 속도경쟁은 치열하다. 전송요금의 압박을 받는 팩시밀리의 고속화는 한 예이다. 현재 전송시간 30초대의 픽시밀리도 등장하고 있지만, 일본 전전공서(電電公社)는 INS(고도정보네트워크시스팀)의 구축과 관련해 전송속도 2초 정도의 초고속 팩시밀리 개발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마하26의 극초음속 여객기
고속화 물결은 교통수단 분야에도 일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 시험운행에 성공한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자기부상열차는 시속 5백17km를 기록했다. 이 정도의 속도에선 바람을 가르는 소음이 심해 속력을 3백∼4백km로 낮추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건설비의 저렴화, 차량의 유지관리, 대규모 전류의 제어 등 해결할 문제가 많지만, 자기부상열차가 실현된다면 서울에서 부산을 1시간 남짓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
여객기 분야의 고속화는 사뭇 환상적이다. 현재 제트여객기가 시속 1 천km이하의 속도를 갖고 있는데 비해 세계 각국이 계획하고 있는 극초음속 여객기의 속도는 마하 2에서 마하26에 이른다.
지난 86 레이건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발표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된다면 95년에 시험비행을 할 계획. 음속의 5배인 마하5의 속도로 로스엔젤레스에서 서울까지 2시간대로 주파한다. 이 극초음속 여객기는 우주정거장도 왕복하는데 그때의 속도는 마하26.
한편 영국도 HOTOL이라는 신형 수평 이착륙 제트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속도는 마하2 이상이다. 현재 가장 빠른 제트여객기는 영불 합작의 '콩코드'로 속도는 마하2이다. 따라서 미래의 극초음속 여객기가 실현된다면 지구촌이 하루 생활권으로 접어드는 공상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 모른다.
극초음속 여객기의 실현을 위해서는 새로운 엔진과 소재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현재의 제트엔진은 마하3이 한계다. 따라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에는 터빈없는 제트엔진인 '램제트'엔진과 거기서 한 걸음 더 발전된 '스크램제트'엔진의 개발이 전제가 된다. 또 이 여객기의 엔진온도는 2천℃에 가깝고 표면도 1천6백℃의 고온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신소재 개발이 요청된다.
초정밀「작은 것이 아름답다」
초정밀 기술은 미크론(1백만분의 1)을 넘어 나노(10억분의 1)를 지향하고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것은 현대의 에너지 다소비 사회를 비판한 '슈마하'의 책 제목이지만, 그대로 초정밀을 추구하는 첨단과학기술계의 금언이기도 하다.
10억분의 1m의 세계
정밀한 세계를 묘사하는 단위로 우리에게 익숙한 μ(미크론)은 1천분은 1mm를 나타낸다. 1μ를 다시 1천분의 1씩 쪼개나가면 차례로 n(나노) p(피코) f(펨토) a(아토)가 된다. 현재 초정밀기술이 추구하는 것은 '나노의 세계'즉 10억분의 1m를 다루는 세계이다. 직경 1백μ 정도인 머리카락은 이 세계에선 굵은 고목에나 비유될 수 있고, 전자현미경을 써야만 보이는 길이 20n의 바이러스를 넘어 원자수준까지 정밀도는 높아지고 있다.
초정밀 기술의 응용분야는 항공기 우주기기 병기 정밀기계 계측기 반도체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초정밀 가공기술. 게이트 선폭이 1μ이하인 VLSI 반도체 소자의 경우 허용오차는 0.01μ 정도이기 때문에 극미세 가공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공작기계에 의한 정밀가공도 현재 0.1μ에서 0.01μ 단위로 넘어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레이저 간섭계와 CNC(컴퓨터 수치제어) 기술을 이용해 형상정도(形狀精度) 0.02∼0.03μ급 가공기기가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일본의 '도시바'가 개발한 레이저 프린터용 폴리건 미러의 가공기는 형상정도 0.1μ 이하, 표면 조도(粗度) 0.01∼0.02μ의 가공을 할 수 있다.
이런 가공기는 이제까지와 같이 금속을 연마하는 게 아니라 단결정 다이아몬드를 절삭가공해 광학 거울을 만든다. 한편 '도요다'의 컴퓨터 수치제어 선반은 레이저 간섭계에 의한 피드백 신호를 이용, 가공정도 0.03μ를 달성했다.
이와같은 초정밀 가공기는 레이저 가공기와 레이저 핵융합에 쓰이는 광학기기, 자기 디스크, 비디오 디스크 등의 전자부품에 쓰이며 미사일과 항공기 제작에도 없어서는 안되는존재이다.
우리나라의 정밀가공 수준은 1μ정도로 베어링과 정밀렌즈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레이저용 반사경을 개발중에 있다. 최근에는 1μ이내의 정확도를 가진 반도체의 금형 제작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으나 우주선과 미사일을 만드는 선진국과의 격차는 아직 큰 실정이다.
식물학 의학 등 기초과학에도 응용
초정밀 기술은 식물학이나 의학에도 이용되고 있다. 미국의 식물병리학자'호흐'는 초정밀 측정기술을 이용해 콩과식물에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는 녹병균을 방지할 수 있음을 보여 관심을 모았다. 녹병균을 일으키는 곰팡이가 콩과 식물잎의 기공(氣孔) 주변에 난 0.5μ크기의 돌출부를 예민하게 감지, 침투한다는데 착안해 돌출부가 없는 기공을 가진콩을 육종한다는 것이다.
실리콘에 1n 크기의 미세회로를 긋는 전자빔을 질병치료에 이용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예컨대 적혈구 세포가 골수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혈관으로 흘러들어가는 속도를 측정하면 질병치료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공관절을 이식할 때 뼈가 그 주위에 재생해 강한 결합을 이루도록 하는데도 초정밀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뼈세포가 인공관절에 들러붙는데는 미세한 요철과 화학구조가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초정밀 기술은 저울에도 응용돼, 연내에 국내에서도 생산될 초정밀 전자저울은 2백만분의 1g 까지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저울은 대기의 압력변화까지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어 유전공학 화학 의학분야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초강력 인조다이아몬드에서「마법의 실」까지
항공우주, 절삭공구 등에 초강력 기술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 다이아몬드는 그 희소성과 아름다움 뿐 아니라 높은 열전도용, 작은 열팽성계수, 그리고 훌륭한 내산성(耐酸性)을 가져 공엽용으로도 귀중하게 쓰이고 있다.
대형 다이아몬드 합성
대부분의 공업용 다이아몬드는 인공합성으로 만들어진다. 천연 다이아몬드 연마재 입자를 씨앗으로 흑연에 니켈 코발트 철 망간 등을 촉매로 섞은 다음, 5만 기압 1천5백℃의 고압 고온 상태에서 처리해 만드는 합성 다이아몬드는 대개 직경 0.7mm이하의 분말상이다.
최근에는 대형의 단결정 합성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기술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지난 82년 일본 '스미토모'전기는 초고압장치를 개량해 직경 약 6mm(1.2캐럿)의 다이아몬드를 합성해 내는데 성공했다. 입상(粒狀)의 합성다이아몬드는 첨단산업용으로서 자기디스크나 레이저 반사경 등의 절삭, 극미세선용다이스, 컴퓨터의 초정밀가공 바이트로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한편 전기절연체이면서 열을 잘 전달하는 다이아몬드의 성질을 이용하는 기술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즉 다이아몬드를 얇은 막으로 만들어 발열이 심한 VLSI의 방열기판으로 이용할 수 있고, 이 박막에 불순믈을 주입하면 갈륨비소 반도체보다 빠른 연산속도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단결정 합성다이아몬드와 박막을 만드는 기술은 '20세기의 연금술'이라 할만하다.
금속중에서 가장 강한 것은 '초강력강'이라 불리우는 마르에이징강. 미사일 헬리콥터 착륙기어 등에 쓰이는 마르에이징강은 강도가 매우 크고 파괴인성도 높다. 이 강은 금성조직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직인 마르텐사이트 조직으로 되어 있는데, 철에 니켈과 코발트 등을 넣어 특수처리해 만든다.
한편 최근에는 한국과학기술원의 김영길박사팀이 값비싼 코발트 대신 국내에 풍부한 텅스텐을 이용하면서도 기존의 마르에이징강보다 성능이 우수한 'W250강'을 개발한 바 있다.
약점 극복한 세라믹스
요즘 각광을 받고있는 신소재 세라믹스의 결정적 약점은 열적·기계적 충격에 약해 쉽게 깨진다는 것. 그 이유는 세라믹스의 표면과 내부에 미세한 균일이 있기 때문이다. 고강도 산화물세라믹스는 소결체의 결성입자가 작으며 기공이 없도록 치밀하게 만들어 취약성을 극복한 것이다. 알루미나 세라믹스는 대표적 예로서 1㎟당 50kg의 굽힘강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보다 훨씬 강력한 세라믹스가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안정화 지르코니아가 그것으로 지르코니아의 상전이(相転移)를 이용하여 파괴에 대한 저항력 즉 파괴인성을 향상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일본의 토레이사가 개발한 부분 안정화 지르코니아는 굽힘 강도가 최고 1㎟당 1백70kg으로 고장력강을 능가한다고 한다. 일본에는40∼50개 회사가 이의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하고 있다.
한편 이트리아를 비교적 소량 첨가하고 주의깊게 가열처리해 만든 지르코니아 세라믹스는 안정화 지르코니아보다 6∼9배나 파괴인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져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마법의 실'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아라미드 섬유도 초강력 기술에서 빼놓을수 없는 연구개발의 대상이다. 이 섬유는 1972년 미국의 듀퐁사가 처음 '케블라'라는 상표로 상품화한 이래 네덜란드와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3년전 한국과학기술원 윤한식박사팀에 의해 독립적으로 개발되었다.
아라미드 섬유의 3대 특성은 고강도 고탄성 고밀도. 고강도를 표시하는 인장강도는 1데니어(섬유의 굵기는 표시하는 단위로 1데니어는 길이 1백50m 질량 50mg일 때의 굵기)당 22∼25g으로, 같은 중량의 철과 알루미늄의 각각 5배와 10배의 강도를 갖는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아라미드 섬유는 우주왕복선에서 항공기, 자동차 타이어, 해저 케이블 등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현재 기술개발의 초점은 가격인하.
초고압 물질연구의 신기원 연다
수백만 기압의 초고압을 이용해 지구중심부의 비밀을 밝힌다.
지구상의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은 마리아나 해구. 그 곳의 수심은 1만1천34m으로 밑바닥의 수압은 약 1천4기압이다. 이에 비해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압력은 놀랍게도 수백만기압에 달한다. 이러한 초고압 상태는 여러가지 첨단산업과 기초과학의 연구에 요긴하게 이용되고 있다.
1천만 기압을 인공적으로
미국 아리조나주에는 커다른 운석이 떨어진 자리에 직경 1.2km의 구멍이 나있다. 이곳에서 과학자들은 색다른 구조의 다이아몬드를 포함해 10여종의 신물질을 발견했다. 이것들은 운석이 초속 6∼10km의 고속으로 지면과 충돌할 때 발생한 1만 기압이상의 충격압력에 의해 생성된 것이다.
비슷한 원리로 과학자들은 초고압 발생장치를 만들었다. 화약을 폭발시켜 헬륨가스를 압축시킨 다음 그 힘으로 탄환을 발사한다는 것. 이 방식으로 직경 20mm의 탄환을 초속 18km로 발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장치로 철끼리 충돌시켜서는 지구의 중심부 압력을 능가하는 4백50만 기압을 얻었고, 텅스텐끼리의 경우엔 자그마치 1천만기압을 달성했다.
이렇게 얻은 초고압은 유용한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거나 초고압 하에서의 물질의 성질변화를 연구하는데 쓰인다. 예컨대 같은 탄소원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원자배열이 다른 흑연을 다이아몬드로 만드는데 초고압을 이용할 수 있다. 결정구조의 전환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에너지벽을 초고압으로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연구는 초속15km 정도로 탄환을 발사하는 장치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야만 신문질을 탐색하는 데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화약대신 전자력을 이용하는'레일건'도 있는데, 이는 '별들의 전쟁'에 응용되고 있다.
기체에 압력을 가하면 액체가 되고 여기에 다시 압력을 가하면 상변화를 일으켜 고체가 된다. 원자가 규칙바르게 배열된 결정질의 고체에 압력을 가하면 처음에는 원자간의 거리가 축소돼 부피가 줄어들다가, 어느 한계를 넘으면 부피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결정을 구성하는 원자의 배열이 바뀐다. 이런 '상전이(相轉移) 현상'이 일어나면 물질의 성질도 변화한다. 그후 압력을 계속 가하면 원자 자체에까지 영향이 미쳐 전자의 거동에 변화가 오는 '전자천이'(電子遷移)가 일어난다.
지구내부의 수수께끼 풀어줄「꿈의 빛」
이처럼 초고압 초고온 상태에서의 물질구조를 연구하는데 유용한 것이 '싱크로트론 방사광 장치'이다. 지난 82년 일본의 쓰쿠바에 완공된 이 초고압 발생장치로 '꿈의 광선'이라 불리우는 싱크로트론 방사광을 얻을 수 있다. 전자가 진공속에서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운동하고 있을 때 자장을 걸어주면 진행 방향을 바꾸면서 전방으로 방사하는 강한 빛이 바로 이것이다.
싱크로트론 방사광은 종래의 광원에 비해 수만배까지의 강도를 가지며, 스펙트럼은 적외선 X선에 이르는 예리한 지향성을 갖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 방사광의 X선을 이용하면 지표 밑 수백 km의 맨틀과 같은 고압·고온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지구 중심부의 수수께끼를 풀 단서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밖에도 생체물질의 구조해석, 초미량분석, 비파괴 원소분석, 의료 등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다.
한편 신소재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초고압장치로서 열간(熱間) 정수압(靜水壓) 가압장치(HIP)가 주목을 받고 있다. HIP는 아르곤 등 불활성가스를 압력매체로 사용하고, 고압과 고온의 상승효과를 이용하여 가압처리하는데, 2천℃, 2천기압의 능력을 갖는 초고압HIP도 시판되고 있다.
현재 HIP는 초합금분말을 성형소결하는 장치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주조품과 소결품의 내부 결함제거, 핵연료나 섬유강화금속의 확산접합 그리고 탄소·탄소 복합재료 제작 등에 응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파인세라믹스의 제조용으로도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초고압 장치의 산업적 이용의 좋은 예는 입방정 질화붕소(C-BN) 소결체의 제작. 다이아몬드에 버금가는 경도를 갖는 절삭공구로서 '차세대 공구'라고 불리우고 있는 C-BN소결체는 4만5천기압 1천 3백℃의 가혹한 제조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절삭하기 어려운 재료나 초경도강이 자동차와 공작기계산업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고, 부품의 경박단소화(輕薄短小化) 무인(無人) 공장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볼 때, 높은 경도의 장시간 절삭이 C-BN의 용도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